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어려운 물리 과목은?

과학기술 넘나들기(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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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생뚱맞은 얘기인지도 모르지만, 몇 년 전 필자가 운영위원으로 몸 담고 있는 과학기술단체의 게시판에 “가장 어려운 물리학 교과목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이 올라온 적이 있다.

필자가 답글을 달기도 전에 여러 회원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응답은 바로 ‘일반물리학’이었고, 필자 역시 같은 생각이었다.

난해하기 그지없는 물리학 과목이 수두룩할 텐데, 물리학과뿐 아니라 상당수의 이공계 학과에서도 1학년 때에 배우는 기초물리학인 일반물리학이 가장 어렵다니, 농담으로 하는 얘기 아니냐고 반문할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장난삼아 가볍게 하는 얘기가 아니라, 매우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일반물리학이 가장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일반물리학에는 고전역학, 전자기학, 광학, 통계역학 등 물리학 전반에 걸쳐서 거의 모든 내용들이 망라되어 있을 뿐 아니라,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까지 일부 포함되어 있다.

더구나 이런 내용들을 미분방정식이나 복소변수함수론 등의 편리한 수학적 수단 없이 그저 고등학교 또는 대학 1학년 수준의 기초적 수학을 통하여 설명하고 이해해야만 한다.

그러니 일반물리학이 어찌 가장 어려운 과목이 아니라 할 것인가?

뉴턴의 대표적 저서 프린키피아의 표지 ⓒ Free photo

뉴턴의 대표적 저서 프린키피아의 표지 ⓒ Free photo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의 저서 프린키피아(Philosophiae Naturalis Principia Mathematica;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는 뉴턴의 역학 및 만유인력 법칙을 체계화하여 저술한 것으로서, 과학의 역사를 통틀어서 매우 중요한 책으로 꼽힌다.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에 어느 정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뉴턴이 프린키피아에서 미적분을 활용하여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을 것이라 생각하기 쉬울 것이다.

뉴턴이 미적분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속도 함수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되는 등 자신의 이론을 미적분으로 표현하면 훨씬 명확히 이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방대한 프린키피아의 어느 곳에도 미적분은 나오지 않는다.

일부 미적분과 유사한 극한개념 등을 차용한 듯한 대목은 있지만, 뉴턴은 역학 법칙과 만유인력 법칙을 설명하면서 미적분학을 거의 동원하지 않았다.

프린키피아가 처음 나온 해가 1686년 무렵으로서 그 당시로서는 미적분법 역시 초기 단계였을 것이므로 당대 사람들의 이해력을 고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뉴턴의 초상화 1689년 ⓒ Free photo

뉴턴의 초상화 1689년 ⓒ Free photo

사실 뉴턴이 미적분을 발견하고 발전시킨 계기가 바로 자신의 역학 이론을 보다 정교하기 설명하기 위해서이다.

특히 만유인력의 법칙에 대한 설명에서, 지구와 같이 커다란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어디로 특정하여 공식을 적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있어서, 뉴턴은 지구의 중심에 모든 질량이 뭉쳐있다고 가정할 수 있다는 생각을 일찍부터 해온 듯하다.

그러나 당시의 수학으로는 이를 제대로 설명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 결국 자신이 창안한 적분법을 써서 증명할 수 있었으며, 이 문제는 필자가 앞서 언급한 ‘일반물리학’ 교과서에도 중요한 대목으로 나온다.

뉴턴이 나중에는 미적분법의 최초 발견자를 놓고 동시대의 수학자 라이프니츠(Gottflied Wilhelm Liebniz; 1646-1716)와 격렬한 우선권 논쟁을 벌이기는 했지만, 처음에는 편지 왕래 등을 통하여 함께 미적분법을 발전시켜 나아갔다.

뉴턴이 당시에 유행하던 일종의 수수께끼 문자인 아나그램으로 미적분 개념을 설명했는데, 그것은 라틴어로 ‘임의의 유량(변수)을 포함하는 방정식이 주어졌을 때, 그 유율(미분계수)을 찾아내는 일 및 그 반대’를 뜻한다고 한다. 즉 뉴턴의 운동방정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대목인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뉴턴은 이 저서에서 물체의 운동 및 천체의 운동, 케플러가 언급한 행성의 타원궤도 문제 등을 유클리드 기하학 등 당시에 알려진 수학적 수단만을 사용하여 설명하였다. 그 책에서 동원된 가장 수준 높은(?) 고등 수학이 ‘아폴로니우스의 원’ 정도일 것이다.

아폴로니우스의 원 ⓒ Free photo

아폴로니우스의 원 ⓒ Free photo

따라서 오늘날의 물리학도들이 프린키피아를 정독한다면, 미적분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도리어 훨씬 이해하기가 어려울 수 있으며, 매우 따분하고 지루한 시간 낭비라 느껴질 수도 있다.

수학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고등학교 때에 미적분 때문에 치를 떨었을(?) 이들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수준 높은 수학적 개념을 이해하기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겠으나, 도리어 미적분 개념을 적용하지 않고 문제를 풀면 훨씬 어렵고 복잡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물론 미적분법을 적용하지 않으면 아예 해결이 불가능한 문제도 매우 많을 것이다.

원주율, 즉 파이(π)의 역사를 한번 예로 들어 설명할 필요가 있겠다. 원주율을 3.14…의 소수점 이하 두 자리까지 계산해 낸 아르키메데스(Archimedes; B. C. 287?-212) 이래로, 대부분의 수학자들이 정확한 원주율 값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한 방법은 무수히 많은 삼각형이나 다각형들을 원에 내접, 외접시켜가면서 원의 넓이를 구하는 방식이었다.

중국의 수학자 조충지(祖沖之; 429-500)가 π = 3.1415926… 까지의 값을 얻기 위해 적어도 수백각형 이상을 계산해야 했으며, 그 이후 유럽의 수학자들 역시 보다 정확한 원주율 값을 구하기 위하여 무려 수십만각형까지 계산해야 했다.

정밀한 원주율을 계산한 중국의 수학자 조충지 ⓒ Kaede

정밀한 원주율을 계산한 중국의 수학자 조충지 ⓒ Kaede

그러나 이런 방법으로 거의 평생을 바쳐서 계산한 원주율 값은 소수점 이하 10자리 또는 30여 자리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뉴턴과 라이프니츠에 의해 미적분법이 개발된 후, 수학자들은 이것을 써서 한결 수월하게 원주율을 계산할 수 있었고, 이를 위한 여러 공식들도 발견되었다.

손 계산에 의해 가장 긴 원주율을 계산해 낸 사람은 영국의 수학자 샹크스(William Shanks; 1812-1882)로서, 1873년경에 소수점 이하 707자리까지 π의 값을 계산해 내었다.

다만 후대에 컴퓨터로 검산해본 결과, 샹크스의 원주율은 소수점 이하 528자리까지는 정확히 맞았으나, 그 뒤부터는 틀렸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는 하였다.

필자가 처음에 언급한 ‘어렵다.’는 개념에 대한 생각을 달리할 수도 있겠으나, 아무튼 상위의 고등 개념을 동원하지 않고 기존의 쉬운(?) 방법만으로 문제를 푼다는 것이 훨씬 힘들고 복잡한 일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