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탄생 설화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천지왕 본풀이'와 '설문대할망', '삼성신화'가 그것이다. 천지왕본풀이가 제주 큰굿의 제차인 초감제에서 불리는 천지개벽신화라면, 설문대할망의 제주창조는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설화를 통해 전해진 이야기다. 반면 삼성신화는 문헌 속에 등장하는 제주탄생신화인 셈이다. '혼인지'는 문헌 속에 등장하는 제주창조 신화 속에 삽입된 이야기다. "태고에 제주에는 사람이 없더니, 세 신인이 한라산 기슭 모흥혈(毛興穴)에서 솟아났다. 이들 세 신인은 날마다 사냥을 하면서 가죽옷을 입고 육식으로 살아가고 있었는데, 하루는 자줏빛 흙으로 봉해진 목함(木函)이 동녘 바닷가에 떠오르는 것을 보고 그 목함을 열었더니 안에는 석함이 있고 자줏빛 옷에 붉은 띠를 두른 사자가 나타났다. 다시 그 석함을 여니 푸른 옷을 입은 세 처녀와 송아지, 망아지, 그리고 오곡의 씨앗이 나왔다. 세 신인은 세 처녀를 배필로 정하고 물 좋고 기름진 터에 이르러 활을 쏘아서 거처할 곳을 정하였다. 이들은 오곡을 뿌리고 소와 말은 날로 번창하게 되었다." 이상의 예에서 보이듯 혼인지는 모흥혈에서 태어난 고 양 부 세 신인이 전도를 떠도는 수렵생활을 하다 온평리 마을에 이르렀을 때 우연히 바다에서 떠오른 목함속의 아리따운 세 공주를 맞아 결혼을 올렸다는 신비한 전설을 품고 있는 곳이다. 혼인지는 남제주군 성산읍 온평리에서 한라산 방면으로 500m쯤 올라가면 있다. '碧浪國 三公主 追達碑'라는 비석이 서 있고, 그 비석이 있는 곳으로 안쪽으로 조금 들어가면 500평 규모의 연못이 나오는데 봄부터 가을까지 하얀색과 분홍색 수련이 곱게 피어 혼인지를 찾은 이들을 즐겁게 해준다. 연못 뒤로 난 숲 속에는 세 공주가 삼을나와 결혼해 첫날밤을 보냈다는 굴이 남아있다.
오곡과 망아지와 송아지를 갖고 온 세 공주의 등장은 수렵사회였던 제주도가 농업사회로 전환됐다는 것을 시사하는데 송당리 본풀이에 등장하는 내방신 백주또가 오곡의 종자를 갖고 입도했다는 이야기와 궤를 같이한다. 1971년 8월 26일 제주도지방기념물 제17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