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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하발리푸람, 인도사진여...
마하발리푸람, 인도사진여...
마드라스의 버스 터미널은 역과 달리 북인도처럼 더럽고 복잡하기 짝이 없었다. 번호판이 붙어 있어서 인도 글자를 몰라도 찾을 수 있는게 다르다면 달랐다. 그러나 버스가 엉켜 있어서 마하발리푸람행 버스 번호를 알면서도 한참을 헤매야 했다. 물 웅덩이와 질퍽거리는 땅을 조심조심 밟고 다녀야 했다.



버스 터미널이 커다란 빌딩 사이에 가려져 있는 이유를 알만 했다. 겨우 찾아탄 버스도 고물이어서 영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버스로 기차를 갈아타는 번거로움을 피할 수 있는데다 2시간 반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니 꾹 참기로 했다.



마드라스 시내를 빠져나가는데만도 한 시간 가량이 걸렸다. 엄청나게 큰 도시라서 그런 건지, 차가 막혀서 그런 건지, 버스가 느려서 그런 건지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분명한 건 버스는 느려서 그런 건 아니었다. 이 사실은 마드라스를 벗어나면서부터 확인할 수 있었다.

















버스 운전사는 정말 미친 듯이 달렸다. 오른손으로는 연신 경적을 울리고 왼손 하나로 핸들을 조종했다. 차도 그리 많지 않고 바쁜 것 같지도 않은데 왜 그리 빨리 달려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불안에 떨면서 앞 좌석 등받침을 꼭 붙잡고 있어야 했다.



북인도의 버스는 대략 시속 30Km 정도, 기차는 4-50Km 정도였다. 남인도에서는 버스가 기차보다 빠르고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스를 선호한다는 것을 가이드 북에서 읽어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빠를 줄은 몰랐다.



최소한 시속 5-60Km는 되는 듯 했다. 시속 5-60Km가 뭐 빠른 거냐고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 속도로 고물 버스가 브레이크도 밟지 않고 계속 장애물을 피해간다고 상상해 보라. 열려진 창으로 밀려 들어오는 바람을 직접 느끼다보면 마치 오토바이을 타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헬맷을 쓰지 않은 채 오토바이를 타고 5-60Km로 달려본 사람은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버스는 비포장 도로로 들어서면서부터 속도를 줄였다. 도로 양 쪽으로 말라붙은 초지가 펼쳐져 있었고, 초지가 끝나는 곳 쯤에 코코넛 나무와 바나나 나무가 삐쭉하게 뻣어 있었다. 가끔 풀을 뜯는 소와 양이 보였고, 바나나 잎으로 지붕을 엮은 초가집이 띄엄띄엄 눈에 들어왔다. 그러다가 한순간 풍경이 완전히 달라졌다.



깨끗하게 단장된 콘도나 빌라같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 주위의 넓은 초지에 말뚝을 박고 철조망을 쳐 놓은 것이 볼썽 사납기는 했다. 간판이 걸려 있지 않을 걸로 봐서는 부유한 인도인들의 별장인 모양이었다. 그런 별장들이 죽 늘어서 있었다. 별장 지대를 지나자 반대쪽 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보였다. 바다와 길 사이에는 황량한 초지가 펼쳐져 있어서 그런지 바다 빛깔이 무척이나 고와 보였다.



바다와 평행하게 달리던 버스가 작은 건물들이 늘어선 마을로 들어 섰다. 지나쳐온 마을들과 달리 영어로 된 간판이 많았고, 외국인도 자주 눈에 띄었다. 마하발리푸람이었다. 내 다음 소설의 무대가 될 타밀나두 주의 첫 마을이었다.



작지만 생기에 찬 마을. 버스에서 내리며 받은 첫 인상이었다. 그래서인지 자기 호텔로 가자며 매달리는 사람도 밉지 않았다.





버스에서 바라본 바다 빛이 너무나 고와서 바다를 찾아 나섰다. 그냥 발길 닫는대로 걸었다. 내 감각이 나를 바다로 이끌어 줄 걸 믿었고, 이런 믿음은 빗나가지 않았다. 채 5분도 안되어 나는 바다를 발견했다. 바다는 골목 사이로 길게 나 있었다. 그 골목 끝에 서자 그제서야 제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 주었다. 나를 반기기라도 하는 듯 바다 내음이 세찬 바람을 타고 날아왔다.



해변은 푸리에 비해 무척이나 한산했다. 백사장 한가운데서 나뭇배를 만드는 사람들의 망치 소리가 간간히 들릴 뿐이었다. 어망을 손질하는 어부 몇이 있었지만 느릿느릿 움직여서 일을 하는 건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작은 고기배 몇 척이 해변 위에 폐선처럼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 한가로움을 더 했다.



나는 해변가에 있는 노천 까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바다 바람은 메뉴판 정도는 쉽게 날려 보낼 정도로 세찼다. 그런데도 더워 갈증이 났다. 온 몸으로 바람을 맞으며 한참이나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돼지 일가가 일렬로 백사장을 걸어갔다. 어미 돼지 한 마리에 새끼 돼지 다섯 마리. 뒤뚱거리며 걷는 돼지 새끼들이 귀여워 꼭 안아 주고 싶었다. 돼지 일가 등 뒤로 유명한 해변 사원이 조그맣게 보였다.



나는 그 근처에서 머물기로 작정했다. 이런 종류의 평화라면 얼마든지 누리고 싶었다. 사실 여행이 끝날 때까지 단편 소설 한편을 써 주기로 했는데 그동안 미루어 놓고 있어서 마음이 불편했었다. 언제라도 마음에 드는 곳에 가게 되면 소설을 다 쓸 때까지 머물 작정이었다. 이런 해변이라면 소설에만 열중할 수 있을 것같았다. 드디어 마음을 정했다.



바다가 보이는 방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목적은 다르겠지만 이왕이면 바다가 보이는 방에 머물려고들 할테니까. 방값은 그리 비싸지 않았지만 마음에 드는 방이 없어서 한참을 헤매 다녔다. 그러던 중 우연히 민박을 한다는 인도인을 만났다. 민박이라.



그동안 나는 인도인들 가까이에 가 보지 못했다. 고작해야 인도인의 집에서 밥 한끼 먹은 일밖에 없었다. 인도인이 어떻게 사는지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민박집이 해변에서 떨어져 있다는 게 문제였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다. 그 인도인이 오토 릭샤 왈라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움막같은 집은 아닐까 걱정도 되었다. 또 일주일 단위로 방을 빌려준다는 것도 그랬다.



바다를 택할 것인가, 인도인과 함께 지내는 일을 택할 것인가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는 후자를 택했다. 바다야 마음만 먹으면 갈 수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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