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이동은 가능할까

과학기술 넘나들기(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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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멀리 떨어진 거리 등을 순간적으로 이동하는 ‘공간이동’은 SF물에서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이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작품으로는 스타트렉(Star Trek)을 들 수 있는데, 1966년에 TV 드라마로 처음 등장한 이후 여러 차례의 TV 시리즈와 10여 편의 영화가 지금까지 선보인 바 있다.

순간이동이 자주 등장하는 스타트렉의 한 장면(1968년) ⓒ ScienceTimes

순간이동이 자주 등장하는 스타트렉의 한 장면(1968년) ⓒ ScienceTimes

국내외에서 적지 않은 마니아들을 거느리고 있는 스타트렉 시리즈는 초광속의 우주전함 등 볼만한 것들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승무원들을 순식간에 먼 곳으로 이동시키거나 우주선으로 다시 귀환시킬 때에 이용하는 공간이동장치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승무원들이 가슴의 버튼 부분에 손에 대면서 이동하는 공간이동의 설정은, 실은 제작진이 단거리용 우주선 세트를 만들기가 쉽지 않아서 제작비를 아끼려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후 다른 SF영화들에서도 비슷한 것들이 차용된 바 있으며, 순간적인 공간이동이 과학적으로 과연 가능할 것인가 하는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순간적인 공간이동이 등장하는 다른 영화로는 2000년에 개봉된 ‘배틀 필드(Battlefield Earth)’가 있다. 존 트라볼타 등이 주연한 SF 액션물인 이 영화는 서기 3000년, 외계인 종족의 침략으로 식민지로 전락한 지구에서 인간들의 생활상 등을 그리고 있는데, 순간이동장치 등을 통하여 탈출한다는 내용 등이 나온다.

순간이동 실험을 하다가 파리가 된다는 내용의 영화 플라이의 포스터 ⓒ Free photo

순간이동 실험을 하다가 파리가 된다는 내용의 영화 플라이의 포스터 ⓒ Free photo

공간이동 실험을 하던 과학자가 실수로 인하여 끔찍하게도 파리의 모습으로 변해간다는 영화 ‘플라이(The Fly; 1988)’ 역시 공간이동 장치가 주된 소재로 나온다. 1958년에 첫 영화가 나온 후 리메이크 작과 속편이 나온 이 영화에서는 단순한 공간이동을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컴퓨터를 통한 기기의 작동과 이동 대상 물체의 분자들을 해체하여 전송한 후에 다른 쪽에 복원하는 과정 등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고 있다.

공간이동을 소재로 한 비교적 최근의 영화로는 국내에서도 개봉한 ‘점퍼(Jumper; 2008)’를 들 수 있다. 신예 SF작가인 스티븐 굴드의 동명 베스트셀러 소설을 덕 라이만이 감독한 이 영화는, 뉴욕, 도쿄, 로마, 이집트 등 원하는 곳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점퍼’들의 활약과 이들을 처단하기 위해 비밀리에 조직된 ‘팔라딘’과의 수천 년에 걸친 쫓고 쫓기는 싸움을 보여준다.

공간이동에 대한 과학적인 묘사보다는 화려한 액션이 주요 볼거리인 이 영화는 평단으로부터는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듯하다.

그렇다면 이들 영화에 나온 순간적 공간이동 즉 ‘원격전송(Teleportation)’은 과학적으로 가능할 수 있을까? 원천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 예전과는 달리, 최근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부분적으로나마 원리적으로 가능한 수준이 있다.

원자 정보의 원격 전송을 나타내는 그림 ⓒ Free photo

원자 정보의 원격 전송을 나타내는 그림 ⓒ Free photo

SF영화에서나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이 같은 관념은 1993년부터 미국 IBM의 찰스 베넷 등의 과학자에 의해 ‘양자 원격전송(Quantum teleportation)’ 이론으로 정립되기 시작하였고, 이후 여러 과학자들이 빛 에너지를 이루는 광자(Photon) 혹은 일반 원자의 양자정보를 순식간에 원격 전송하는 실험에 실제로 성공한 바 있다.

다만 양자 원격전송이란 전송 대상 물체나 원자, 분자 등을 통째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고, 그 물체를 이루는 기본 정보인 양자역학적 정보들을 전송한다는 의미이다.

지난 2016년 중국은 세계 최초로 양자통신위성을 발사한 후, 1200㎞ 이상 떨어진 지역에 양자 정보를 순간이동 시키는 실험에 성공하여 작년 6월 사이언스지에 발표하기도 하였다.

사이언스지 표지에 소개된 중국의 양자 원격전송 실험 ⓒ 사이언스

사이언스지 표지에 소개된 중국의 양자 원격전송 실험 ⓒ 사이언스

올해 초에는 7600km 떨어진 베이징과 비엔나 사이에서 이미지 파일의 양자정보를 주고받는 원격전송 실험도 성공시킨 바 있다.

그런데 만약 사람의 몸을 이루는 정보들을 전송하자면 어떻게 될까? 여기에 대해서는 물리학자 로렌스 M 크라우스가 1995년에 낸 교양과학 베스트셀러 ‘스타트렉의 물리학’에서 상세히 다루고 있다.

즉 인간 신체의 정보를 전송하자면, 그 설계도라 할 수 있는 DNA 정보뿐 아니라, 이를 이루는 원자 단위의 정보까지 모두 전송해야할 것이다. 인간의 몸은 대략 1028 개의 원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들 원자들의 모든 정보를 저장하려면 현행 컴퓨터의 저장 용량을 고려할 때에 도저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수준이다.

또한 이 정도의 정보를 전송하려면 현재의 전송기술 수준으로는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더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한다.

따라서 인체 정보의 구성과 저장, 전송부터가 불가능한 셈이다. 또한 앞으로 정보 처리 및 전송 등의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여 정보의 전송은 어느 정도 가능해진다고 해도, 더 큰 문제가 남는다.

즉 전송을 위하여 인체를 이루는 입자들을 원자 수준 이하로 해체하기 위하해서는, 그들을 단단히 결속시키는 결합 에너지 이상의 막대한 에너지를 투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이는 추산하기조차 어려울 정도의 에너지 양일뿐 아니라, 더구나 해체된 입자들을 전송하기 위하여 가속하는 데에 드는 에너지 역시 별도로 고려해야만 할 것이다.

또한 성공적으로 전송했다고 해도, 이후 다시 사람 몸의 형태로 결합하는 문제도 적당할 해결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결국 원격 전송이란 물체의 양자정보를 전송하는 실험은 가능할지 몰라도, 사람을 순식간에 이동시킨다는 것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양자전송은 사람이나 물체의 순간이동보다는, 양자암호통신 등 차세대 암호체계나 통신기술에 응용될 전망이다.

순간이동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점퍼의 포스터 ⓒ 20세기폭스코리아

순간이동을 하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 점퍼의 포스터 ⓒ 20세기폭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