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속 점에 불과한 인간의 가치

김상욱 교수,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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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아무 의미 없는 우주 속에서 자신이 만든 상상 속 행복을 누리며 행복하게 사는 존재다.”

김상욱 경희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20일 마이크임팩트에서 열린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의에 첫 강연자로 참석해 ‘떨림과 울림: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 세상, 인간’을 주제로 강의했다.

양자 공부의 바이블로 평가되는 ‘김상욱의 양자 공부’의 저자이며, tvn 알쓸신잡3 등 다수 방송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이 어려워하는 물리학을 알기 쉽게 이야기 해주고 있는 김 교수는 강연을 통해 우주와 세상, 그리고 인간의 존재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다.

그는 다정한 물리학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며 강의를 시작했다. 이 자리에서 김 교수는 아무 의미 없는 우주라는 공간에 대해, 그리고 그 안에서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설명했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강의를 하며, 청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지혜/ ScienceTimes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강의를 하며, 청중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지혜/ ScienceTimes

“태양과 별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강연의 시작과 함께 청중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태양과 별의 차이점에 대해 청중 곳곳에서 대답이 나왔지만, 김 교수의 답은 예상 밖이었다.

“태양과 별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답은 바로 ‘같다’입니다. 태양은 가까이 있는 별이고, 별은 멀리 있는 별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수많은 점으로 보이는 별들이 사실은 지구와 가까워지면 태양이 되는 것 입니다.”

수많은 점으로 보이는 별과 태양이 같다는 김 교수의 이야기에 청중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김 교수가 이야기 하는 우주와 인간의 존재에서 수많은 점들은 아주 큰 의미를 가진다.

우주와 인간의 시작에 대해 이야기 하려면, 아인슈타인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인슈타인은 1915년에 ‘장 방정식’을 내놓았다. 장 방정식은 우주가 정지해 있는 것이 아니라 팽창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우주는 한 점에서 출발해서 계속 팽창해 나가고, 한 점이 시간과 공간을 탄생시킨다.

이처럼 하나의 점에서 시작한 우주, 지구, 인간을 이해하려면 게임에 스스로를 대입해 볼 수 있다. 게임 속에 있는 유닛을 인간과 비교해 보는 것이다. 게임이라는 가상 세계 속에 정의된 유닛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물리 법칙을 적용해 움직이게 만들어야 한다. 또 이들은 가상 세계 속 법칙 안에서 아주 작은 점으로 시작해 만들어졌다.

인간 또한 우주라는 텅 빈 공간 안에서 아주 작은 점인 원자로 구성된 존재일 뿐이라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김 교수는 “레고 블록으로 원하는 것을 만들 수 있듯이 우리 몸도 레고 블록과 같은 원자로 이루어졌다. 게임 속 유닛과도 같은 이야기다”라며 “인간을 이루고 있는 아주 작은 점인 원자는 땅바닥을 이루는 원자와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구상에 물질 가운데, 아주 일부만이 생명을 가진 존재가 되었다. 인간이 원자의 집합체로서 생명을 가진 것”이라며 “우주는 어떤 의미도 없고, 힘도 없다. 단지 붙었다 떨어지는 원자들의 운동만이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존재와 지구, 우주가 아무 의미 없는 존재이고, 인간은 작은 점의 집합체에 불과하다는 이론은 인간을 허무주의로 만들기도 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인간의 의미는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했다.

김 교수는 “우주는 심심한 곳이다. 계속 돌기만 하고, 끊임없이 부딪힐 뿐”이라며 “우주가 아무 의미 없는 곳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지 허무한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작은 점의 집합인 존재라도 인간에게는 감정, 본능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아무 의미 없는 우주에서 거대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존재가 인간이다”라고 덧붙였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 세상, 인간'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물리학의 눈으로 본 우주, 세상, 인간’을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김지혜/ ScienceTimes

5000만 호모사피엔스인 대한민국 사람들은 ‘돈, 평등, 자유, 사랑, 인권, 민주주의, 주식회사’ 등의 가치를 믿고, 가치에 합당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김 교수는 이 같은 가치는 인간의 상상이 만들어 낸 가치일 뿐이라고 이야기 한다.

인간은 이러한 가치를 믿고 사회를 만들고,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기도 하는 대단한 생명체라는 것이다. 이러한 가치가 실제 존재하는 지에 대해 물으면 누구도 답하기 힘들고, 인간이라는 존재를 배제하고 우주를 바라봐야 한다.

김 교수는 “우주는 한 점에서 시작했고, 인간은 원자일 뿐”이라며 “인간의 생각으로 우주에 대해서 정의하는 것은 어렵고, 인간을 배제하고 우주를 바라봐야한다”고 설명했다.

또 “인간이 만들어 낸 상상의 체계를 연구하는 학문이 인문학인데, 인간은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함께 공부해야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교수는 “우주와 인간에 대해 인간은 자신이 만든 상상의 체계 속에서 존재하지도 않는 행복이라는 상상을 누리며 살아가고 있다”면서도 “아무 의미 없는 우주라는 공간에서 의미를 부여하며 살 수 있기에 인간이 행복한 존재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한국과학창의재단은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23일까지 서울 도심 곳곳에서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열린다. 특히, 종로 마이크임팩트에서는 연구자, 과학책 저자 등과 대중이 만나는 과학 강연 프로그램인 ‘미래를 여는 과학기술’ 강연과 과학기술 및 인문 분야 등에서 종사하고 있는 유명 연사, 출연연구소 연구자가 직접 들려주는 ‘세상을 바꾸는 과학기술’ 등의 강연이 마련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