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 한 알
인생은 혼자 가는 외로운 길이다. 때로는 다른길로 접어들면 인생은 새로움이다.
 따뜻한 이웃
따뜻한 이웃
밖에 내어놓은 화분은 늘 말썽을 부린다. 아니 화분이 말썽을 부리진 않는다.

쥔장이 놓아두면 놓아둔대로 그냥 계절에 맞는 옷을 입을 뿐이다.

가끔씩 물을 주지 않을 때면 토라져 있을 뿐이다.

말썽을 부리는 건 어른들이다.









밤이면 취객들이 일부러 대형화분을 엎어놓질 않나, 사기분을 발로차서 깨어놓질 않나, 예쁜 분은 훔쳐가질 않나.

도대체 누구의 짓일까싶어 처음엔 cctv도 돌려보고, 원망도 해보지만

누구의 잘못이 아닌 내 잘못일 뿐이다.

내어놓지 않으면 될 것을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건

우선 집이 좁다는 이유이고, 두번째는 햇볕을 보지 못하면 잘 자라지 못하는 양지식물의 본성을 잘 알아버린 탓이고,

마지막은 이웃과 함께 꽃들이 자라나는 기쁨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이웃집 부동산여자는 우리집앞을 지나갈 때마다 잘자라고 있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훔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고 했다.

부동산 여자뿐만이 아니라 앞집 빌딩 관리를 하는 아저씨는 내가 물을 줄때마다 한마디씩하곤 한다.

어쩜 이리도 잘 자라는지 16가구가 사는 공동주택을 한 번씩 올려다보곤 하고, 한여름 등을 볶는 날씨에 수도꼭지로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있는 화분들과 집앞인도에게 부러운 표정을 짓곤하는 이웃들이 있어서 난 우쭐하게도

물값이 많이 나가는지 의식을 하지 않는 건 아닌지.







오늘 오후에 아래층에서 벨을 눌렀다. 막내녀석이 "엄마 좀 내려와봐!!"

뭔가 일이 일어났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얼른 내려갔더니 곧 장미봉우리가 터트릴 것 같은 화분이 두동강이 나 있다. 그 옆에 보드판이 넘어져있고,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이는 사내아이가 꼼짝않고 서 있다.

"네가 그랬니?"

내가 몇 번을 물어도 대답을 시원하게 하지 않는다.

그러고서는 가지도 않고 그냥 우두커니 어떤 처분을 기다리며 서 있다.

"얘야! 됐다. 이제 가봐라!!"

아이가 우물쭈물하더니 보드판을 타고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워낙 큰 화분이라 당장 구할 수도 없고, 그냥 임시방편으로 밴딩테이프로 봉합을 하고 있는데 앞집 빌딩관리 아저씨는

내게 그 아이 얼굴아냐며 모르면 자기가 가르켜주겠다고 한다.

"에이 제가 알아요. 근데 실수로 그런 걸 어떡하겠어요. 그냥 보냈어요."

하고선 뒷 처리를 하느라 낑낑대고 있는데

금방 사라진 아이가 자기 엄마를 데리고 왔다.

난 지은죄도 없는데 덜컥 겁이 났다.

혹시 아이엄마가 길에다 이걸 내어놔서 자기아이가 다쳤다고 치료비를 내어놓으라고 하면 어떡하나 싶은 마음이 일었다.

아이엄마손엔 지갑이 들려져 있었다.

"우리아이가 화분을 깼다면서요. 어떤거에요? 제가 물어드릴께요. 얼마면 될까요?"한다.







난 그나마 다행이다 싶어서

"에이!! 아이가 실수한 거 가지고 화분값은 무슨...아이가 안 다쳤으면 다행이에요. 아이는 괜찮은가요? 아이가 실수한 건 괜찮아요. 항상 어른들이 문제죠. 어른들은 고의로 깨니까요."

장미가시에 찔리기라도, 화분조각에 베었으면 어쩔까했는데 괜찮은 모양이다.

그 아이 엄마는 어쩔 줄 몰라했다.

"너 참 착하구나. 몇 학년이니? 네가 착해서 아줌마가 그냥 보냈는데....대신 길에서 정말 조심해서 타야한다. 여긴

어디서 자동차가 나올지 몰라. 조심해 진짜 조심해야 해... 그냥 가보세요. 괜찮아요."

그 엄마는 아이에게"아줌마가 너 착하다고 용서 해주신거래...고맙습니다 하고 가자~~"

아이는 꾸벅 인사를 한다.

참 내가 낯부끄럽다. 화분을 깨었다고 꼼짝없이 서 있다가 엄마를 데리고 오는 아이나, 화분값 지불하겠다고 아이 손을 잡고 온 엄마나...







여태껏 화분으로 인한 주민들의 섭섭한 감정이 일순간 무너진다.



집으로 돌아와 큰 아이랑 시장을 가려고 나서는데 아까전의 아저씨가 잰걸음으로 나오더니 빌딩옆 화단에서 구물구물

뭘하느라 엎드려 있더니

'아주머니 혹 이거 필요하시면 가져가서 쓰세요."

하는데 보니까 란분을 세개나 디민다.

분도 사려면 몇 천원씩 줘야 하는건데 잘 됐다 싶어서 이 참에 란 분갈이나 해야지!!







사진은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 소재한 다산 정약용 생가앞 어느 음식점에서 바라본 한강 모습입니다.

여기는 두물머리에서 팔당댐으로 약간 내려 온 곳인데 북한강, 남한강이 합쳐져서 큰 호수를 이루고 있습니다.

처음엔 잔잔하더니 바람의 부는 모양에 따라 물의 모습도 변하더군요. 파도에서, 소용돌이...

외부의 모양에 따라 형태는 변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 물에서

성리학 性의 모습이랄까요.

불교에서의 불성이라고 해야 하나요.

도덕경의 상선약수편을 보면 물의 성질을 가장 잘 설명하고 있지요.

물론 물의 성질을 빌어서 선(善)을 이야기하고 있지만요.

물은 참 위대한 것 같아요.

외물에 따라 사납거나, 온화하거나, 우리 인간도 물과 같다고나 할까요.

단지 외물의 변화에 따라 변하긴 해도, 끊임없는 자기 성찰을 하고, 마음을 다스리면 어느정도 극복을 할 수 있으니까 물보다 한단계

높이 쳐도 될까요.

결론은 마음인거 같지요.



화분하나에 분노와 섭섭함이 일다가도, 화분하나를 놓고 생각하는 크기에 따라 상대방의 마음도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으니까요.

어린 마음에 흠집을 내지 않는 하루여서 스스로 위안하며 접습니다.



편한 밤 보내세요^^*



2009년 밤 12시 21분



초운 배

사진정보

제조사
모델
셔터 속도
조리개값
ISO
촬영날짜
  • 따뜻한 이웃
  • 금산사
  • 산귀래별서 식물원
  • 낙안읍성
  • 선암사
  • 순천만 갈대숲
  • 여수 향일암
  • 여수 오동도
  • 하동 평사리 토지문학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