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릴 수 있는 힘/이유토
하늬바람에 이리저리 굴러다니는 갈잎소리가 들릴 때 왠지 쓸쓸하기도 하고 외롭기도 하다. 외로울 때는 그 외로움을 채워줄 수 있는 것을 찾게 된다. 그것은 사랑일 수도 있고, 멀리 떠난 사람일 수도 있다. 이 땅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은 외로울 것이다. 외로운 자만이 그 외로운 자리에 사랑으로 채워지기를 원한다. 그래서 멀리 간 사람도 좋아하게 되고, 소식 전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소식을 전하게 된다. 이런 사실은 오랜 기다림으로 이루어진다. 기다릴 수 있는 힘이 무엇인가 그 비결은 양현주의 「갈잎소리에 그대가 그립다」에서 찾아본다.
홍시가 익을 때까지
푸른 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은
감이 아니라 실은 오랜 기다림이었다
눈물을 내주고서야
오래 참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숲을 헤집는 갈잎소리
명치끝에 걸려 고갯마루를 넘지 못한다
별이 흔들고 지나갈 때면
삭은 나뭇가지처럼 툭, 툭, 갈라지다가
다시, 감꽃이 피고
부러졌던 흔적까지 사랑하게 되었는데
시간 속에 갇힌 것은 실은 나의 발자국이었다
지나온 길 속으로 걸어들어 가면
빗길 어둠 속에 등불 하나 밝혀주던
홍시 같은 그런 기다림이었다
갈잎 소리가
가을 한 장을 켜들고 있다
양현주의 「갈잎소리에 그대가 그립다」 전문
<해설>
시인은 “감이 아니라 실은 오랜 기다림 이었다”고 한다. 그 기다림의 외적 힘은 ‘홍시’의 결과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기다리면서 인내를 배울 수 있었고, 감꽃도 툭, 툭 갈라지면서 필 수 있었다. 언제 홍시가 될지는 모르면서 기다릴 수 있었던 또 하나의 큰 힘은 등불 하나 밝혀주는 것이었다. 등불이란 어둠을 밝혀주는 작가만이 간직된 관념의 세계인지도 모른다. ‘홍시’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랜 기다림이 필요하다. 오랜 기다림에는 수많은 역경이 따라 온다. 홍시의 꿈을 성취하려면 수많은 역경을 극복해야한다. 수많은 역경의 극복은 외로움과 고독이 수반된다. 기다림으로 외로울 때 쓸쓸한 갈잎소리가 들려온다. 갈잎소리란 외로운 자에게 함께 외로움으로 접근하는 동반자일 수도 있고, 더욱 그리움을 일으키는 반란자의 역할도 하게 된다. 그래서 갈잎소리는 그대를 그립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