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크 호건과 THE ROCK, JOHN CENA를 보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영화: <록키 발보아> - 파트 8 

 

 

  WWE 레슬매니아 29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고 THE ROCK과 JOHN CENA 두 영웅의 세대간 격돌의 결말은 결국 10년 전 THE ROCK이 헐크 호건으로부터 건네받았던 시대의 횃불을 다시 JOHN CENA에게 넘겨주는 스토리라인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THE ROCK과 JOHN CENA의 상대전적 자체는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고, “드림매치” 자체로서의 상징적 의미는 “ONCE IN A LIFETIME”이라는 부제가 달렸던 레슬매니아 28의 메인이벤트가 좀 더 높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립이 최종적으로 종결되는 시점인 레슬매니아 29의 메인이벤트를 통해서 JOHN CENA가 최후의 승자로 등극했고, 스토리라인상에서 부각되었던 “Rise Above Hate”, “Never Give Up”과 같은 키워드에 부합하는 결말로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본 칼럼 시리즈의 필자인 저는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WWE 프로레슬링에서 “THE ROCK vs JOHN CENA”의 세대간 격돌이 이루어진 상황을 영화 “록키 발보아”에서 “록키 vs 메이슨 딕슨”의 세대간 격돌이 이루어진 상황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에서의 록키와 WWE에서의 THE ROCK의 상황을 오버랩하고 영화에서의 메이슨 딕슨과 WWE에서의 JOHN CENA의 상황을 오버랩해서 서로 비슷하게 연상되는 상황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만약 록키 발보아의 번외편 내지는 외전을 제작해서 메이슨 딕슨을 주인공으로 해서 그의 내면적인 고뇌와 갈등에 포커스를 맞추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내용의 스토리라인을 구성해서 영화 한 편을 만들면 어떻게 될까?”와 같은 질문을 던진 바 있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은 아마도 최근 WWE에서 JOHN CENA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진행되어오고 있는 “RISE ABOVE HATE”(증오를 딛고 일어서다)와 거의 흡사한 형태의 스토리라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고 스스로 대답을 제시한 뒤 본 칼럼 시리즈를 기획해서 이야기를 전개한 바가 있습니다. 

 

 

  영화 “록키 발보아”와 WWE 프로레슬링을 모두 잘 짜여진 스토리라인에 의한 한 편의 드라마라고 봤을 때, 두 드라마의 스토리라인 구성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영화 “록키 발보아”에서도 “록키 vs 메이슨 딕슨”의 드림매치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선수는 록키가 아닌 메이슨 딕슨이었습니다. 이는 WWE 프로레슬링에서 “THE ROCK vs JOHN CENA”의 드림매치에서 최후의 승자가 된 선수가 THE ROCK이 아닌 JOHN CENA가 된 것과 비슷한 상황입니다. 또한 영화에서 “록키 vs 메이슨 딕슨”의 드림매치를 추진한 인물은 메이슨 딕슨의 프로모터였습니다. 추억의 레전드와의 빅매치를 통해서 대박 흥행을 노리는 동시에 현역 최강자인 메이슨 딕슨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의도에서였습니다. 이는 WWE 프로레슬링에서 현역 최강자인 JOHN CENA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식과 흡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록키 발보아”를 시청한 관객들과 WWE 프로레슬링을 관전한 팬들의 반응은 거의 극과 극으로 엇갈리는 듯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똑같은 구도에 똑같은 결말이 이루어지는 스토리라인의 드라마라 하더라도, 어떠한 시점에서 누구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느냐에 따라서 이러한 드라마의 스토리라인을 받아들이는 관객들의 감흥은 180도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철저하게 록키가 주인공이었고 조연인 메이슨 딕슨은 그저 드라마틱한 극적 구성을 위한 일종의 양념 정도로 여겨질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WWE 프로레슬링에서는 오히려 JOHN CENA가 주인공인 드라마가 펼쳐졌고, 관객들 중에는 THE ROCK이 주인공인 드라마를 보고 싶어하는 이들이 상당수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 제작자의 의도와 관객의 반응이 정반대로 엇갈리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면 WWE 경영진이 굳이 상당수의 팬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JOHN CENA를 주인공으로 설정한 스토리라인의 드라마를 밀어붙였다면, 그 정도까지 JOHN CENA를 애지중지하고 있는 건가 하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게 실질적으로 WWE라는 기업체의 지금까지의 행보에 비춰봤을 때 WWE 경영진이 정서적으로 JOHN CENA보다는 THE ROCK에게 좀 더 우호적으로 기울더라도 그것이 결코 이상하거나 어색하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WWE라는 기업체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며 홍보하는 “WWF ATTITUTE”라는 키워드를 떠올려보더라도 그 시절 간판스타로 활약했던 THE ROCK은 회사 경영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봤을 때도 가장 “귀하신 몸”으로 대접을 받을 만한 가치를 지닌 슈퍼스타였습니다. 게다가 2000년대 이후로 WWE라는 프로레슬링 단체에서 회사 이름 자체에 “엔터테인먼트”를 노골적으로 표방하면서 “WWE 슈퍼스타 겸 할리우드 슈퍼스타”로서 누구보다도 공을 들였던 슈퍼스타가 THE ROCK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ROCK이 아닌 JOHN CENA를 주인공으로 선택했고, 상당수 팬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밀어붙였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무엇일지를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WWE에서 JOHN CENA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는데, 우선 첫째로는 “현실적인 주연배우 캐스팅의 문제”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리 THE ROCK이라는 “performer”(연기자)가 만능 엔터테이너로서 가장 각광을 받는다 하더라도 그는 자신의 주무대를 WWE보다는 할리우드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고, WWE에서 THE ROCK에게 주연배우의 역할을 준다 한들 그 활동영역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에 JOHN CENA라는 “performer”(연기자)는 만능 엔터테이너로의 역량 자체로도 THE ROCK을 제외한 현역 중에서는 가장 각광받는 인물인 데다가 “레슬매니아 29”라는 이벤트 쇼가 끝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WWE를 주무대로 삼아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WWE 프로레슬링” 자체를 한 편의 드라마라고 가정해봤을 때, 드라마 제작사 측에서는 THE ROCK이라는 “performer”(연기자)에게 좀 더 매력을 느낀다 하더라도 그들의 현실적인 선택은 JOHN CENA라는 “performer”(연기자)를 주연배우로 캐스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둘째로는 WWE라는 기업체에서 자신들이 공략해야 할 대상, 즉 주고객층을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느냐 하는 점을 따져볼 수 있습니다. 단순히 그 수의 많고 적음만을 따진다면 소위 “ATTITUTE 세대”로 대변되는 기존 매니아층, 즉 성인 남성팬들이 WWE의 팬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WWE에서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고객층은 저연령대의 어린이 팬들이며, 이들이 미래의 WWE의 주고객층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 어린이 팬들에게 가장 높은 인기를 얻고 있는 스타가 바로 JOHN CENA입니다. 따라서 실제 관중석에서의 반응 자체는 어린이 팬층의 “Let's go CENA!” 구호보다는 성인 남성팬층의 “CENA SUCKS!”라는 구호가 좀 더 크고 선명하게 들리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WWE 프로레슬링”이라는 드라마의 제작사 측에서는 그들의 주 타깃 고객층인 어린이 팬층의 반응을 최우선 고려대상으로 삼고 JOHN CENA라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만화같은 스토리라인이 구현되는 드라마를 제작했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다면, 10년 전에는 THE ROCK이 지금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고, 오히려 그 당시의 THE ROCK은 현재의 JOHN CENA와 비슷한 입장에 처해 있었다는 점입니다. 10년 전에는 THE ROCK과 스톤 콜드가 동시대의 라이벌 관계를 이루며 경쟁하는 관계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WWF ATTITUTE”라는 키워드 자체에 포커스를 맞췄을 경우에는 WWE 경영진이 정서적으로 THE ROCK보다는 스톤 콜드에게 우호적으로 기울더라도 그것이 그리 이상하거나 어색하지는 않을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또한 당시 WWE 매니아층의 주축을 이루던 청소년과 성인 남성팬층의 정서도 상대적으로 스톤 콜드에게 좀 더 우호적으로 기울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2년 당시의 WWE에서는 “ICON vs ICON”이라는 제목이 설정된 스토리라인의 드라마를 제작하면서 그 주연배우로 헐크 호건과 함께 THE ROCK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10년 전에 WWE에서 THE ROCK을 주인공으로 선택했던 요인도 역시 오늘날 JOHN CENA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요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첫째, “현실적인 주연배우 캐스팅의 문제”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당시 스톤 콜드는 38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은퇴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에 THE ROCK은 이제 갓 30대에 진입하며 나이 자체로도 전성기에 접어들었고, 프로레슬러라는 직업군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부상도 거의 당하지 않았던 상태였습니다. 따라서 당시 “WWE 프로레슬링”이라는 드라마의 제작사 측에서는 THE ROCK이라는 “performer”(연기자)를 주연배우로 캐스팅했습니다. 

 

 

  둘째, WWE라는 기업체에서 자신들이 공략해야 할 대상, 즉 주고객층을 어디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느냐 하는 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에도 WWE의 기존 매니아층을 대상으로한 “인터넷 샵존 티셔츠 판매량”에서는 스톤 콜드가 가장 각광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WWE에서 “엔터테인먼트”를 전면에 표방하면서 주 타깃으로 삼았던 고객층은 프로레슬링 매니아층 이외의 대중들에게까지 홍보효과를 노리며 잠재적 고객층의 외연 확대를 추구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WWE에서 공을 들이며 할리우드에 진출시켰던 THE ROCK의 대중적인 인지도와 홍보효과에 그만큼 기대를 걸었던 것이고, “엔터테이너”라는 수식어가 누구보다도 어울리는 THE ROCK이라는 “performer”(연기자)에게 주인공의 역할을 맡긴 것입니다. 

 

 

  그러한 배경으로 인해서 10여년 전인 2000년~2002년의 WWE에서는 그들의 간판스타로서의 무게중심이 스톤 콜드에서 THE ROCK으로 이동했던 것이고, THE ROCK은 대선배인 헐크 호건으로부터 시대의 횃불을 넘겨받는 이벤트의 주인공이 되는 행운까지 누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반면에 스톤 콜드는 2002년 이후 WWE에서의 자신의 입지가 급격히 위축되는 상황에 다소의 불만을 느끼고 있었던 상황이었고, 그러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브락 레스너라는 신인 선수를 밀어주기 위해서 각본 운영진 측에서 스톤 콜드에게 한 차례 더 희생을 요구했다가 그 불만이 폭발했던 사건이 바로 유명한 “워크아웃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당시 상당수 매니아층의 정서 또한 이에 동조하는 듯한 분위기로 기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WWE의 기존 매니아층의 일각에서는 THE ROCK에 대해서 다소 곱지 않게 보는 시각도 일부 존재했었습니다. 그러던 상황에서 THE ROCK이 WWE를 떠나서 할리우드에서의 영화배우 활동에만 전념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엄청난 실망감을 표출하며 “You sold out!”(넌 팔려갔어!)와 같은 구호를 외치며 야유를 보내는 상황이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그 당시의 THE ROCK에 대한 안티 분위기는 오늘날의 JOHN CENA에 대한 안티 분위기처럼 노골적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세월이 흐르다 보면 과거의 일은 자연스럽게 아름다운 추억으로 포장되기 마련입니다. 

 

 

  심지어는 THE ROCK과 스톤 콜드 이전에 WWE의 간판스타로 한시대를 풍미했던 브렛 하트와 숀 마이클의 경우에는 그야말로 “앙숙”, “철천지 원수”라는 말부터 떠오를 정도로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경쟁자의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팬들 사이에서는 브렛 하트와 숀 마이클 두 선수 모두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상징하는 존재로 포장이 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하물며 THE ROCK과 스톤 콜드의 경우 서로의 팬들 사이에 미묘한 갈등의 불씨가 있었다 한들 극도의 이질감을 느낄 정도까지는 아니었으며, 이질감보다는 동질감이 훨씬 강한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10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 시절의 추억을 공유한 팬들 사이에서는 THE ROCK과 스톤 콜드 두 선수 모두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을 상징하는 존재로 포장이 되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10년 가량의 세월이 흐르면서 THE ROCK 이후의 새로운 시대의 주역인 JOHN CENA라는 선수가 간판스타로 떠오르면서 THE ROCK의 입장이 정반대로 바뀐 것입니다. 일단 “THE ROCK vs JOHN CENA”의 구도가 설정되었을 때만큼은 과거에 스톤 콜드와 THE ROCK 중 누구의 팬이었든지간에 소위 “ATTITUTE 세대”로 대변되는 기존 매니아층에서는 모두 THE ROCK을 “ATTITUTE를 상징하는 인물”로 여기면서 JOHN CENA와는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고 느끼게 된 것입니다. 반면에 나이가 한참 어린 저연령대의 어린이 팬층에서는 THE ROCK을 그저 “과거에 한때 잘나갔던 선수” 또는 “유명한 영화배우” 정도로 느낄 뿐, 느끼는 감흥의 정도가 기존 매니아층과는 이질적인 정서를 느끼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10년 전인 2002년에는 WWE 경영진이나 기존 매니아층의 정서상으로는 THE ROCK보다는 스톤 콜드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미래”를 감안한 WWE 경영진에서는 THE ROCK을 주인공으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과거의 대선배인 헐크 호건이 현역 간판스타인 THE ROCK에게 시대의 횃불을 건네주는 스토리라인이 설정된 드라마를 구성한 바가 있었습니다. 약 10년 가량의 세월이 흐른 2011년~2013년의 상황에서는 WWE 경영진이나 기존 매니아층의 정서상으로는 JOHN CENA보다는 THE ROCK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과 미래”를 감안한 WWE 경영진에서는 JOHN CENA를 주인공으로 선택한 것입니다. 그리고 10년 전 헐크 호건으로부터 시대의 횃불을 건네받았던 THE ROCK이 다시 그 횃불을 현역 간판스타인 JOHN CENA에게 건네주는 스토리라인이 설정된 드라마를 구성한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이 있다 보니까, 인터넷상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WWE 프로레슬링 매니아층의 정서 역시 THE ROCK과 JOHN CENA를 향한 감정은 복잡미묘한 일종의 “양가감정” 같은 것이 생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THE ROCK vs JOHN CENA”라는 대립구도가 설정되었을 때 기존 매니아층의 정서나 팬심 자체는 분명 JOHN CENA보다는 THE ROCK에게 상대적으로 우호적으로 기우는 분위기였습니다. 하지만 1년에 한두번 WWE에 잠깐 이벤트성으로 출연하는 선수가 WWE의 현역 중에서도 동시대 경쟁자들을 모조리 제압해버린 절대강자인 선수를 이기고 간다면 WWE의 현역 선수단 전체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인 정서도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CM펑크가 THE ROCK과 JOHN CENA 두 선수를 동시에 싸잡아서 비난하는 발언을 했을 때는 매니아층이 열렬한 환호를 보내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무튼 인터넷상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매니아층에서는 최근 3년간(2011년~2013년)의 WWE 레슬매니아 27~29에 이르는 “THE ROCK vs JOHN CENA”의 세대간 격돌을 지켜보면서 매우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끼는 상황이었습니다. 반면에 인터넷 매니아 활동을 별로 하지 않고 TV로만 WWE를 시청하는 팬들, 특히 그중에서도 저연령대의 어린이 팬들에게는 이러한 세대간 격돌이 새로운 차원의 볼거리로 다가왔습니다. 그들에게는 10년 전에 THE ROCK이 헐크 호건에게 승리를 거뒀던 “ICON vs ICON” 대결이 마치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과도 같은 느낌으로 다가왔을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자신들의 영웅이자 “어린이의 친구”인 JOHN CENA가 THE ROCK이라는 막강한 적수를 만나서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결국 최후에는 승리자에 등극하는 “만화적이고 드라마틱한 스토리라인”에 몰입해서 “슈퍼 히어로 JOHN CENA”에게 더더욱 환호하게 되는 반응을 나타내게 된 것입니다. 

 

 

  아무튼 “슈퍼 히어로 JOHN CENA”를 주인공으로 하는 스토리라인 자체는 어린이 팬들을 열광시킬만한 한 편의 드라마로서의 가치가 있고, 20여년 전 헐크 호건에게 열광했던 올드팬들 중에서도 JOHN CENA를 통해서 마치 “헐크 호건의 재림”을 보는 듯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필자와 같은 팬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분명 JOHN CENA는 WWE 프로레슬링 역사에서 “21세기를 대표하는 슈퍼스타”로서 기록되기에 충분한 경력을 달성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매니아층, 또는 경기장을 찾는 성인 남성팬층의 상당수는 이러한 “JOHN CENA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에 정서적으로 동조하기보다는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는 경향이 좀 더 강한 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번에 “THE ROCK vs JOHN CENA”의 세대간 격돌 구도에서 좀 더 극심하게 표출되기는 했지만, 이미 JOHN CENA가 스타덤에 오른 2005년 이후부터 고질적으로 누적되어왔던 고민의 일환이기도 했습니다. 

 

 

  JOHN CENA의 커리어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꼽는다면 아마도 2007년에 개최되었던 WWE 레슬매니아 23을 첫손에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시 WWE 레슬매니아 주최측에서는 “20년만의 귀환”이라는 홍보문구를 적극 내세웠습니다. 20년 전인 1987년의 WWE 레슬매니아 3의 개최지와 같은 도시에서 다시한번 그때와 같은 성공적인 이벤트를 치르겠다는 의지가 담긴 홍보문구였습니다. 그리고 헐크 호건이 “레슬매니아 메인이벤트 3년 연속 승리”라는 대기록을 작성한지 20년만에 JOHN CENA가 타이기록을 작성한 이벤트이기도 했습니다. 20년 전인 1987년 레슬매니아 3의 메인이벤트는 “안드레 더 자이언트 vs 헐크 호건”의 격돌이었고, 20년 후인 2007년 레슬매니아 23의 메인이벤트는 “JOHN CENA vs 숀 마이클”의 격돌이었습니다. 

 

 

  메인이벤트에 적용된 스토리라인 자체는 20년 전과 비슷한 설정들이 있었습니다. 1987년 당시의 상황에서는 과거의 강자였던 안드레 더 자이언트와 현역 최강자인 헐크 호건이 서로 깊은 우정을 나누는 사이였지만, 어느 날 갑자기 안드레 더 자이언트가 헐크 호건을 배신하고 악역으로 전환하면서 세계챔피언 타이틀 도전을 선언하는 스토리라인이 설정되었습니다. 당시 팬들은 안드레 더 자이언트의 악역전환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시 팬들은 스토리라인에 전적으로 감정이입을 해서 헐크 호건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고 안드레 더 자이언트에게 엄청난 야유를 보냈습니다. 심지어는 레슬매니아 3의 메인이벤트가 끝나고 악역인 안드레 더 자이언트와 매니저 바비 히난이 퇴장할 때도 관중석 여기저기서 빈 병 등을 투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20년 후인 2007년의 상황에서도 설정 자체는 20년 전과 비슷한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과거의 강자였던 숀 마이클과 현역 최강자인 JOHN CENA는 모두 팬들의 환호를 받는 영웅적인 캐릭터였고 서로 우정을 나누는 사이였지만, 레슬매니아 시즌을 앞두고 숀 마이클이 JOHN CENA와의 관계를 악화시키며 세계챔피언 타이틀 도전을 선언하는 스토리라인이 설정되었습니다. 만약 20년 전의 관중들이었다면 숀 마이클의 배신에 엄청난 충격을 받고 JOHN CENA에게 열렬한 환호를 보냈을 만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의 관중들의 반응은 오히려 정반대였습니다. 그들은 WWE에서의 스토리라인에 전적으로 감정이입을 하지 못했고, 오히려 JOHN CENA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도 극심한 야유를 보냈습니다. 게다가 인터넷상의 매니아층에서는 대선배이자 레전드인 숀 마이클이 JOHN CENA의 승리를 위한 희생제물로 설정된 것에 대한 반감과 이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다수를 이뤘던 상황이었습니다. 

 

 

  과거에는 팬들이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그대로 감정이입을 하고 열광했던 것과는 달리 인터넷 등의 매체가 발달한 오늘날의 팬들은 웬만해서는 쉽게 감정이입을 하거나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반감을 표출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문제는 WWE 프로레슬링뿐만 아니라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의 대부분의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고민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WWE 프로레슬링의 경우에는 2000년대 중반 이후의 “JOHN CENA 전성시대”가 본격화된 이후로 이러한 고민들이 더욱 극심하게 대두되기 시작했습니다. 

 

 

 

 

[필자의 부연설명: JOHN CENA 시대의 특이 현상] 

 

 

JOHN CENA가 WWE 프로레슬링의 간판스타로 떠오른 2005년 이후로 어린이팬들이 주축이 된 열광적인 팬덤의 지지도는 갈수록 상승세를 보였지만, 그와는 대조적으로 성인 남성팬들이 주축이 된 극렬한 안티 분위기도 점차 고조되어가는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경기장을 찾은 현장 관중들 사이에서도 “렛츠고 시나!”와 “시나 썩스!”로 상징되는 서로 상반된 구호가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러한 상황은 인터넷 활동에 적극성을 띠는 매니아층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습니다. 매니아적 성향이 강한 온라인 공간의 경우에는 JOHN CENA에 대한 안티 분위기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경향을 띠었고,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의 WWE 프로레슬링 매니아층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났습니다. 

 

 

초창기에는 JOHN CNEA가 베테랑급 선배 레슬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승수를 쌓아가며 타이틀과 메인이벤트를 독식하는 데 대해서 상당수의 매니아층이 극심한 거부감을 표출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JOHN CENA가 HHH를 꺾고 타이틀을 수성했던 2006년 WWE 레슬매니아 22를 계기로 해서 현시대를 “JOHN CENA의 시대”로 규정하는 분위기가 굳어져가기 시작했고, JOHN CENA가 숀 마이클을 꺾고 타이틀을 수성했던 2007년 WWE 레슬매니아 23을 계기로 해서 JOHN CENA는 “21세기판 헐크 호건”의 이미지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JOHN CENA가 전성기를 구가하면 할수록 그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는 매니아층의 안티 분위기도 더욱 극심해지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 즈음부터 인터넷 공간에서도 JOHN CENA에 대한 매니아층의 비판 내지는 비난을 놓고서 이러한 현상이 바람직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편으로는 과거의 시대, 특히 비교적 최근이라 할 수 있는 “애티튜드 시절”과 현시대의 JOHN CENA를 비교하는 분위기도 있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WWE의 베테랑급인 테크니션 레슬러들 또는 TNA에서 활동하는 우수한 테크니컬 레슬러들에 대한 지지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그 대척점에 서 있는 JOHN CENA의 경기력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사실 JOHN CENA 전성시대가 도래한 이후 초창기까지만 해도 그의 안티가 주축을 이룬 온라인 공간의 매니아층에서는 JOHN CENA를 과거 선배 레슬러들과 비교하면서 “포스가 부족하다” 등등으로 다소의 폄하를 하는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2007년~2008년을 거치면서는 “이제 JOHN CENA가 완벽한 대세임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식으로 JOHN CENA에 대한 지지의견을 피력하는 팬들도 나타나고 여기에 대해 반발하는 팬들도 나타나는 등 논쟁이 한층 격화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2010년대로 접어들 즈음 해서부터는 분위기가 다소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팬이든 안티이든간에 “JOHN CENA의 대세” 자체는 실체적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확산되었지만, 상당수 팬들의 반발을 묵살한 채 “JOHN CENA 영웅 만들기 프로젝트”를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WWE 수뇌부 또는 각본진을 성토하는 분위기가 온라인 공간에서 활동하는 매니아층의 대다수의 의견으로 표출되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실제로 미국 현지에서 인터넷 활동을 하는 매니아층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바다 건너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활동을 하는 매니아층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필자의 기억에는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여러 의견 글들 중에서 “현시대가 JOHN CENA의 시대이고 대세가 JOHN CENA인 것은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기는 하겠지만 과연 훗날 팬들이 JOHN CENA의 시대를 온전하게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인가” 하는 식의 뉘앙스로 쓰여진 글을 봤던 것 같습니다. 사실 필자의 기억 자체도 좀 가물가물한 부분이고 당시에는 크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깊이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던 대목이었습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서 문득 당시의 그러한 글이 머릿속에 얼핏 떠오르면서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어느 분야에서든지 한 분야의 “역사”를 논할 경우에는 소위 “정사”와 “야사”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정사”라는 것은 특정 인물 또는 집단이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됐던 것에 대한 “사실전달” 자체에 초점을 둔 기록입니다. 반면에 “야사”라는 것은 그 분야의 내부 속사정을 깊숙이 알고 있는 일부 관계자들에 의해서 소위 “비화”(뒷이야기)의 형식으로 전해져오거나 또는 “루머”(소문)의 형태로 대중들에 의해서 구전으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꼭 정식으로 역사학을 공부하는 역사학도가 아니더라도, 오늘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며 팬덤 또는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스포츠와 연예계의 각 분야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WWE 프로레슬링의 경우에도 이 분야의 “역사”를 논할 때는 자연스럽게 “정사”라는 것과 “야사”라는 것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정사”라는 것은 아무래도 특정 선수 또는 단체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는 식의 사실전달에 초점을 맞춘 기록이 될 것입니다. 오늘날 WWE를 시청하는 팬들의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WWE의 역사를 간략하게 서술할 경우에 “20세기에는 헐크 호건이라는 희대의 영웅이 존재했고, 21세기 들어서는 그의 후계자로서 한때 THE ROCK이 유력하게 물망에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JOHN CENA가 ‘21세기판 헐크 호건’으로서 등극하게 되었다”라는 서술이 가능할 것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2002년에는 헐크 호건이 THE ROCK에게 시대의 횃불을 건네주었고 2012년에는 THE ROCK이 그 시대의 횃불을 다시 JOHN CENA에게 건네주었다”와 같은 서술이 가능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특정 인물이 승자가 되고 패권을 잡는 식의 사실전달에 치중한 서술방식이 “WWE 프로레슬링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정사”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에 “야사”라는 것은 이러한 단순 사실의 나열을 넘어서서 극소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의해 구전되어온 백스테이지 뒷이야기라든지 또는 오늘날 인터넷 공간에서 매니아층에 의해 확대재생산 되고 있는 가십성 루머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의 “JOHN CENA 전성시대”를 기준으로 해서 바라볼 경우에는 단순히 “JOHN CENA가 승자가 되었느냐 패자가 되었느냐”에 그치지 않고, JOHN CENA에 대해서 WWE의 수뇌부나 경영진, 각본진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것이 화두가 되기도 하고, 또는 팬들이 이러한 WWE의 방침에 대해서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가 화두가 되기도 합니다. “JOHN CENA가 21세기판 헐크 호건으로 승승장구하기는 했지만, 상당수의 매니아층은 이에 대한 극심한 반감을 표출했다”와 같은 서술방식이 “WWE 프로레슬링의 역사”를 논함에 있어서 “야사”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독자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타분야의 “역사서술” 방식에 견주어서 비유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 우리나라 네티즌들의 글에서도 종종 “삼국지”를 비유의 소재로 삼는 경향이 있고, 또한 전체 대중에게 있어서도 “삼국지”라는 소재는 상당한 주목을 끌 만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삼국지”야말로 “정사”와 “야사”라는 서로 상반된 역사서술 방식을 탐구하는 데 있어서 가장 훌륭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필자도 여기서 “삼국지”를 소재로 삼아서 비유를 한번 해보려 합니다. 

 

 

사실 “삼국지”를 논할 때는 진수라는 사람이 저술한 “삼국지”가 “정사”로 알려져 있고, 나관중이라는 사람이 저술한 소설 “삼국지연의”가 “야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진수의 “정사 삼국지”라고 해서 역사가의 주관적 해석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은 “사실전달” 자체에 초점을 둔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극소수의 역사학자 또는 역사학도를 제외한다면 “정사 삼국지”의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반면에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는 민중에 의해서 구전되어온 내용을 토대로 해서 작가의 상상력이 첨가된 창작물로서 “야사”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소설 “삼국지연의”가 동아시아권 전체에 걸쳐서 수백년 동안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도 “야사”가 “정사”를 압도하는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오늘날 “삼국지”라고 하면 대다수 사람들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나관중의 소설 “삼국지연의”가 중국 민중에게도 널리 읽혀지고 동아시아권 전체에 걸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게 되면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소설의 내용을 역사적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역사학도들 사이에서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에 대해서 “역사왜곡”이 일부 있다는 비판을 가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정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연의”의 내용에는 다소의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최종적으로 특정 인물이나 가문 또는 특정 국가가 역사의 승자가 되었다는 사실전달 자체는 동일하지만, 그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서술방식에 있어서 “정사”와 “야사”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정사 삼국지”의 경우 사실 조조와 원소의 패권다툼이었던 “관도대전”이 사실상의 대세를 결정짓는 비중을 지니고 있다고 합니다. 조조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간악하고 교활한 희대의 간웅 조조”의 이미지와는 다른 면모로 서술되어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위, 촉, 오 삼국 중에서 위나라가 가장 압도적으로 강력한 세력을 가졌고, 촉나라는 세력이 가장 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위나라에게 가장 강력하게 도전했던 숙적이기는 했지만, 결국 가장 먼저 멸망했습니다. 그리고 위나라 내부에서 정변이 일어나서 조씨 왕조를 갈아엎은 사마씨 왕조가 진나라를 세운 뒤, 진나라가 오나라를 멸망시키고 삼국을 통일하며 최후의 승자로 등극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세계사를 배울 때 세계사 교과서에는 이 시기를 “위·진 남북조 시대”의 카테고리 안에 포함시키고 있기도 합니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도 이러한 역사적 사실 자체를 완전히 뒤바꾸지는 못했습니다. 누가 승자가 되었고 누가 패자가 되었는지에 대한 “사실전달”만큼은 아무리 소설이라 하더라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똑같은 역사적 사실을 놓고도 누구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느냐 하는 시점에서부터 정사와는 확연히 다른 서술방식을 보이고 있습니다. 일단은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가 소설의 주인공으로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유비는 한 왕실의 적통을 이은 영웅적인 인물로, 그리고 조조는 희대의 간악하고 교활한 악인으로 묘사하면서 선과 악의 대립구도가 설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비의 참모이자 브레인 역할을 하는 제갈공명이라는 인물 역시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즉, “야사”에서는 “정사”와는 달리 승자가 아닌 패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설 “삼국지연의”에서는 “관도대전”의 비중이 상당히 축소된 반면에 “적벽대전”이 가장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위,촉,오 삼국의 대결구도에 가장 많은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그리고 나라 전체의 개념보다는 유비,조조,손권으로 상징되는 “인물”에 포커스를 맞춘 가운데 유비와 조조를 각각 선과 악을 대표하는 라이벌 관계로 설정했고, 유비가 이끄는 촉나라는 독자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우리 편”으로 설정이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유비의 생전 이야기와 유비 사후의 제갈공명이 북벌을 주도하는 내용 등이 소설의 가장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제갈공명 사후 촉나라가 멸망하고 진나라가 오나라까지 멸망시키면서 통일하는 내용들은 매우 간략히 서술되고 끝나고 있습니다. 

 

 

소설 “삼국지연의”에서 역사적 사실 자체를 완전히 날조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승자와 패자만큼은 아무리 “픽션”이라 해도 바꿀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역사의 승자인 조조(또는 위나라) 또는 사마염(또는 진나라)에 대해서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묘사했고, 패자인 유비(또는 촉나라)에 대해서는 매우 영웅적인 묘사를 했기 때문에 대다수의 독자들은 유비의 촉나라가 승자가 되지 못한 사실을 매우 애석해하고 있습니다. 세부적인 에피소드에서는 작가의 상상력이 더욱 빛을 발하고 대다수 독자들은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역사학도들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서 정색하면서 “역사왜곡”이라는 반응을 나타내는 것도 무리가 아닐 것입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나관중이라는 소설가가 저 내용들을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듯이 창작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실제로 “유비, 관우, 삼형제와 제갈공명” 또는 그들이 이끌었던 촉나라에 대해서 상당수의 민중들이 한 왕실을 이어받은 적통이라 여기는 바닥민심 같은 것이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왔고, 이러한 것을 나관중이라는 소설가가 자신의 상상력을 덧붙여서 “삼국지연의”라는 소설로 탄생시켰을 것입니다. 즉 역사적인 사실의 단순나열로서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었는가”와는 별개의 문제로, 후한 말기 당대의 민중들이 “조조의 위나라” 또는 “사마염의 진나라”가 승자가 된 것에 대해서 마음으로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반감 같은 것이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대척점에 있었던 “유비 또는 제갈공명이 이끌었던 촉나라”에 대한 영웅담이 전해져 내려왔을 것입니다. 즉, 야사라는 것은 “정사”와는 또 다른 측면에서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식으로 “정사”와 “야사”가 존재하는 현상은 어느 분야에서나 공통적으로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아마도 우리나라의 어르신들에게 관심도가 높은 “이승만 시대”, “박정희 시대”, “3김(YS, DJ, JP)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볼 경우에도 상당한 분량의 “정사”와 “야사”가 서로 상반된 서술방식으로 쏟아져나올 것입니다. 스포츠와 연예계의 각 종목, 각 분야의 팬덤 내지는 매니아 내지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해당 분야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볼 때도 그러한 식으로 서로 다른 상반된 서술방식의 이야기들이 수없이 쏟아져나올 것입니다. 본 칼럼 시리즈에서 필자는 이러한 “정사”와 “야사”의 상반된 서술방식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서 “삼국지”(삼국지연의)를 예로 들어서 비유를 해본 것입니다. 

 

 

아마도 “WWE 프로레슬링의 역사”를 서술함에 있어서도 이러한 “정사”와 “야사”의 전혀 상반된 서술방식이 가능할 것입니다. 앞서서도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2002년에는 THE ROCK이 헐크 호건에게 승리를 거뒀고 2013년에는 JOHN CENA가 THE ROCK에게 승리를 거뒀다”와 같은 서술방식은 단순사실의 나열로서 “정사”에 해당할 것입니다. “JOHN CENA는 2013년 레슬매니아 29에서 THE ROCK에게 승리하며 시대적 정통성을 부여받았다” 또는 “20세기에는 헐크 호건이라는 영웅이 존재했고, 21세기에는 JOHN CENA라는 영웅이 존재했다”와 같은 서술방식 역시 역사가의 해석 내지는 부연설명이 약간 첨가되기는 했어도 “정사”에 해당할 것입니다. 이러한 서술방식에는 “특정 인물 또는 집단이 역사의 승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렇지만 WWE의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마음 깊이 온전히 받아들이지는 못하는 경향이 있고, 이러한 반발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자신들의 각본에 의한 스토리라인을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이는 WWE의 방침에 대해서 극도의 반감을 표출하는 매니아층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JOHN CENA와는 대척점에 서 있는 선수, 또는 집단에 대해서 지지를 표시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서 삼국지에 대한 비유를 했을 때 “상당수의 민중들이 조조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서 그의 대척점에 있는 유비에 대한 지지와 성원을 보낸 것”과도 비슷한 성격을 띤다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분위기는 크게 두세 갈래 정도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JOHN CENA에 대한 거부감이 가장 강한 “ATTITUTE 세대”를 추축으로 해서 그들의 추억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THE ROCK, 스톤 콜드, 언더테이커, MICK FOLEY, D-X(디제너레이션엑스) 등에 대한 영웅담이 회자되기도 합니다. 또 한편으로는 WWE의 베테랑급 테크니션인 KURT ANGLE, 크리스 벤와, 에디 게레로 등의 선수들에 대해 찬사를 보내거나 TNA쪽의 AJ스타일스, 제프 하디 등의 명품 경기력에 찬사를 보내며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존재로서의 JOHN CENA의 경기력을 성토하는 매니아층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JOHN CENA의 동시대 라이벌이었던 RANDY ORTON, BATISTA, EDGE를 비롯해서 차세대를 노리는 후발주자인 CM펑크, 대니얼 브라이언 등등...에 대한 성원을 보내는 팬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물론 인터넷상의 이러한 분위기가 모든 프로레슬링 팬들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매니아층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도 분명 존재하기는 합니다. 인터넷상에서 활동하는 매니아층은 WWE 프로레슬링 팬의 전체가 아닌 일부분이기 때문에 그들의 의견을 모든 레슬링 팬들의 의견과 동일시하는 것은 분명 위험한 견해이기는 합니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인터넷상의 매니아층의 의견이라 함은 아무래도 “이 분야에 가장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진 팬들의 정서”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들이 JOHN CENA의 독주시대에 대한 반감을 표출하며 WWE 스토리라인이나 방침과는 전혀 상반된 반응을 보내고, JOHN CENA와는 대척점에 있는 존재를 설정해서 그들에게 성원을 보내고, 그들에 대한 추억이나 영웅담을 나누는 현상에 대해서는 그 자체를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식으로 “정사”와 “야사”라는 서술방식에 입각해서 먼 훗날의 팬들이 WWE 프로레슬링의 역사를 논하게 될 때 “JOHN CENA의 시대”에 대한 인식은 아마도 이렇게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정사”라는 것은 문서 또는 영상과 같은 기록을 통해서 누가 승자가 되고 패자가 되었는지와 같은 단순사실에 대해서는 손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JOHN CENA는 2000년대 중반 ~ 2010년대 초반(또는 그 이후까지)까지 독주체제를 형성하며 자신의 시대를 열었고, 21세기판 헐크 호건에 비견되는 전성기를 열었다”와 같은 서술방식이 가능할 것입니다. 

 

 

반면에 “야사”라는 것은 그러한 단순 사실이나 전적의 나열 이외에도 좀 더 디테일한 분위기나 문화현상에 대한 묘사가 가능할 것입니다. 따라서 “JOHN CENA의 전성시대를 맞이한 21세기 초반에 이 분야의 상당수 매니아층에서는 JOHN CENA에 대한 극도의 반감을 표출했고, JOHN CENA를 밀어주는 WWE의 방침 자체에도 거부감을 표출하면서 그 대척점에 있는 선수들에게 성원을 보내는 팬 문화가 형성되었다”와 같은 서술방식이 가능할 것입니다. 

  

 

아무튼 “21세기판 헐크 호건”으로 떠오른 “JOHN CENA의 전성시대”에는 이와 같이 서로 상반된 분위기의 “정사” <-> “야사”와 같은 서술방식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식으로 실제 WWE의 링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역사의 현장과 그 현장을 관람하는 팬들 사이의 이질적인 기류가 흐르는 문화현상은 “인터넷이 활성화된 21세기의 문화적 특이 현상”으로 해석해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 JOHN CENA>

                                                   (출처: wwe.com) 

 

 

                                     <사진: THE ROCK vs JOHN CENA>

                                                    (출처: wwe.com) 

 

 

-------- 파트 9에서 계속 ----------  

 

 

{출처: 대부분의 정보는 야후 위키피디아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의존했으며, 그 외에도 PWHF 명예의 전당 홈페이지, 프로페셔널 레슬링 온라인 뮤지엄, 최승모의 레슬링 홈페이지, 레슬뱅크닷컴, 레슬매니아닷컴 등에서 얻은 정보들을 참고했습니다.} 


 



** 원문 작성자 => JOHN CENA
** 원문 작성 날짜 => 2014년 2월 7일
** 원문 출처 => http://kin.naver.com/open100/detail.nhn?d1id=10&dirId=100408&docId=1465890&qb=VEhFIFJPQ0sgSk9ITiBDRU5B&enc=utf8§ion=kin&rank=3&search_sort=0&spq=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