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ymour Bernstein' 세이모어 번스타인!


     사실 그 분을 알게 된 건,  배우 '에단 호크'가 감독을 한 다큐 영화인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2014)를 보고 나서였죠! (원제- Seymour : an introduction)

      

     제가 그 다큐 영화를 보게 된 건  흥미로움이 가득해서 보게 된 건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 

     너무 많이 마신 커피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서 '수면제 영화'를 찾다가 우연히 보게 된 다큐 영화가

     바로 그것이었거든요!


     당시엔 어떻게든 자고 싶어서, 주위를 어둡게 하고, 누워서 제 나름대로 잠을 잘 준비를 하고

     아무 생각없이 보게 된 다큐였죠!


     '바로 잠에 빠질 수만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몸은 무척 피곤했습니다.

     문제는  잠을 못 자서 몸이 더 피곤하게 느껴졌고, 


     '고리타분해 보이는 이 다큐 영화를 보다가 보면,  바로 스르르~ 잠에 빠지게 되겠지!' 

     저는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영화 시작과 함께 울리는,  몇 개의 피아노음들과  매우 듣기 편안한 저음의 목소리가 ~

     저를 잠이 들게 하기는 커녕,  더 눈을 말똥거리게 했습니다.


     'Seymour Bernstein' 세이모어 번스타인!

     그의 피아노 소리는 거짓없고 한없이 따뜻한 소리였습니다.


     기교를 부려서 따뜻한 척 느껴지는 소리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삶의 흔적의 발자취라고 느껴질만큼

     몇 개의 음만을 들었는데도 정직한 그의 모습이 보이는 듯 따뜻했습니다.


     '도대체 누구일까?' 싶어서, 누워서 소리를 듣던 저는,  다시 몸을 일으켜서 

     제대로 그 다큐영화를  보기 시작했었죠!

     늙은 모습의 한 노인이 피아노를 치고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를 알게 되었습니다.


     여든이 넘은 당시의 나이에도 그의 손은 손떨림조차 없이 소리가 곧고 맑기만 했으며

     그러면서도 따뜻한 여운이 감도는 참 특이한 피아노 소리를 그는 갖고 있었습니다.


     모든  연주자들은 각각 다른 소리를 갖고 있죠!

     사람의 성격이 제각각이듯,  

     그 사람들이 건반을 눌러 내는 소리들도 모두 다 다른 소리를 갖고 있습니다.


     그저 한 음만 누른다면 그 소리들은 모두 다 비슷하게 들리겠지만

     곡을 연주를 하게 되면 

     그 각자의 소리들은 그 사람의 개성이 되어 저마다의 음색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저는 유난히 따뜻한 음색을 좋아하는 편이라 음색이 따뜻하면 일단 너무 주관적으로 끌리는 경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바로 그의 피아노 소리에 저도 모르게 빠져서 정말 반해버렸거든요!

     

     다큐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그저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생각과 그의 평범한 일상들을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전 이상하게 중간중간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그가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그냥 일반적인 레슨이 아니었고 철학과도 같더군요!

   

     '아, 정말 이런 첼로 선생님이 존재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습니다.

     만약 그가 첼로 선생님이었다면 저는 우리 아이를 위해 당장 그가 사는 뉴욕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을 것 같습니다.

     

     늘 제가 꿈에 그리던 스승의 모습!

     바로... 

     그것은  그의 모습이었기 때문입니다!







    다큐 영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시대적인 나열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할 때 자연스럽게 과거와 현재의 얘기가 얽히고 설키듯 

    이 다큐도 자연스러움을 보여주려고 했기에 

    레슨 장면에 이어서 과거의 아이였을 적의 얘기가 나오기도 하고 예전 청년시절 얘기가 나오기도 하죠!

    

    그냥 넘어가기 아쉬우니 제게 인상적이었던 몇 부분을 골라 보겠습니다. (스포 주의!)





     

     감독 '에단 호크' 는 이렇게 말합니다.


     "토니 지토의 저녁 식사에 초대 받았던 날,  세이모어 번스타인씨의 옆에 앉게 되었는데

     믿어도 되는 분이라는 느낌이 들어 여러 얘기를 하게 되었고,  

     그는 제가 지금까지  연기를 하며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것을 그 날 가르쳐 주셨었죠!"


     사실 헐리웃 배우라면 

     자신의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며 많은 부를 누리며 별 고민없이 잘 사는 배우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끝없이 고민을 하며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져왔던 '에단 호크'였기에 

     아마도

     그의 눈에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보였을 겁니다.


     많은 사람들은 

     아무리 값진 보석같은 사람이 

     바로 자기 앞에 있어도 잘 볼 수가 없거든요!


     보석같은 이는,  

     절대 화려한 빛을 처음부터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것을 볼 수 있는 건 자신의 몫인 것이죠!






      이 곳은 세이모어 번스타인의 보금자리입니다.   57년을 한 곳에서 살아왔다고 하는데요,

      너무나 검소한 그의 집 안의 모습이 한 눈에 보입니다.






      세이모어 번스타인이 어린 시절 얘기를 합니다!


      "집에 피아노가 없는데도 배우고 싶다고 졸랐어요.  6살 때 오래 된 피아노가 한 대 생겼어요.

      우리 집에서는 음악을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레코드 한 장 없는 집이었죠!


      일요일 아침 일찍 일어났는데 피아노 교본에 뭐가 있는지 너무 궁금한거에요. 

      펼쳐보니 슈베르트의 '세레나데'가 있었어요.   오랫동안 알던 곡처럼 친숙했어요.


      부모님은 2층에서 주무시고 누이 셋도 아직 자고 있었죠. 피아노 소리를 듣고 엄마가 내려오셔서

      내가 울고 있는 걸 보셨죠!


      왜 우냐고 하셔서 '이렇게 아름다운 곡은 처음'이라고 대답했어요!"






     "15살 쯤 되었을 때,  그 때부터 알았던 것 같아요.  피아노 연습이 잘 된 날은 다른 모든 일들도

     조화롭게 잘 풀려나갔고 연습이 잘 안 됐을 땐 사람들이나 부모님과도 뭔가가 삐걱거렸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이 있어요.  

     그게 어떤 재능이든간에 재능이 사람의 본질을 결정한다는 것이죠!"



     올해  그는 90세입니다.

     젊은 시절 얘기를 하다가 보니까,  그의 청년 시절의 사진들을 한 번 보고 넘어가야겠죠?






     계속 여든이 넘은 모습만 보다가 젊은 시절의 모습을 보니까 무척 새롭게 느껴지네요!






      "음악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연습이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이해하게 되면

      음악적 자아와 개인적 자아가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조화를 이루게 돼요.


      음악과 삶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끝없이 목표를 실현해나가는 것이죠!"


      그리고 그는 이런 말도 합니다.


      "음악 선생이 제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뭘까...  

      자신의 감정을 충실히 따를 수 있게 격려하고 영감을 주는 것이에요. 


      그것은 음악에서뿐만이 아니라 삶에서도 마찬가지에요!"






      한 때 피아니스트로서 명성을 날렸던 그는 갑자기 연주자로서의 길을 그만둡니다.


      "무대에 서는 게 편해졌던 건 쉰 살이 됐을 때였죠!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서야 무대에서 내가 원하는대로 연주할 수 있었어요.


      쉰 살이 되었을 때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고별연주회를 준비했어요.  어머니도 모르셨어요.

      그 연주회가 대중을 상대로 한 마지막 연주였어요!"


      그렇다고 그가 아예 연주를 더 이상은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여러 짧은 곡을 연주를 하기도 했고 연주와 함께 설명을 곁들인 음악회도 선보이곤 했거든요!

      여기서 말한 고별 연주회란 그러니까 아예 연주를 더 이상 하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랍니다!






     그가, 쉰 살이 되어서야 연주하기가 쉬워졌는데 왜 그 때 무대를 떠났을까요?


     그는 상업적인 이면이 싫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불안감도 싫었고 또 무엇보다 창작을 하고 싶어서

     외길 연주자의 인생을 더 이상 택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지도자의 길과 작곡가의 길을 더 열심히 가게 되었죠!





 

      실제 그는 많은 곡들을 작곡했고 또 여전히 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침대 대신,  접이식 소파를 아직도 사용하고 있는 그의 검소함이 보여지는 부분입니다.


      "난 고독한 걸 좋아해요.  이렇게 혼자 있어야 마음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이 정리가 돼요.

      인간관계는  어느 날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그 관계가 끊어져 버릴 수도 있어요.


      그러나 예술은 완벽한 예측이 가능해요. 음악은 결코 변하지 않죠!

      베토벤이 적어놓은 음은 영원히 그 자리에 있어요. 


      음악이란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기 때문에 음악 작업을 할 때에는 질서정연함이 느껴지고

      조화와 안정감이 느껴져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죠!"







      "음악을 듣는데엔 지적인 분석은 필요없어요.  그냥 즉각적으로  느끼는 것이니까요!

      재능 있는 아이들에겐 천부적인 음악 감성이 있어요.  

      음악의 역사나 작품 구조를 알아서가 아니에요!


      아이들의 그런 순수함을 어른들이 배워야 해요.  

      곡을 연습할 때 너무 분석하려 들지말고  음악의 아름다움이 저절로 드러나게 해야죠!    

      아름다움에 대한 답은 마음 속에 있어요!"







       어떤 참선가가 이런 말을 했어요.  


       "국화꽃을 그리려면  국화꽃 한 송이를 10년동안 보라!  스스로 국화꽃이 될 때까지..."



      난 무대에 대한 압박감이 심했는데 그런 자신에게 이런 말을 해봤어요.

      '부족하다고 생각해?  그럼 징징대지 말고 부족하지 않게 만들어!'


      하루 4시간의 연습량을 8시간으로 늘렸어요.   예술을 완성하는 건,  연습과 노력이에요!

      예술을 위해 전쟁을 치르는 거죠!





     

      "아마도 난 태어날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삶이 원래 그렇다는 걸요!

      갈등과 즐거움이 있고 조화와 부조화가 공존을 하죠.  그게 삶이에요.  벗어날 수 없어요.


      음악도 마찬가지에요.   음악에도 화음과 불협화음이 있죠.  

      불협화음 후에 들리는 화음은 더욱 아름답게 느껴져요.  

      불협화음이 없다면 어떨까요?  화음의 아름다움을 모르게 돼죠!"





      

      "음악의 신성함에 대해서 철학자들은 이렇게 말하죠!  '음악은 신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요!

       음악은 안 보이잖아요!  만질 수도 없고요!


       하지만 전파력은 무엇보다도 강하죠. 

       사랑하는 대상의 아름다움을 강렬하게 뿜어내는 힘이 있어요!"


       

       "내 나이 쯤 되면 게임을 즐기지 않게 돼요.  사람들을 속이거나 하지 않고 진심을 말하게 돼요. 

       상대가 원하는 말을 하지 않고 진심을 말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에 대한 진정한 존경의 표시라는 걸

       알게 됩니다!"





   

      2012년 4월 5일 뉴욕 스타인웨이홀 로튼다에서  그는 소규모의 연주를 갖습니다.


      '그가 치는 곡이 무엇일까?'.....  

      긴장을 하고 있던 저는  그의 연주 몇 마디를 듣고 바로 울어버렸습니다!


      브람스의 'Intermezzo  op.118 No.2 in A major' 가 제 귀에 들렸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의 연주로 들었지만 

      그의 연주는 지금까지 들었던 그 여느 연주들보다 

      더 평화롭고  충만했기에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에 이어서 슈만의 'Phantasie'의 마지막 악장이 들렸습니다.

      어쩜 제 취향에 딱 맞는 곡만 고를 수가 있는 것일까요?


      전, 이 다큐를 몇 번을 봤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볼 때마다 눈물이 나오니 이건 도대체 왜 그런 것일까요? ....






      "나에게 있어 음악이란 뭘까 생각해 볼 때마다 늘 같은 답을 얻게 돼요.   '우주의 질서' ...

      하늘에 있는 별자리들이 우주의 질서를 눈으로 보여준다면  음악은 그걸 소리로 표현하는거에요.


      음악이라는 언어를 통해 우리는 별과 하나가 되죠!  

      음악은 조화로운 언어로 괴로운 세상에 말을 걸며 외로움과 불안을 달래주죠. 


      이 세상 속에서 음악은 우리 마음 속에 있던 생각과 감정을 찾아 그 안의 진실을 일깨워줘요.

      음악엔 타협의 여지가 없어요.  어떤 변명이나 핑계로 얄팍한 재주도 용납하지 않아요.


      음악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자아를 느낄 수 있어요.  완벽을 꿈꾸는 자신을 만나죠!"






     세이모어 번스타인!


     그는 마지막으로 이 말을 하고 마치는데 그의 약간 떨리는 목소리가 아직까지 들리는듯 합니다!


     "내  두 손으로 하늘을 만질 수가 있다니...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에요! "






     마지막 엔딩크레딧과 함께 울려 퍼지는 음악은 


     바하의 'Preluede from Cantata:  Gottes Zeit ist die Allerbeste Zeit '


     그렇게 다큐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는 끝이 납니다.


     저도 감독인 '에단 호크'처럼  

     그의 한시간 반 정도의 이야기 속에서, 


     제가 지금까지 살면서 배웠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배운 것 같아서 

     아마도 제가 이 다큐를 사랑하는 것 같습니다.


     직접 보게되면 여러분의 감동도 제 감동 못지 않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그럼 여러분,

     오늘은 이만 마치겠습니다.


     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공주병 맘의 하루' 였습니다!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