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nd dream!
밍글라바(Minglarbar)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
90년대 초반 신혼 시절 부산의 외곽에 속하는 강서구 대사리와 중리마을내 허름한 스레트 단칸방의 월셋 집에서 살 때 연탄을 땠습니다.

집사람과 저는 둘다 맞벌이를 하는 관계로 탄불을 꺼뜨리기 일쑤여서, 밤이면 동네 구멍가게에서 번개탄을 사와 피우곤 했지요.

번개탄의 지지직거리는 파열음은 꽤 들을만 했습니다. 농협에 입사한지 1년이 지났어도 형편은 단박에 나아지지 않았고 연탄은 아직 중요했습니다.

제 초년도 연봉이 6백만원이던 때로 당시엔 연탄가스 중독 사고도 간간 신문 사회면에 등장하던 시절이지요.



채 20년도 안됐는데 마치 아득한 기억처럼 됐습니다. 요즘 연탄 때는 사람은 주변에서 거의 보이지 않지요.

저도 더 이상 연탄집게에 불붙인 번개탄을 꽂고서 연탄 구멍 맞추는 일과 씨름하는 일은 없습니다.

연탄 한 장 값이 얼마인지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사회 어느 구석에서는 여전히 연탄을 때고 있습니다.

한 통계로는 25만 가구나 된다고 합니다.



며칠전 신문기사를 보니 지식경제부는 이달 1일부로 연탄 소비자가격을 장당 평균 403원에서 489원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하네요.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실제 주 수요층이 밀집해 있는 달동네 및 도서 변두리지역은 배달료가 붙어 더하겠지요.

그런데 연탄값은 남의 얘기처럼 들립니다. 아마 승용차에 넣는 기름값이면 좀 더 반응하고 몸에 와 닿았겠지요.



사람들은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시선(視線)으로 세상을 봅니다. 자신을 중심에 놓고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지요.

아비가 되면 자식의 마음이 안 보이고, 자식은 아비의 마음이 요령부득이지요. 직장 상사가 되면 부하 직원의 시절을 잊고,

부하 직원은 퇴근하지 못하는 상사의 고민을 가볍게 여깁니다.

가까운 사람들끼리도 시선의 방향과 높낮이가 다른데, 하물며 바깥 세상으로 가면 어떨런지요.



가령 자가용을 타고 다니면 보행자들의 일상이 잘 안 보입니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등이 깜박깜박 꺼져가는데도 느긋하게 걷는 보행자들을 보면 성질이 확 치밀지요.

반면 보행자들은 횡단보도의 신호등이 너무 금방 꺼진다고 느낍니다. 또 차를 모는 인간들의 무례와 무모함에 분개하면서,

성질 같았으면 보닛을 후려치고 싶어지지요.



지하철을 안 타본 사람은 지하철 요금이 얼마인지 잘 모릅니다. 지하철 안의 풍경이 어떤지도 알 수 없지요.

아마 도시의 지하 공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고 있다는 것을 알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하철로 출퇴근하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모든 게 지하철인 줄 알 것입니다.

지난 여름 친구를 만나러 부산을 나가면서 십여년만에 시내버스를 타게 되었습니다.

맨 뒷자리에 앉아 타고 내리는 많은 승객들을 보고는 혼자 신기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버스에 탄 승객들은 그것이 일상인데도 말입니다.



세상의 삶을 모두 알 수는 없습니다. 한정된 생에서는 두루 경험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한 공간 속에 몹시 다양하고 상충되는 삶들이

모여있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해야 합니다. 똑같은 장면에서 우리가 기세 좋게 웃을 때 누군가는 한숨짓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을...

우리가 양지에 나와 있으면 틀림없이 그늘도 있다는 것을...



이명박대통령은 얼마전 선진국 및 신흥국가간의 모임인 G20 유치 특별기자회견에서 나라 간 불균형을 균형된 성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하였는데, 이대통령은 경제정책을 초기의 성장 우선 정책에서 안정 우선 정책으로 선회 하였다지요.

성장은 늘 우리의 바램입니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간격을 더 넓히지 않을지, 지금도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더 캄캄하게 만들지 않을지,

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숫자를 더욱 늘리지는 않을지 일말의 우려도 있는 것이지요.

혹 잘 보이는 것들만 외딴 섬처럼 사방으로부터 고립될지 모릅니다.



날씨가 많이 춥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고 주말 잘 보내십시오.



2009.11.20 ebond dream!








사진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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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
  • 남매 2
  •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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