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독일 유학 시절의 일입니다.

        제가 살던, 독일 제 집은  당시  TV 채널이 몇 개 나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따로 돈을 내고 신청을 하면 몇 십개의 채널을 가질 수 있었지만

        전 그냥 그 몇 개의 채널에 만족을 했었죠!

        공영 방송의 채널이어서  새벽 시간에는 아무런 방송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몸이 너무나 피곤한데  새벽에 이상하게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그냥  TV를 켰는데 아직도 한 곳은 방송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 방송에서는,

        어떤 기차역에서  다른 기차역까지~

        기차가 철길을 따라서 달리는 게 보였습니다.

        카메라는 그저 달리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죠!


        낮에 찍은 것이라 낮 풍경만이 보였습니다.

        기차의 소음이 시종일관 계속 되는 가운데  

        철길을 중심으로 하는 풍경들은 10분 전이나 10분 후나, 사실 다 비슷하게만 느껴졌고요!


        속도를 봐도 그렇고, 

        잠깐 잠깐 쉬는 곳이 꽤 자주 있는 것으로 봐도...

        그 달리는 기차는 엄청 천천히 달리는 오래된 기차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처음 이 프로그램을 봤을 땐 

        '무슨 이런 따분한 프로그램이 다 있나!' 싶었습니다.


        다른 장면이 나오길 기다리면서 10분 정도를 보고 있었는데

        새로운 장면은 아무 장면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저 기차가 달리는 장면이 전부였거든요!


        그 다음 어느 날...


        비슷한 시간대에 다시 TV를 켜 보니까  이번엔  출발지와 행선지가 달랐습니다.

        그러나 

        비슷한 철길과 철길을 따라 보여지는 주변의 모습이 뭐 그리 다르게 느껴지지는 않았죠!


        기차 소음이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들렸고

        출발지나 행선지는 물론 그 사이의 정차하는 역에서도 

        저번과 비슷한 기차 주변의 풍경이 보였습니다.


        '이런 방송은 도대체 왜 내보내는 걸까?' 

        두 번째 그 방송을 봤을 때에도 저는 부정적인 생각을 했었는데요!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처음엔 너무나 재미없게 느껴졌던 그 프로그램이  

        어느 순간,  흥미롭게 느껴지게 되더라고요!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볼 때엔 고리타분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런데 

        '내 자신이 그 기차 속에 타고 있다' 라고 가정을 해 보고,

        지긋이 눈을 감고 그 기차 풍경을 머릿속에 떠올려 보니까 

        정말로 제가 여행을 하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더라고요!


        갑자기

        '이 프로그램은 정말 나만을 위한 프로그램인 것 같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종일관 들리는 기차 소음도  무척 반갑게 느껴졌으며

        저는 그 방송을 눈을 감고 들으면서 

        마치 제가 그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상상을 하곤 했습니다.


        상상의 나래를 편다는 게 이렇게 다른 결과를 초래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고리타분한 프로그램이 

        한 순간 나만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반전을 할 줄이야!


        어떤 날은 그렇게~

        눈을 감고 기차 소리를 들으며 상상의 나래를 펴다가

        저도 모르게 스르르 잠에 빠져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런 날엔

        정말 꿈나라에서 여행을 가는 꿈을 꾸기도 했었는데요...


        그게 맨 처음 유학 생활을 할 때 있었던 일인데

        점점 더 바빠지는 생활때문에

        저는 한 밤 중에 TV를 켜는 일이 점점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엔 

        사실 그 프로그램을 잊게 되었죠!


        요즘도 독일에서 그 방송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독일엔 장수 프로그램이 꽤 많거든요!

        또 어떤 때엔 

        몇 년이 지난 후에 다시 같은 프로그램을 오랫동안 방영을 해주기도 하고요!


        지금 독일에 살면서 모른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요?

        거기엔 다 이유가 있는데요...

        저희집은 딸 아이가 3살이었을 때  TV를 없앴거든요!


        그 전엔 

        저희집도 몇 십 개의 채널이 있는  TV 앞에서 늘 세 식구가 붙어서 살았습니다.

        저녁 시간엔 늘 TV를 켜놓고 말하고 군것질을 하고 그랬었죠!


        그러다가 보니, 

        뭔가 저녁 시간에 부족함이 보였고 계속 그대로 지내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래서 TV를 없앴습니다.

        TV를 없애니 아이가 책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로 지금까지 저희집엔  쭈욱 TV 가 없습니다.


        지금도 저희집은 꼭 봐야 할 것만 노트북을 통해 보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제 식구들은

        독일에 살면서도 TV프로그램을 전혀 모른답니다.


        어떤 분은 '답답하게 어떻게 그렇게 살 수 있냐'고 하시던데

        그게 그냥 습관이 되면 답답한 것조차 느껴지지 않고 그냥 몸에 익숙해져서...

        불편함을 모르고 살게 되더라고요!


      

        여하튼...

        오늘은 

        아침 시간을 보내다가

        갑자기 예전 그 기억이 떠올려졌습니다.


        기차를 타고 여행을 하는 제 모습을 

        마구 상상을 했었던 그 때의 그 기억들 말이에요!


        참 이상한 일입니다!

        25년도 더 넘은 일을 이제서야 떠올리게 된 건 도대체 왜 일까요?


        아마도... 

        제가 요즘 노트북을 통해 몰아서 보는 한국 드라마 탓인 것 같은데...


        그 드라마 속에서

        '네덜란드인가 어딘가에서는 불이 타는 모습을 하루 종일 방송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는 말을 들었기 때문인 것 같네요!


        그 대사를 들었을 때 불현듯,

        제 머릿속은 

        26년 전, 그 때 

        당시의 기차가 달리는 방송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거든요!


        물론 독일의 그 프로그램은  하루종일 기차가 달리는 그런 프로그램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계속 기차가 달리는 모습만 보여주던 그 프로그램!

        문득 저는 그 프로그램을 떠올리게 되었던 겁니다.



        갑자기 떠올려진 과거 기억의 편린들!


        처음 다시 그 기억을 떠올렸을 때,

        저는 마치 잠에서 덜 깨어난 것처럼  처음엔 좀 멍멍한 느낌이었습니다.

        왜 저는 지금껏 그 기억을 잊고 지냈던 걸까요?


        어쩌면 저는 

        유학 시절의 힘든 기억들을 제 스스로 잊으려고 애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래서 부분 부분 많이 잊어버리게 된 건지도 모르죠!


        그래서... 

        좋았던, 의미있던 기억들까지도 

        힘든 기억들과 함께  덤으로 함께 잊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드라마의 대사때문에 다시 떠오르게 된 그 기억!

        정말 저는 그 드라마가 고맙게까지  느껴졌습니다!

        그 드라마가... '나의 아저씨' 에요!


        오늘은...


        눈을 감고 오랜만에 

        다시 

        기차 여행을 떠나는 제 모습을 상상을 하고 싶네요!




         

         독일에서 사실 저는,

         아이의 첼로 레슨때문에  기차를 실컷 타고 있으니,


         기왕이면 

         한국에서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려고 합니다!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설레이는 마음으로 기차에 올라,

         잠시 기차가 쉬어 갈 때엔 주변을 사진 찍기도 하고

         옛날 학창시절 때처럼  역에서 자판기 커피도 뽑아 마시고 싶어집니다.


         상상을 하고 있으니...

         벌써 마음은 한국 기차 안에 있는 듯 하네요!


         여러분, 벌써 주말이네요!

         아이가 방학이라 너무나 편해서 드라마도 몰아서 봤는데...


         아, 이제 또 다시 일상이 시작이 되겠죠?

        

         주말 알차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공주병 맘의 하루' 였습니다!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