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을 알려주마 1.5 : 분광학(Spectroscopy) 上


2019-01-1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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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혁명기(Quantum revolution)의 태동을 알린 것은 1925년 하이젠베르크의 행렬역학(Matrix mechanics)의 등장이었고, 이 행렬역학은 다름 아닌 분광학의 실험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탄생하였다. 그만큼 이 시기 양자역학의 흐름을 따라가는 데 있어서 분광학에 대한 이해는 많은 도움이 된다.

 

 

 

분광학(Spectroscopy)

 

분광학(分光學, spectroscopy)은 ‘스펙트럼 연구’라고도 볼 수 있는데, 한 예로 태양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면 흰빛(white light)이 순수한 빛이 아니라 빨주노초파남보의 혼합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 결과물인 빨주노초파남보가 바로 태양빛이 프리즘을 통과하며 만들어 내는 스펙트럼(spectrum)이다. 분광학은 이 결과물인 스펙트럼을 보고 '대상이 되는 물질'(이 경우에는 프리즘을 통과하기 전의 태양빛)이 무엇으로 또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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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빛의 프리즘 통과>

 

최근 미디어를 통해 알려진 입자물리학의 커다란 소식 중 하나는 2012년 7월 4일에 발표된 힉스 보손 입자(Higgs boson)의 발견이었다. 프랑스-스위스 국경 지역에 위치한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에서 이루어진 이 발견도 입자들을 매우 빠른 속도로 충돌시킨 다음 그 결과물을 분석하여 충돌시 어떤 입자들이 만들어졌는지를 되짚어가는, 다름 아닌 분광학의 원리에 기초한 발견이었다.

 

다만 아래 세 사진 중 오른편에서 볼 수 있듯이 충돌하는 과정에서 적어도 10,000개 이상의 입자들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 속에서 힉스 입자를 찾아내는 일은 태양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는 실험에 비해 고도의 분석 기술을 요구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분광학의 원리가 자연법칙을 알아가는 데 있어 그 적용 범위가 매우 넓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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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바라본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 - 왼쪽,

사진에서 빨간색으로 표시된 링은 실제 지하 100m 속에 묻혀있고 그 길이는 27km에 달한다.

가운데 사진은 링의 실제 모습. 오른쪽 사진은 충돌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많은 입자들의 자취>

 

이러한 분광학에 대해 다음과 같이 네 가지 시기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 분광학의 유래 (1666-1672)

 

- 초기 분광학 (1750-1814)

 

- 분광학의 황금기 (1820-1870)

 

- 이후 양자역학에 이르기까지 (1870-1900)

 

분광학 첫 번째 이야기에서는 처음 세 시기를 다루고, 네 번째 부분은 약간의 수학적 설명을 동반하기에 두 번째 이야기에서 자세히 살펴보자.

 

 

 

(1) 분광학의 유래 (1666 - 1672)

 

분광학(spectroscopy)은 뉴턴(Isaac Newton, 1642-1727)에 의해 탄생한 학문으로, 위에 언급한 프리즘 실험도 바로 뉴턴이 1666-1672년 처음 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뉴턴은 이미 중력의 발견, 미적분의 발견, 뉴턴의 법칙으로도 유명한데, 이러한 광학(optics)에도 영향을 미친 것을 보면, 뉴턴이 왜 고전물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지, 물리학의 역사가 왜 뉴턴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지 잘 알 수 있다.)

 

이후 분광학 연구의 대상은 빛에서 다른 전자기파 및 입자들로 일반화되는데, ‘빛을 나눈다’는 의미를 지닌 분광(分光)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분광학의 유래가 되는 뉴턴의 프리즘 실험을 잘 반영한다.

 

프리즘 실험에서 뉴턴의 사고를 조금 더 따라가 보자. 뉴턴은 자신의 방에서 프리즘 실험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방 창문에서 아주 작은 틈을 제외한 채 나머지를 모두 가리고, 그 작은 틈을 통해 들어오는 태양빛을 프리즘에 통과시키는 실험이었다. 그 결과 맞은편 벽에 무지갯빛이 생기는 것을 보고 태양빛이 한 가지 색이 아니라 무지갯빛의 색이 혼합된 것이라는 사실을 처음 발견하게 된다.

 

이 무지갯빛에 스펙트럼(spectrum)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도 뉴턴이었다. 스펙트럼(specturm)은 라틴어로 이미지(image)라는 뜻이라고 한다. 사실 무지개를 관찰하면 수도 없이 많은 빛들이 있다. 뉴턴은 이를 유독 ‘빨주노초파남보’라는 7가지 색으로 구분하는데,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7이라는 숫자를 신비하게 여긴 믿음 때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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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66-1672년 무렵, 자신의 컬리지 방에서 작은 구멍을 통해 태양빛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연구하는 뉴턴(Isaac Newton)>

 

허나 여기서 멈출 뉴턴이 아니었다. 뉴턴은 ‘겉으로는 단순하게 보인 저 흰빛이 이처럼 여러 가지 색의 혼합이라면, 저 벽에 비친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등을 구성하는 빛은 무엇일까?’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프리즘 하나를 더 준비한 뉴턴은 이번에는 첫 번째 프리즘을 통과한 태양빛 중 빨간색만 남겨두고 나머지 색들을 모두 가린다. 그리고 남겨진 빨간색만 두 번째 프리즘에 통과시키는 실험을 한다. 그러나 두 번째 프리즘을 통과한 빨간 빛은 더이상 다른 색으로 분산(dispersion)되지 않고, 벽에는 여전히 빨간색만 남게 된다. 뉴턴은 이로써 빨간색은 태양빛과 달리 혼합색이 아닌 단색(monochromatic colour)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곧이어 다른 색에도 같은 실험을 적용해 보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뉴턴은 빨주노초파남보 등 흰빛을 구성하는 색들은 더이상 다른 색으로 구성되지 않은 단색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고, 1672년 영국 왕립학회(Royal society)에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그 외 광학에 대한 연구는 1704년 자신의 저서 『광학(Opticks)』을 통해 세상에 알린다.

 

(앞서 뉴턴이 무지개를 7색으로 구분한 이유로 고대 그리스로부터 내려오는 '숫자 7을 신비하게 여기는 믿음'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바로 그의 저서 『광학(Opticks)』에 등장하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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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프리즘이 들려있는 뉴턴의 동상과 1704년 저서 『광학(Optic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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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에서 빨간색만을 분리하여 빨간색이 혼합색이 아닌 단색임을 보여주는 뉴턴의 실험>

 

뉴턴 이후 분광학은 80년 가까이 이렇다 할 발전 없이 다소 조용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그러던 1750년 무렵 화학 원소, 특히 기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면서 분광학은 그 초기 발전사를 맞이하게 된다.

 

 

 

(2) 초기 분광학 (1750 - 1814)

 

당시 과학계의 상황을 잠시 살펴보면, 1460년경 시작된 르네상스는 학문의 초점을 신에게서 인간으로 옮긴다. 이러한 변화의 물결에서 과학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1543년 폴란드 천문학자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 - 1543)의 지동설 발표와 함께 2천 년 가까이 믿어 온 천동설에 금이 가기 시작하고, 이 시기는 과학혁명(Scientific Revolution) 또는 과학 르네상스(Scientific Renaissance)의 시작점이 된다. 1687년 뉴턴의 『프린키피아(Principia)』 출판과 함께 정점에 이른 과학혁명은 물리학을 비롯하여 화학, 생물, 천문학 등 인간의 자연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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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에는 코페르니쿠스와 지동설이 담긴 저서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 오른쪽에는 뉴턴과 『프린키피아(Principia)』>

 

고대 그리스부터 믿어져 온 4원소설(four elements)은 우주를 이루는 근본 물질이 물(water), 불(fire), 공기(air), 흙(earth)이라고 이해했지만 1754년 스코틀랜드 화학자 조세프 블랙(Joseph Black, 1728-1799)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발견되면서 공기(air)가 더이상 순수한 근본 물질이 아닌 혼합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금, 은, 구리 등 다양한 금속들이 이미 그리스 시대 이전부터 발견 및 사용되어 왔지만 ‘다양한 금속들도 그저 4원소(불, 물, 공기, 흙)가 형태만 바꾼 것’이라는 관점을 반박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가 되진 못했다. 반면 이산화탄소의 발견은 4원소 중 하나인 공기(air) 자체가 더이상 근본 물질이 아닌 혼합물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단서로 그 성격이 판이하게 달랐다. 나아가

 

- 1766년 영국 물리·화학자 캐번디쉬(Henry Cavendish, 1731-1810)에 의해 수소가 발견되고,

 

- 1773년 스웨덴 화학자 쉘러(Carl Wilhelm Scheele, 1742-1786)와 1774년 영국 화학자 프리슬리(Joseph Priestley, 1733-1804)에 의해 산소가 발견되면서 4원소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발견들은 프랑스 화학자 라보아지에(Antoine-Laurent de Lavoisier, 1743-1794)로 이어지는 18세기 후반 화학혁명(Chemical Revolution)의 발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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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캐번디쉬, 쉘러, 프리슬리, 라보아지에>

 

여담으로 캐번디쉬는 1766년 수소를 처음 발견하고 수소의 잘 타는 성질에 기초하여 수소를 ‘가연성 기체(inflammable gas)’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는 화학혁명기(1770-1790)에 들어와 1778년경 라보아지에에 의해 수소(hydrogen)라 불리게 된다. 그리스어로 hydro는 물(water)을 뜻하고, gene은 만드는 것(producer/creator)을 뜻하여, 결국 수소(hydrogen)은 '물을 만드는 원소'라는 의미라고 한다.

 

 

 

멜빌과 방출 스펙트럼

 

이제 분광학으로 돌아가 보자. 과학혁명의 영향 아래 1750년경 스코틀랜드 천문학자 멜빌(Thomas Melvill, 1726-1753)은 당시 활발하게 진행되던 기체에 대한 연구와 뉴턴의 프리즘 실험을 융합한다. 1752년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딘버러(Edinburgh)에 있는 의학 협회(Medical Society)에서 멜빌은 「빛과 색의 관찰(Observations on light and colours)」이라는 발표를 통해 특정 원소(나트륨)를 태울 때 노란색이 관찰되는 실험 결과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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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 스펙트럼(Emission spectrum) 실험>

 

위 그림에서 가장 왼쪽에 있는 튜브에는 뜨거운 기체가 들어있고, 이 기체는 자신의 열을 빛으로 방출한다. 그때 방출되는 빛은 작은 틈(슬릿, slit)을 지나 프리즘을 통과하고 벽에 스펙트럼을 만들어낸다. 이렇게 기체가 ‘방출(emit)’하면서 만드는 스펙트럼이라 하여 ‘방출 스펙트럼(Emission spectrum)’이라고 부른다.

 

방출 스펙트럼은 각각의 원소마다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어떤 의미에서는 원소의 지문과 같다. 즉, 방출 스펙트럼을 보고서 기체 안에 어떤 원소들이 들어있는지 특정 가능하다. 아래 그림은 몇 가지 원소의 방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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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차례로 수소(H), 나트륨(Na), 헬륨(He), 네온(Ne), 수은(Hg)의 방출 스펙트럼>

 

순수한 나트륨 원소는 1807년에서야 영국 화학자 데이비(Humphry Davy, 1778-1829)에 의해 처음으로 분리되는 만큼, 1750년 당시 멜빌은 이 원소가 나트륨(Sodium)이라는 것까지는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무언가 태울 때 스펙트럼이 생긴다는 그의 관찰은 방출 분광학(Emission spectroscopy)의 시초가 된다. 이 업적을 뒤로한 채 멜빌은 발표 이듬해인 1753년, 2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지금까지 두 가지 종류의 스펙트럼을 접했다. 이 두 가지는 뉴턴의 프리즘 실험에서처럼 스펙트럼이 연속적으로 나타나는 연속 스펙트럼(Continuous spectrum)과 멜빌의 실험에서처럼 원소가 방출하는 빛이 보이는 방출 스펙트럼(Emission spectrum)이다. 분광학에는 총 3종류의 스펙트럼이 있는데, 세 번째 종류인 흡수 스펙트럼(Absorption spectrum)은 1814년 독일의 유리 세공사 프라운호퍼(Joseph Ritter von Fraunhofer, 1787-1826)에 의해 발견된다.

 

 

 

프라운호퍼와 흡수 스펙트럼

 

1788년 11살의 나이로 고아가 된 프라운호퍼는 독일 뮌헨 지역의 유리 세공 공장에서 일하게 되는데, 3년 후 14살이 된 1801년에는 일하던 공장이 무너지고 그 잔해에 깔리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당시 사고 현장은 바이에른(Bayern) 주(州)의 맥스밀리언 1세 왕자(Maximilian I Joseph)에 의해 수습되고, 이때 맥스밀리언 왕자는 사고를 당한 프라운호퍼에게 회복하는 동안 쉬면서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을 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프라운호퍼는 우츠슈나이더(Joseph Utzschneider)라는 후원자도 얻게 되어 공장에서 일하면서 공부도 할 수 있게 된다.

 

어려서부터 유리 세공술을 연마한 프라운호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정교한 솜씨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훗날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 당대 최고의 실험 과학자가 된 영국 물리학자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1867)와 유사한 점이 많아 비교되기도 하는데, 패러데이도 학교 교육 없이 14세 때부터 7년간 책 제본사로 일하는 동안 읽은 과학책들을 통해 과학지식을 얻고 이후 전자기와 관련된 수많은 발견을 함으로써 1833년 42살의 나이로 런던의 로열 인스티튜션(Royal Institution)의 수장 격 교수(Fullerian Professor)가 된다. 이후 물리학에 미친 영향을 떠나 유리, 렌즈 작업만을 놓고 보면 당대 최고의 실험물리학자로 꼽히던 패러데이조차 프라운호퍼의 정밀함을 따라가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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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운호퍼(Joseph Ritter von Fraunhofer, 1787 - 1826, 왼쪽)와 패러데이(Michael Faraday, 1791 - 1867, 오른쪽)>

 

1814년 어느 날, 프라운호퍼는 뉴턴과 유사한 프리즘 실험을 한다. 자신의 정교한 유리 세공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망원경을 통해 바라본 태양빛의 스펙트럼 속에서 프라운호퍼는 뉴턴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검은 선(dark lines)을 찾아내게 된다.

 

(이보다 앞선 1802년에 영국 화학·물리학자 월라스톤(William Hyde Wollaston, 1766-1828)도 이 선들을 발견하지만, 월라스톤은 이 검은 선들이 다양한 색 사이의 경계선, 가령 빨간색과 노란색 사이의 경계선이라고 잘못 이해한다. 대신 월라스톤은 1802년 원자번호 46인 팔라듐(Pd)과 1804년 원자번호 45인 로듐(Rh)을 발견하여 역사에 그 이름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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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수 스펙트럼(Absorption spectrum) 실험>

 

방출 스펙트럼과 흡수 스펙트럼은 기체로부터 빛이 나오느냐, 전구에서 나온 빛이 도리어 기체를 통과하면서 흡수되느냐 하는 단 하나의 차이점을 가진다. 다시 말해, 위 그림에서처럼

 

- 광원(그림 좌측 하단에 Hot bulb라고 되어있는 뜨거운 전구)으로부터 나온 빛이

 

- 방출 스펙트럼 때와는 달리 작은 틈(슬릿/slit)을 통과하기 전에 차가운 기체를 지나고

 

- 이때 차가운 기체가 빛의 일부를 흡수하면서

 

- 흡수된 부분이 스펙트럼의 검은 선(dark lines)으로 나타나면

 

그것이 곧 흡수 스펙트럼(absorption spectrum)이 된다. 방출 스펙트럼과 마찬가지로 흡수 스펙트럼도 기체에 어떤 원소가 들어있는지 알려주는 원소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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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실험을 설명하는 프라운호퍼와 그가 발견한 태양빛 스펙트럼의 프라운호퍼 선들>

 

프라운호퍼가 태양빛 스펙트럼에서 발견한 검은 선들은 태양 내부에서 발생된 빛의 일부가 태양의 표면을 통과하면서 그 표면을 구성하는 원소들에 의해 흡수된 것을 보여주는 선들이다. 1814년 당시 프라운호퍼는 태양빛 스펙트럼 속에서 이러한 선 547개를 기록했고(요즘 기술로는 태양빛 스펙트럼에서 100만 개가 넘는 선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이는 훗날 태양이 어떠한 원소들로 구성되는지 밝히는 데 단초를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그가 기록한 선들은 프라운호퍼 선(Fraunhofer lines)이라 불리게 되고, 지난 1987년 독일 우체국은 프라운호퍼 탄생 200주년을 맞이하여 그의 업적을 기리는 우표를 발행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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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운호퍼 선을 담고 있는 프라운호퍼 200주년 기념우표>

 

우표 하단에는 ‘Joseph von Fraunhofer, Optiker und Physiker, 1787-1826, Deutsche Bundespost’라고 적혀있다. Optiker und Physiker (Optician and Physicist)는 ‘광학자이자 물리학자’라는 뜻이고, Deutsche Bundespost는 ‘독일 우체국’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당시 유리 세공사에게 가장 흔한 질병이 중금속 중독이었다고 하는데, 프라운호퍼도 이를 피해 가지 못하고 1826년 3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지금까지 세 인물과 함께 세 가지 종류의 스펙트럼을 살펴보았다. 다시 정리해보면,

 

① 연속 스펙트럼: 1666-1672년경 뉴턴의 프리즘 실험(프리즘을 통과한 태양빛은 빨주노초파남보의 연속된 스펙트럼을 보임)

 

② 방출 스펙트럼: 1750년경 멜빌의 연소 실험(원소가 뜨거워지면서 스펙트럼에 특정한 선을 보임)

 

③ 흡수 스펙트럼: 1814년 프라운호퍼의 실험(태양빛을 자세히 관찰하면 태양을 구성하는 원소에 의해 빛이 흡수되어, 연속으로 보이는 스펙트럼 사이사이에 검은 선들이 나타남)

 

 

 

(3) 분광학의 황금기 (1820 - 1870)

 

멜빌과 프라운호퍼의 발견을 이어받아 두 영국 과학자 허첼(John Herschel, 1792-1871)과 탈봇(Henry Fox Talbot, 1800-1877)은 1820년대를 지나며 각기 방출 분광학을 보다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간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photography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사람 허첼은 1800년, 빛과 열의 관계에 대한 실험을 하던 중 빨간색보다 그 옆 아무런 색도 보이지 않는 곳에 둔 온도계의 온도가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을 보고 적외선(infrared)을 발견하게 된다. 이듬해인 1801년, 독일 물리·화학자 리터(Johann Wilhelm Ritter, 1776-1810)는 보라색 옆에서 염화은(silver chloride)이 태양빛에 의해 어두워지는 현상을 관찰하며 자외선(ultraviolet)을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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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첼(John Herschel, 왼쪽), 탈봇(Henry Fox Talbot, 가운데), 리터(Johann Wilhelm Ritter, 오른쪽)>

 

이후 19세기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 1835년 영국 물리학자 휘트스톤(Charles Wheatstone, 1802-1875, ‘휘트스톤 다리’의 그 휘트스톤)

 

- 1849년 프랑스 물리학자 푸코(Léon Foucault, 1819-1868, ‘푸코의 진자’의 그 푸코)

 

- 1853년 스웨덴 물리학자 옹스트롬(Anders Jonas Ångström, 1814-1874, 훗날 1옹스트롬은 0.1나노미터를 일컫는 단위가 된다)

에 의해 각기 다른 물질은 자기만의 독특한 방출, 흡수 스펙트럼을 지니고, 나아가 이 두 스펙트럼이 같은 정보를 담고 있다는 것이 관찰된다. (앞서 방출 스펙트럼과 흡수 스펙트럼이 원소의 지문과 같은 역할을 한다고 언급한 것이 처음 관찰된 시기가 이때다)

 

한 예로 아래 그림은 수소(hydrogen)의 방출 스펙트럼과 흡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데, 방출 스펙트럼의 빛과 흡수 스펙트럼의 검은 선(dark lines)들이 정확히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1850년대는 아직 이 두 가지 스펙트럼이 만들어지는 원리가 파악된 시기는 아니지만(정확한 원리는 1화에서 접한 '보어의 원자 모형'이 등장한 1913년 이후다) 두 가지 스펙트럼이 일치하는 데서 스펙트럼과 기체의 고유한 특성 사이에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가능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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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의 방출 스펙트럼과 흡수 스펙트럼>

 

방출과 흡수 사이의 관계는 1859-1860년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물리학자 키르히호프(Gustav Robert Kirchhoff, 1824-1887)에 의해 ‘키르히호프의 열 복사 법칙(Kirchhoff’s law of thermal radiation)’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 법칙은 '흡수를 잘하는 물질이 방출도 잘한다'고 요약될 수 있는데, 이는 어느 물체가 빛을 흡수하면 그 물체가 가진 에너지가 높아지게 되고 높아진 에너지가 다시 빛의 형태로 방출되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키르히호프는 이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켜 물체에 비춰지는 모든 빛을 흡수하고, 다시 그 에너지를 전부 방출하는 가상의 물체를 떠올린다. 이 물체에 비춰지는 모든 빛이 흡수됨에 따라 물체의 색은 검게 보일 테니, 키르히호프는 이를 흑체(black body)라 이름한다. 지난 1화에서 플랑크가 '에너지 양자' 아이디어를 처음 떠올린 것이 바로 흑체 연구에서 였음을 접했는데, 1860년 흑체라는 가상의 물체를 처음 소개한 사람이 바로 키르히호프다.

 

키르히호프는 1860년 하이델베르크의 동료 화학자 번슨(Robert Bunsen, 1811-1899)과의 스펙트럼 연구를 통해 원소마다 고유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보다 견고하게 확립하고, 스펙트럼을 통해 원소를 특정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분광학이 원소 연구의 중요한 도구가 되는 결정적 근거를 마련한다. 그리고 이들의 연구는 다음과 같이 ‘키르히호프의 분광학 세 법칙(Kirchhoff’s three laws of spectroscopy)’이라는 이름으로 정립된다.

 

(키르히호프의 이름을 딴 법칙으로는 앞서 언급한 ‘열 복사 법칙(thermal radiation)’과 그가 1845년에 발견한 두 가지의 ‘키르히호프의 전기회로 법칙(Kirchhoff’s circuit laws)’도 있으니 헷갈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① 높은 압력이 가해진 발열하는 고체, 액체 또는 기체는 연속 스펙트럼을 방출한다.

 

② 뜨거운 기체는 방출선(emission lines)을 방출하며, 방출 스펙트럼 선의 수와 파장(wavelength)은 기체에 있는 원소에 따라 달라진다.

 

③ 연속 스펙트럼의 빛이 온도가 낮은 기체를 통과할 경우, 이 차가운 기체에 의해 흡수선(absorption lines)이 생긴다. 흡수선의 위치와 세기 및 그 흡수선 수는 차가운 기체에 있는 원소에 따라 달라진다.

 

여기 사용된 표현들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으나 앞서 다룬 세 종류의 스펙트럼에 대한 설명을 요약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스펙트럼의 종류를 세 가지로 나누는 것이 바로 이 시기에 정립된 키르히호프의 분류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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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히호프(Gustav Robert Kirchhoff, 왼쪽), 번슨(Robert Bunsen, 가운데), 키르히호프와 번슨이 함께 찍은 사진(오른쪽)>

 

방출 스펙트럼 연구에는 물체에 열을 가하는 작업이 필요한데, 1855년경 번슨은 그의 실험실 조수였던 드사가(Peter Desaga)와 함께 온도가 높고 깨끗한 불을 제공하는 실험 도구를 제작했고, 이 도구로 인해 분광학 연구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는데 이 도구는 ‘번슨 버너(Bunsen burner)’의 시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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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에서 사용되는 번슨 버너>

 

지금까지 살펴본 분광학의 황금기(1820- 1870)의 중심 내용은

 

- 1835-1853년 휘트스톤, 푸코, 옹스트롬의 관찰

 

- 1859-1860년 키르히호프, 번슨의 연구를 통해 ‘원소마다 고유한 스펙트럼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원소에게 있어 스펙트럼은 식별 가능한 지문과도 같으며, 이는 스펙트럼 분석을 통해 물질 속에 어떠한 원소들이 있는지 규명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이 원리를 통해 분광학은 원소 연구의 중요한 도구로 자리잡게 된다. 키르히호프와 번슨의 공로를 기념하기 위해 독일 응용 분광학 협회(the German Working Group for Applied Spectroscopy)에서는 1990년부터 ‘번슨-키르히호프 상(Bunsen–Kirchhoff Award)’을 통해 매년 분석 분광학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황금기를 지나서

 

앞서 등장한 스웨덴 물리학자 옹스트롬(Anders Jonas Ångström, 1814-1874)은

 

- 1853년 수소의 방출 스펙트럼 선 하나를 관찰하고

 

- 1861-1862년에 이르러 3개의 선을 더 관찰한다.

 

1861년부터 태양의 흡수 스펙트럼을 연구하기 시작한 옹스트롬은 1862년 태양 스펙트럼 속에서 수소 스펙트럼과 동일한 선을 발견하여 수소가 태양을 구성하고 있음을 밝혀낸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태양의 구성 물질을 알게 된 시작점이다.

 

앞서 방출 스펙트럼 설명에서 등장한 그림을 보면 4개의 선이 등장하는데, 이 4개의 선이 바로 옹스트롬이 관찰하고 태양 속 수소의 존재를 알아내는 단서가 되는 선들이다. 이 4개의 선은 1885년 스위스 수학자 발머(Johann Jakob Balmer, 1825-1898)의 수소 스펙트럼 분석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다음 이야기에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옹스트롬은 몇 년에 걸쳐 태양의 흡수 스펙트럼에서 1,000여 개의 선을 발견하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1868년 저서 『태양 스펙트럼 연구(Recherches sur le Spectre Solaire)』를 통해 편찬한다. 그리고 이 책은 오늘날까지 분광학 및 태양 스펙트럼 연구의 고전으로 남아있다. 옹스트롬은 흡수 스펙트럼을 10^-8 cm, 즉 0.00000001cm의 단위로 기록하는데, 이 단위는 훗날 옹스트롬(Å)이라 불리게 된다.

 

1868년 8월 18일 프랑스 천문학자 얀센(Jules Janssen, 1824-1907)은 태양의 스펙트럼에서 노란 선을 발견하고 처음에는 이를 나트륨에 의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같은 해 10월 20일 영국 천문학자 로키어(Norman Lockyer, 1836-1920)는 이 노란 선이 나트륨의 선과 비슷하긴 하지만 정밀히 관찰하면 다르다는 것을 밝히고, 지구상에는 없는 원소가 태양 속에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운다. 로키어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논의하던 영국 화학자 프랑클랜드(Edward Frankland, 1825 - 1899)와 함께, 태양을 뜻하는 그리스어 helios에서 이름을 가져와 이 새로운 원소를 헬륨(helium)이라 부르기 시작한다(로키어는 오늘날 가장 영향력이 높은 과학 저널 중 하나인 네이쳐(Nature)지를 만든 사람이기도 하다).

 

1881년 이탈리아 기상학자 팔미에리(Luigi Palmieri, 1807-1896)는 화산 분출물에서 헬륨의 방출 스펙트럼을 발견하게 되고, 1895년 스코틀랜드 화학자 람지(William Ramsay, 1852-1916)에 의해 지구상에서 처음으로 헬륨 가스가 분리된다.

 

이때 람지가 기록한 헬륨 가스의 방출 선들은 로키어에게 보내지고, 로키어는 이 선들이 1868년 자신이 태양 스펙트럼에서 관찰한 선들과 같다는 것을 확인한다. 이로써 람지가 분리한 기체는, 로키어와 프랑클랜드가 그로부터 27년 전 태양 속에 존재할 것이라 상상한 기체, 즉 헬륨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람지는 헬륨 외 아르곤, 네온, 크립톤, 제온 등 비활성 기체도 발견하는데, 「양자역학을 알려주마 1화」에서 레일리-진스 법칙을 통해 만난 영국 물리학자 레일리(John William Strutt, 3rd Baron Rayleigh, 1842-1919)와 아르곤을 공동 발견한 공로로 이 두 사람은 1904년 노벨물리학 상을 공동 수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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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은 왼쪽부터 얀센(Jules Janssen), 로키어(Norman Lockyer), 프랑클랜드(Edward Frankland),

아랫줄은 왼쪽부터 팔미에리(Luigi Palmieri), 람지(William Ramsay), 레일리(Lord Rayleigh)>

 

 

★ 예고

 

지금까지 분광학의 유래가 된 뉴턴의 프리즘 실험에서부터 분광학이 원소 연구의 핵심적 도구로 자리를 잡게 된 여정을 살펴보았습니다. 옹스트롬의 발견과 발머의 스펙트럼 분석은 1화에서 소개된 닐스 보어의 원자 모형과 분광학을 이어주는데, 19세기 이론물리학에서 일어난 발전과 함께 이 이야기는 분광학 두 번째 이야기(하)에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댓글로 피드백을 남겨주시면 앞으로 쓰는 글에 잘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