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말 하나는 "사람은 결국 자신이 가진 것밖에 나누어줄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 있는 자는 사랑을, 미움이 있는 자는 미움을 세상에 나누어준다. 지니지 않은 것을 줄 수는 없다. 사람들의 장례식장에 가보면 그 분위기만 보아도 그가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았던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결국, 죽음의 현장은 삶의 집약체이고야 만다. 삶처럼 딱 그만큼 사람은 자기의 죽음을 장식...
사람을 많이 사귀진 않아도, 한 번 사귀면 잘 포기하지 않는 나의 성격은 대체로 오래고 깊은 교우관계를 만들어 주었다. 오래 남은 친구들은 산전수전을 겪고 바람드나듦과 곰삭음의 과정을 겪으면서 와인처럼 깊은 맛을 주는 사이가 되어 준다. 나는 그런 관계를 사랑한다. 내가 큰 깨달음을 얻지 못할 거라는 예감도 이 깊은 관계를 너무나 사랑하는 성향에서 비롯되곤 한다. 아무렴... 별로 친구에 연연해하지 않는 듯 보...
당신의 무엇무엇이 좋아, 라고 말할 때 그때 아직 사랑은 시작되지 않았다. 당신이 보고 싶어, 라고 말할 때에도 다만 열정이 시작되는 것뿐. 열정이 사그라들고 마냥 좋아짐도 사라진 후 폐허 같은 공허 위로 가슴 쓰린 자신의 무력감이 밀려올 때 보고 싶어도 한 번 더 꾹 참고 당신의 고독을 질투할 때 그러다가 참지 못해 어느새 달려가고 있을 때
나란 사람이 모자라니 많은 사람이 도우러 온다. 나는 그저 빈 배이면 족하다. 빈 배로서 자연스럽게 흘러가기를 바랬다. 제작비의 부족과 아는 것이 없다는 부족감은 아름답다. 돈으로 쉽게 살 수도 있던 많은 것들을 머리를 짜내어 해결해간다. 예를 들면 알람시계 같은 것. 처음에 이미지에 그렸던 그 시계는 10만원선이다.
촬영 일주일 전. 체킹해야 할 것들 투성이다. 모두의 스케줄을 맞추는 일. 모든 스탭들에게 나의 의도를 공지하고 주지시키는 일. 그리고 확인절차. 제작비의 재확인. 배우 리허설. 콘티의 끝없는 재수정, 재확인. 내 영감의 원천으로 돌아가 재고하고 확신하고 다듬기. 잘 되어가고 있나요?
모든 것들이 한번씩 흔들렸다. 스토리, 주제, 컨셉, 주인공, 장소, 제작비 등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대로 흔들려서 가보다가 그것을 선택하기도 했고 다시 돌아오기도 하고 들뜨기도 하고 가라앉기도 하고, 회의하고 의심하고 신나고 재미나면서... 그렇게 스무번쯤 하면 현장에 가있겠지...하는 마음으로 마음껏 흔들려 보았다. 그리고 지금 촬영 일주일 전.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다. ...
결국 창작자의 영감은 자기가 가장 많이 보고 많이 사랑했던 다른 창작물에게로 돌아온다. 그곳에서부터 출발하고 그것에 자기의 것을 덧붙인다. 덕지덕지 붙은 부조가 될 수도 있지만 화학물처럼 전혀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 그것은 또다른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이명세의 <m>에서 출발한 이번 나의 영화는 결국 내가 영화를 사랑하게 된 동기이자 계기였던 레오 까락스의 <나쁜 피>와 영화에 미치게 만들었던 ...
단편 영화라고는 하지만 전후반 작업 모두 포함해 꾸린 스탭 및 참여인원이 스무명이 넘게 되었다. 이 모든 사람들이 지위 고하, 경험 유무, 나이성별 다 불문하고 나 하나만을 믿고 현장에 투입된다. 현장이란 긴장과 노동의 연속. 이 모든 사람들에게 나 하나만을 믿어달라고 강요해야 하는 자리가 감독인 셈이다. 감독은 그래서 고독한 모양이다.
이틀 밤을 꼬박 콘티 작업을 했다. 설명이 안되어 연기를 해보이고 이미지컷 70장을 모아 보여주면서..그렇게... 사실 너무나 많이 걱정했던 부분... 처음 해보는 작업이었기 때문이었다. 심상욱 감독님의 도움을 받아 콘티가 나온 후, 그간 심드렁하던 교수님도 약간 흥분 모드?로 변했다. 외부에서 사람을 만나 콘티북을 전해줄 때마다 처음엔 "학생영화니까~" 하던 대사들이 "출품하셔야겠네요~'로 바뀐다. 스탭 상황도 점...
나에게 영화는 대개는 서사이고 분위기였다. 또, 작가로서의 영화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인 경우가 많고, 특히 나에겐 삶의 모색이었다. 나의 삶의 모색이자 동시대 타인의 삶에 대한 모색. 공감과 이해... 스토리보드를 그리면서 영화를 영화답게 하는 것은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샷의 원칙과 앵글의 원칙과 기술상의 노하우들이 영화를 만든다. 엄청난 지식의 홍수에 무력감마저 느끼는 지금... <영화연출론&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