[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9) 암흑·가시물질 질량비 400분의 1 작은 새 우주, 기존 이론 흔들다

ㆍ암흑물질 없는 우주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로 밝혀진 ‘NGC 1052-DF2’ 은하 모습. 허블망원경이 2017년 11월16일 촬영했다. 지구로부터 6500만광년 떨어져 있는 이 은하는 크기가 우리은하만 하지만 별의 숫자는 200분의 1에 불과하고, 특별한 중심부 없이 전체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모양이다. 위키피디아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로 밝혀진 ‘NGC 1052-DF2’ 은하 모습. 허블망원경이 2017년 11월16일 촬영했다. 지구로부터 6500만광년 떨어져 있는 이 은하는 크기가 우리은하만 하지만 별의 숫자는 200분의 1에 불과하고, 특별한 중심부 없이 전체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모양이다. 위키피디아

은하는 여러 구성원으로 이루어져 있는 천체다. 먼지와 가스로 이루어진 성간물질, 별 그리고 암흑물질이 주요 구성원이다. 암흑물질의 정체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존재는 여러 관측을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암흑물질은 은하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하의 물리적 특성과 종류에 따라 암흑물질과 눈에 보이는 물질(별과 성간물질) 사이의 비율이 달라지는 경향도 관측되고 있다. 이런 경향은 은하의 형성 과정과 관련된 것으로 여겨지고 있어서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보통 눈에 보이는 물질과 암흑물질은 따로 관측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얽혀서 측정된다. 암흑물질은 눈에 보이는 물질을 붙잡고 있는 주체로 생각되기도 한다.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은하 형성 모형을 따르자면 암흑물질의 영향이 없는 은하의 형성과 진화 과정은 상상하기 힘들다.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관한 연구는 거의 균일하게 시작된 우주 속에서 작은 불균일성 때문에 물질이 생겨나고, 은하가 탄생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은하가 진화해 가는 방식을 다룬다. 천문학에서 아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연구 분야다. 현재 천문학자들이 받아들이고 있는 은하의 형성 이론은 ‘차가운 암흑물질 우주론’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참고로 암흑물질이 움직이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면 ‘차가운’이라는 수식어를 붙인다. 빛의 속도에 가까운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암흑물질은 ‘뜨거운’ 암흑물질이라고 한다. 우주 전체에 분포하고 있는 차가운 암흑물질을 중심으로 눈에 보이는 물질들이 부분적으로 뭉치게 되고, 이들이 다시 합쳐지면서 은하가 형성된다. 은하들끼리 합쳐지면서 더 큰 은하가 형성된다는 것이 현재 은하 형성과 진화 이론의 기본이다. 먼저 성간물질들이 작은 단위로 뭉친 후 이들이 합쳐지면서 더 큰 형태의 원반 모양을 한 나선은하가 형성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그리고 나선은하와 나선은하가 합쳐져 질량이 더 큰 타원은하가 형성된다는 것이 대략적인 현재 은하의 형성 이론이다. 암흑물질은 은하의 형성 과정에서 물질을 응집시키고 수축하지 못하도록 유지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론 이 이론으로 설명하기 힘든 관측 결과들이 나오긴 하지만 이론 전체를 흔들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불확실한 것들은 보완되어 가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받아들여지고 있는 표준 은하 형성 이론에 따르면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 형성은 생각하기 힘들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암흑물질과 눈에 보이는 물질의 질량비가 은하의 질량과 긴밀한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눈에 보이는 물질을 암흑물질과 대비해서 ‘가시물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시물질의 대부분은 별과 성간물질이다. 우리은하 정도의 질량을 가진 은하는 보통 암흑물질과 가시물질의 질량비가 3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암흑물질이 그 은하의 별의 질량보다 30배 더 무겁다는 이야기다. 은하의 질량이 클수록 이 비율이 작아지고 은하의 질량이 작을수록 암흑물질과 가시물질 사이의 질량비가 커지는 경향이 있다. 아주 무거운 은하의 경우 이 비율이 2 정도 되는 것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량이 작은 은하는 이 비율이 우리은하의 경우보다 훨씬 더 크게 관측되고 있다. 은하마다 이 비율 차이의 분포가 커서 법칙이라고 부를 만큼의 확실한 하나의 함수로 묶기는 어려워 보이지만 몇몇 예외에도 불구하고 이런 경향성을 개연성 있게 말하는 데는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암흑물질이 없는 작은 은하가 발견되거나 암흑물질로만 이루어진 아주 큰 은하가 발견된다면 이 경향성에 큰 타격을 입힐 것이다. 

필자와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시기에 함께 공부했던 예일대학교의 피터 반 도쿰(Pieter van Dokkum) 박사 연구팀은 과학저널 ‘네이처’에 흥미로운 논문을 한 편 투고했다. 2018년 3월29일자로 게재된 ‘A galaxy lacking dark matter’라는 제목의 논문이 그것이다. ‘암흑물질이 없는 어느 은하’ 정도로 번역하면 될 것 같다.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은 은하를 하나 발견했다는 이야기다. 반 도쿰 박사 연구팀은 가시물질의 질량이 우리은하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은하인 ‘NGC 1052-DF2’를 관측했는데,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 이 은하는 중심이 딱히 없는, 넓게 퍼진 작은 은하였다.

연구팀은 이 은하에 속한 구상성단으로 보이는 10개 천체의 속도분산을 측정해서 은하의 질량을 구했다. 작은 은하의 경우 암흑물질과 가시물질의 질량비가 아주 큰 경향이 있다. 따라서 ‘NGC 1052-DF2’의 경우도 이 비율이 아주 클 것으로 예상되었다. 은하에 속한 천체들의 속도분산을 관측하면 은하의 질량을 구할 수 있다. 은하의 질량에 의해 중력장의 크기가 결정된다. 크면 클수록 중력장의 크기도 커진다. 중력이 크면 더 빨리 움직이는 천체를 그 은하의 중력장 안에 붙잡아 둘 수 있다. 붙잡지 못할 정도로 속도가 큰 천체들은 그 은하를 탈출했을 것이다. 따라서 속도분산 값은 은하의 질량을 계산할 수 있는 관측 값이 된다. 속도분산 값이 클수록 그 은하의 질량도 커진다. 여기서 질량은 은하의 전체 질량을 의미한다. 암흑물질과 가시물질을 모두 포함한 전체 물질의 질량에 의해 그 은하의 전체 중력장위 크기가 결정된다. 속도분산 값은 그 표상이다. 반 도쿰 박사 연구팀은 관측한 속도분산 값을 바탕으로 ‘NGC 1052-DF2’의 질량을 결정했다. 이 값을 따로 관측한 별들과 성간물질, 즉 가시물질의 질량과 비교했다. 그런데 결과는 놀라웠다. 총질량이 별들만의 질량으로부터 구한 값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었다. 보통의 은하에서는 암흑물질이 은하 질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동안의 관측 결과에서 보이는 경향과 비교하면 이 은하의 암흑물질/가시물질 질량비가 보통의 경우보다 400분의 1 작은 것으로 측정되었다. 오차범위를 생각하면 암흑물질이 아예 없거나 있어도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질량이 작은 은하지만 암흑물질이 없는 것 같은 은하를 하나 발견한 것이다. 

반 도쿰 박사 연구팀의 발견은 충격적이고 신선하다. 작은 은하일수록 암흑물질의 비중이 훨씬 더 크다는 것이 그동안의 관측 결과였고, 차가운 암흑물질 우주론에 바탕을 둔 은하의 형성과 진화 이론의 귀결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는 은하 형성 이론이 틀린 것일까? 그럴 수도 있다. 차가운 암흑물질 우주론의 기반이 흔들리는 서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겨우 예외를 하나 발견한 것이다. 그런 주장을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예외가 필요하다. 반 도쿰 박사 연구팀의 말에 따르면 ‘NGC 1052-DF2’처럼 옅고 넓게 퍼져 있는 은하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코마 은하단의 은하들을 탐색한 결과 놀랍게도 이런 종류의 은하가 꽤 흔한 것으로 밝혀졌다.

‘NGC 1052-DF2’ 은하처럼 옅고 넓게 퍼져 있는 은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코마 은하단. 지구로부터 3억2100만광년 떨어져 있다. 위키피디아

‘NGC 1052-DF2’ 은하처럼 옅고 넓게 퍼져 있는 은하가 많은 것으로 알려진 코마 은하단. 지구로부터 3억2100만광년 떨어져 있다. 위키피디아 

그렇다면 ‘NGC 1052-DF2’처럼 암흑물질이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 은하들이 더 많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가 발견된 것은 표준 은하 형성 이론을 위협한다는 면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사안이다. 일단 반 도쿰 박사팀의 연구 결과가 맞는다면 암흑물질(또는 가시물질)이 각자 따로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암흑물질이 은하와 상관없이 따로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은하의 형성 이론 연구가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점은 은하의 형성이 한 가지 과정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은하 ‘NGC 1052-DF2’의 크기는 우리은하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꽤 큰 은하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은하는 우리은하에 비해 별의 숫자가 200분의 1에 불과하고, 특별한 중심부가 없이 전체적으로 넓게 퍼져 있는 모양을 하고 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런 종류의 은하들은 꽤나 흔한 것 같다. 하지만 코마 은하단에 속한, 비슷한 모양의 은하들을 조사한 결과 ‘NGC 1052-DF2’처럼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는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기존의 은하 형성 이론으로는 이런 모양의 은하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 반 도쿰 박사의 설명이다. 반 도쿰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이런 종류의 은하 형성을 이야기하고 있는 이론은 없어요. 완전한 미스터리죠. 모든 것이 이상해요. 이런 은하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어요.”

하지만 천문학자들은 기존의 은하 형성 이론을 완전히 바꾸기 전에 ‘NGC 1052-DF2’의 비밀을 설명할 수 있는 길이 있을지 모른다는 의견도 보였다. 반 도쿰 박사는 이 은하가 큰 타원은하 ‘NGC 1052’가 중심이 된 여러 은하들의 집단에 속해 있다는 데 주목하면서 한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거대한 타원은하의 형성 과정에서 ‘NGC 1052-DF2’의 암흑물질을 타원은하에 빼앗겼다는 설명이다. 기존의 은하 형성 이론을 수정하지 않고 은하들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이런 종류의 은하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 제안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관측과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또 다른 의견은 타원은하 ‘NGC 1052’ 형성 시 성간물질들이 유입되는 과정에서 파편적으로 남았던 것이 ‘NGC 1052-DF2’를 형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은하들의 역학적인 연구를 하면 이 부분에 대한 검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팀은 이미 연구에 착수했다. 허블우주망원경 이미지에서 넓게 퍼진 은하들을 살펴봤다. 23개의 은하를 분석했고, 3개의 은하가 ‘NGC 1052-DF2’와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들 은하가 ‘NGC 1052-DF2’처럼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로 밝혀질지는 두고봐야 한다. 연구팀이 제안한 두 가지 가능성에 대한 연구도 진행될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가 은하 형성 이론을 수정해야 할 만한 사건인지, 연구팀이 제안한 것처럼 은하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의한 것인지도 연구가 진행되면 밝혀질 것이다. 새로운 관측 결과는 기존의 이론에 항상 도전장을 던진다. 그래서 늘 흥미롭다. 암흑물질이 없는 은하가 더 발견될지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다.

▶필자 이명현 

[전문가의 세계 - 이명현의 별별 천문학](19) 암흑·가시물질 질량비 400분의 1 작은 새 우주, 기존 이론 흔들다
 
초등학생 때부터 천문 잡지 애독자였고, 고등학교 때 유리알을 갈아서 직접 망원경을 만들었다. 연세대 천문기상학과를 나와 네덜란드 흐로닝언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네덜란드 캅테인 천문학연구소 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연구원, 연세대 천문대 책임연구원 등을 지냈다. 외계 지성체를 탐색하는 세티(SETI)연구소 한국 책임자이기도 하다. <이명현의 별헤는 밤> <스페이스> <빅 히스토리 1>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가 있다. 과학책방 갈다 대표.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805032135005&code=610101#csidx6493b9b0003230491551a1a21ad9b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