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국에 잠깐 머물렀을 때, 

   한 퓨전 레스토랑에서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를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메인 음식이 아닌,  사이드에 몇 개 나온 그린 토마토였었죠!


   전 미각 쪽이 발달하지 않아서인지, 

   하나 집어 먹고 '아, 무슨 향료를 사용했구나!' 하는 식의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그저 '내 입맛에 맞다' '아니다' 로 판단하는 게 전부인 사람이거든요!


   그린 토마토를 입에 넣고 맛을 음미해 보니까,  글쎄 제 입맛에 딱 맞는 편은 아니더군요!

   그 순간 떠올랐던 것은, 

   예전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1992)' 의 영화 속 '그린 토마토' 였습니다.


   '영화 속 사람들이 너무나 사랑했던 맛, 그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맛도 딱 이런 맛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럼 내 입맛이 좀 문제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아울러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한번 영화 속 이야기가 머릿속에 우연히 떠오르면  상대방과의 대화가 가끔은 힘들어 집니다.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사실 영화 얘기인데, 

   상대방이 그런 제 마음을 알 턱이 있나요!


   계속 다른 화제를 갖고 얘기를 하고 있는 상대방을 보며 고개를 연신 끄덕이면서도 

   제 마음은 다른 곳에 가 있으니  

   당연히 저만 힘들 수 밖에요!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가  엄청난 명작품이어서 제가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딱 제 취향에 맞는, 

   조용하며 감상적이며 여성적인 영화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그 후 25년이란 세월을 더 살며

   '무조건 생각이 나는 영화'가 되어 버리진 않죠!


   '무조건 생각이 나는 영화'의 조건에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추억이 영화와 함께 하는지의  유무' 가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제가 당시 한국 상영관에서 2번을 각각 다른 사람과 봤었던 영화였습니다.


   그 때가 제가 독일 유학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는데 

   제가 유학을 간다고 하니까, 가기 전에 꼭 따로 만나자고 하는 지인들이 많았었고

   지인들과 만나면 밥 먹고 영화를 봤었는데, 우연히  봤던 영화를 또 보게 되는 상황이 생긴 탓이었죠!


   물론,  또 한 번 봐도 좋을 정도로 저는 그 영화가 맘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두 번째로 볼 때엔 아무래도 감동이 덜한 것은 어쩔 수 없더라고요!


   그렇게 바쁘게 지인들을 만나고

   그러다가...

   전 독일 유학길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유학 생활...

   해 보신 분들은 아실겁니다.

   일단 적응을 하려고 발버둥을 치는 시간이  바로 처음 몇 개월이죠!

   

   어떤 이는 잘 때마다 울었다고 하던데

   저는 잘 때가 가장 행복했기에(?)  울게 되지 않았고,


   그저... 

   길을 지나가다가 노란 공중 전화부스를 보게 되면 괜히 마음이 아렸습니다.





   노란 공중 전화부스만 보면 

   마치 짝사랑하는 사람을 우연히 길에서 만난 것처럼 

   한 편으론 가슴이 설레였고

   또 한 편으론 서글픈 마음이 들었었죠!


   그 때는 핸드폰이 아예 없었던 때였고

   처음 유학을 가게 되면 바로 전화를 개통할 수도 없으니

   전화 카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전화 카드를 넣고

   전화를 걸면 정말 할 말이 많을 것 같은데

   막상 얘기를 하려고 하면

   그저 잘 지낸다는 말 밖엔 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도 독일에선 그 때와 똑같은 노란 공중 전화부스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예전엔 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젖었던 그 전화부스!

   할 말이 있어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아쉬움만 남긴 채 끊어야 했던 그 때 그 시절!

   

   요즘 우연히 노란 공중 전화부스를 보면

   예전 그 당시의 

   초창기 유학시절의 안타까운 제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 해서 기분이 묘하답니다.


   저는 처음 몇 달의 유학 생활을 하는 동안,

   의외로 눈물이 막 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알 수 없는 그리운 마음만 들었을 뿐이었는데요,


   어느 날,

   극장 앞을 지나는데 낯익은 영화 포스터가 제 눈에 띄더라고요!



   'Grüne Tomaten' ....

   약간 영화 제목은 달랐지만 포스터를 보니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가 확실하더라고요!

   다른 영화와 함께 목요일 저녁 시간에 싸게 볼 수 있다는 작은 광고였습니다.


   독일로 오기 전에 

   한국에서 두 번이나 봤었던 영화를  다시 독일에서 본다고 생각을 하니, 

   일단 이해를 잘 못해서 속상해 할 필요가 없겠다는 게 가장 큰 장점으로 느껴지더군요!


   독일에서 처음으로 극장에 돈 내고 들어가서

   전혀 이해하지도 못 한 채, 속상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를 반드시 봐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는데요,


   목요일!

   혼자서 극장에 갔는데 사람들이 별로 없더라고요!

   조금 떨어져서 아무데나 앉아도 될 것 같아 저는 좀 사람들이 없는 뒷 쪽에 앉았습니다.


   드디어 상영 시작!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이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는데... 

   이상했습니다.


   '케시 베이츠'의 너무나 사랑스러운 모습때문에 사람들과 함께 막 웃어야 하는데

   왜 저는 계속 눈물이 흐르는 걸까요?


   한국에서 두 번 같은 영화를 보면서 울던 부분은 뒷부분의 딱 한 군데 뿐이었거든요!

   그런데 저는 독일에서 처음으로 혼자 그 영화를 보고 있는데

   시종일관 눈물만 흘리고 있었습니다.


   잘 때도 흘린 적이 없던 눈물이,

   왜 영화를 보려고 극장에 들어왔는데  갑자기 극장 안에서 왈칵 쏟아지는 것인지...


   전 영화를 보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전 한국에서 영화를 함께 봤던 친구들을,  스크린 화면에 떠올리면서 그들을 보고 있었고 

   그리운 사람들을 한 사람, 한 사람...

   기억을 해 가면서 저는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루스와 잇지의 우정과 사랑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영화엔 에블린도 루스도 잇지도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아끼는 사람들의 모습만 자꾸 커다랗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나중에는 너무 눈물이 나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가 되었고 화면 속에 누가 나오는지 조차 눈물이 범벅이 되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독일에선 자막이 아닌 더빙 영화를 상영을 했었는데요,

   당시 제 독일어가 짧기도 짧았고, 더군다나 집중을 아예 하지 않으니, 

   제 귀엔 솔직히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려고 들어갔던 극장에서

   결국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하염없이 울다가 집으로 돌아가게 된 것이었죠!


   차라리 유학 와서,

   매일 잘 때마다 울면서 잤더라면

   극장에서 그렇게 마구 울 필요가 없었을텐데

   아마도 전 울음을 알게 모르게 제 스스로 자제를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갑자기 방어를 할 틈도 없이

   눈물이 확 쏟아져 나와, 

   눈물이 나오는 김에 쉴 새 없이 울게 된 것 같네요!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때문에 

  '아, 정말 사람들이랑 떨어져서 앉길 잘 했다' 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돌아와서 거울을 보니 

   두 눈이 퉁퉁 부어서 정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더라고요!


   그 다음 날, 

   눈이 제대로 떠지지 않을 정도로 

   퉁퉁 부운 눈 때문에 이후 엄청 고생을 했습니다.


   그게 바로 영화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 영화에 담긴 제 추억이랍니다!


   당시엔 

   이 세상의 슬픔이란 슬픔은 모두 다 갖고 있는 듯 느껴졌기에~ 

   주저앉아 절대 일어서지 못할 것만 같았는데,  그게  절대 그런 게 아니더군요!


   인생을 더 살아보니,

   (물론 그 당시를 다시 떠올려 보면,  지금까지도 힘든 마음이 느껴지지만)

   그 때 겪었던 그 힘든 시간들은 삶에 있어 마이너스 요소가 아닌, 플러스 요소가 되더라고요!


   지금은 이렇게 미소를 지으면서 적고 있는 걸 보면

   그 때의 그 힘든 시간이 삶의 밑거름이 되어준 게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요...

   다시 또 해보라고 한다면 

   전 사실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 또 도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것은 20대를 다시 살고 싶냐는 물음과 같은 얘기인데

   20대가 좋은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거든요!

   

   비록 지금은 더 주름이 많이 생겼고 그 때에 비하면 더 늙은 40대인 건 맞지만

   '지금의 나'를  '20대의 나' 와 바꿀 생각은 전혀 없거든요!


   너무 힘들고 아팠던 시간들이 남겨준 추억들을  가끔 돌이켜 보는 건 좋지만

   다시 그 때로 돌아가서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지니고 살고 싶지는 않은 이유입니다.


    좀 더 시간을 되돌려서  

    유학을 가려고 처음 독일행 비행기를 타려고 했었을 때, 

    식구들과 작별했던 그 때로 돌아가볼게요!


    '절대 울지 말아야지' 하면서 제 손을 막 꼬집어가며 저는 정말 끝까지 버텼습니다.

    헤어져야 하는 순간까지 정말 잘 버텼으니까요!

    그렇게 잘 끝냈다면 어쩜 전 비행기 안에서도 아무렇지도 않게 잘 갈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가족들과 헤어지고 

    바로 뒤를 돌아서 계속 가야만 했는데...


    오르페우스 신화에서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가 궁금하여 뒤를 돌아봐서 일이 생긴 것처럼

    저 역시 일이 생겨버렸습니다.


    헤어진 후, 몇 걸음은 정말  울지 않고 잘 걸어갔는데

    걸어가면서 생각 해보니, 

    갑자기 엄마의 모습이 기억이 잘 나지 않더라고요!


    저는 오르페우스처럼 뒤를 돌아봤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너무나 괴로울 것 같았거든요!


    뒤를 돌아봤는데,

    엄마의 눈이~ 

    가득 가득 찬 눈물때문에 검은 눈동자가 아니라  무슨 투명한 눈동자처럼 보이더군요!

    아마 그 때가 밤이었다면 별빛처럼 보였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엄마의 그 눈을 보고 다시 뒤돌아 섰는데

    문제는 그 때부터 제게 생겨버렸습니다.

    그 투명빛의 엄마의 눈을 본 순간 갑자기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비행기 안에서까지 창피하게 울고...

    오죽하면 옆에 앉았던,  

    딱 지금의 우리 딸만한 여자아이가 한참을 보다가,  "언니, 이제 울지 말아요!" 하더라고요!


    유학 가기 전, 

    아마 대부분은 이런 기억 하나 정도는 갖고 계실겁니다.


    우리 아이가 나중에 유학을 가게 되면

    저는 아이 앞에서는 절대 울지 않으려고 합니다.

    끝까지 손을 꼬집으며 참다가, 나중에 아이 떠나고 막 울 생각인데 그게 잘 될까는 모르겠네요!

   

    오늘은 갑자기 예전 생각이 나서 적어봤습니다.

    아마도 어제 아이 치과 검진때문에 가서 기다리다가

    창문 아래로 우연히 본 노랑 공중 전화부스 때문인 것 같네요!

    이 이야기를 쓰게 된 이유 말이에요!

     

    여러분, 그럼 오늘 이야기는 여기에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또 뵐게요!


    지금까지 '공주병 맘의 하루' 였습니다!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