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독일의 가을은 좀 더 일찍 시작이 되었습니다.
1994년의 가을! 서늘한 공기와 함께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린 후엔
그 가라앉은 분위기만큼의 낙엽들이 땅 위에 수북하게 쌓이곤 했었죠!
그런 독일의 가을 어느 날 아침!
저는 그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날은 바람이 심하게 불던 날도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도 아닌,
그저 상쾌한 아침 기운이 느껴졌던 지극히 평범한 한 가을 아침이었죠!
아침 햇살의 미소를 닮은 그의 모습이,
예의 바르고 친절한 그의 행동이,
이내 제 마음 한 구석에 들어와버렸습니다.
책 '어린 왕자'에서 나오는 어린 왕자의 머리색과 같은 그의 머리색 때문에...
잘 익은 밀밭을 보면
저는 어느새 그의 금발 머리를 떠올리곤 했었죠!
그렇게 알게 된 그 사람!
그러나 저도 그도
마치 늘 평행선을 안고 달려가야만 하는 사람들처럼
딱 그 선, 그리고 딱 그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선을 넘어야만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선을 넘고 싶지도 또한 선을 넘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저 그렇게~
그와는 딱 그 간격을 유지해야만 하는 게
운명일 것만 같았습니다.
그 운명을 거스르고 싶지 않아서
저는 그렇게 그를 잊으려고 노력을 했고
또 그는 그렇게 제게서 잊혀져 갔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지났습니다.
또 다른 가을이 오고 다시 다른 가을이 오고...
그와의 첫 만남이 가물가물해질 정도로
시간은 흘러갔습니다.
........
정말로 거의 다 그를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저와 그는
거짓말처럼 다시 만났습니다.
다시 그를 만나니
우리 둘 사이에 있던 평행선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볼 수 없었습니다.
다시 본 그는
예전과 다르지 않은
그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제게 다가왔었죠!
그리고 그는
제게 수줍게 물어보더군요!
"혹시 누구 사귀고 있는 사람 없으면 나랑 사귈 수 있니?" 하고요!
여러분,
' 그 ' 가 누군지 궁금하시죠?
그ㅡ는 바로 지금의 제 남편이랍니다!
5월 21일은 부부의 날!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
저도 제 독일 남편과 벌써 15년을 함께 살았더라고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세월인데
별로 잘해준 게 없어서 미안한 생각이 가장 먼저 듭니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서
그 때 그 아련했던 감정들은 없어졌지만
대신 포근함이 스며들어서 더할 나위없이 편안하네요!
제게 많은 걸 바라지 않고
그저 늘 같은 모습으로
남편 역할을 열심히 성실히 해주는 우리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바라는 건 ...
딱 지금처럼 건강하라는 것!
그게 전부네요!
'우리 남편! 너무나 고맙고 또 사랑합니다! '
여러분, 주말 잘 보내시고
기쁜 한 주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저는 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공주병 맘의 하루' 였습니다!
-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