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는 더욱 따듯한 사랑을 위하여 이민영李旻影 겨울이 햇살에게 그림자처럼 겸손해 할 때 바라다 보시면 보여드리기 여러운 소년이라 침묵은 소망의 부끄러움이라는 듯 잠을 자지못한 그리움이 송이송이 내리면 더욱 따듯한 사랑을 위하여 두고온 풀씨까지 사랑의 오후를 안고있다 기억의 채찍질은 기다림에 순명하는 정제된 감동 나를 설명하는 나의 역사는 이맘때쯤이면 읽어주는 눈보라 속 독경인 것을 날개를 달고 하...
수하리 바람-임은수내게서 걸어 나간 바람이지금 고향 어귀쯤 다다랐을까이미 눈 설어진 그곳 헤매다 지쳐정자나무 아래 오랫동안 서 있지나 않는지아무도 마중 나오지 않는 길을나뭇잎 떨어져 쓸쓸히 간다잎새마다 새겨지는 어머니의 발자국투명한 빛깔로 쌓이는 슬픔만이무진 곱구나바람이수하리 뒷산을 돌아서 그리운어머니 냄새를 싣고 돌아온다면나는 이제라도 고개 숙여 인사하겠네모두 안녕들 하신지젊은이들 다투어 ...
배추와 무가 없어지던 날 / 김명수, 동화시 "농부가 땅을 파고 배추씨를 뿌렸다. 채소밭에 배추가 무성하게 자랐다. 거둘 때가 되자 배추는 집체만큼 커졌다. 배추를 뽑아보니 배추 뿌리 자리에 전봇대만한 커다란 무도 달려있었다. 농부는 그 배추를 '무추'라고 불렀다. 이웃마을 농부가 땅을 파고 배추씨를 뿌렸다. 채소밭에 배추가 무성하게 자랐다. 거둘 때가 되자 배추는 집체만큼 커졌다 배추를 뽑아보니 배추 뿌리 자리...
돼지가 낳은 달걀 /김명수 닭이 닭장에서 알 낳는 걸 돼지가 보았다. 알 낳는 닭은 <거울 보는 닭>이었다. 주인이 알 낳는 그 닭을 칭찬했다. 돼지가 주물공장을 찾아갔다. 주물 공장 안에는 쇳물이 펄펄 끓고 있었고, 형틀이 여기저기 놓여 있었다. "몸에 꽉 끼는 쇠 옷을 만들어 주세요. 엉덩이 부근에 도넛 크기만 한 구멍을 뚫어주세요" 돼지는 다진 모래 속에 들어가서 형틀을 만들었고 주물공장 사장은 형틀에 쇳...
매듭달을 보내며 --김정희 (12월의 안부)에스프레소 커피가 유난히 생각나는 날, 생각의 파편은 커피잔에 있었다, 살아가는 방법이기에 숨을 쉰다차곡차곡 쌓여놓은 보내지 못한 것들이 찻잔안에서 편지가 되어 가슴에 책을 쓴다 달력마다 약속한 동그라미 표시가 지워지고 지워진 만남 들은 창틈으로 스민 바람에 쓸려갈때면 덩달아 창들이 흔들린다 흩어지며 휑해진 가로수길 마다 가을이 서있다형체를 알 수 없는 미움도 보...
수라(修羅)-백석 거미새끼 하나 방바닥에 나린 것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문밖으로 쓸어버린다 차디찬 밤이다 언제인가 새끼거미 쓸려나간 곳에 큰거미가 왔다 나는 가슴이 짜릿한다 나는 또 큰거미를 쓸어 문밖으로 버리며 찬 밖이라도 새끼 있는 데로 가라고 하며 서러워한다 이렇게 해서 아린 가슴이 싹기도 전이다 어데서 좁쌀알만한 알에서 가제 깨인 듯한 발이 채 서지도 못한 무척 작은 새끼거미가 이번엔 큰거미 없어...
狂(미칠 광) 광(狂)자 앞에 기역(ㄱ)을 더해서 '꽝'하고 싶다. 가끔 시에서 시가 붕괴되는 굉음(轟音)을 듣고 싶다 이생진 1 나는 시를 쓰는데 광적이다. 하룻밤에 30편, 사흘에 시집 한 권치를 쓸 때가 있다. 물론 그 한 권 양이 단번에 시집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90편이 180편 될 때까지 기다렸다 시집 한 권 나오는 것인데, 그것은 일 년 걸릴 수도 있고 이 년 걸릴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재촉하지는 않는다. 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