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들어서면서 아침이면 미세먼지부터 확인한다. 베란다 밖으로 보이는 송도신도시 빌딩들이 흐릿하면 스마트폰 앱을 확인하나마나 초미세먼지 ‘매우나쁨’을 알린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싣고 오는 먼지만이 인천의 겨울하늘을 흐릿하게 만드는 건 아니다. 편서풍을 타고 육..
강원도의 설악산에서 경기도 포천을 거친 단풍이 남쪽 산하를 거침없이 붉게 물들이던 10월 마지막 주말에 소백산을 찾았다. 국립공원 경계선 바로 아래에서 사과를 따려고 선배 과수원을 방문한 것인데, 아직 소백산 단풍은 무르익지 않았다. 대신, 푸른 기운을 잃어가는 산기슭의 과수..
6개월 전 동춘3동에서 앵고개를 넘어 동춘1동으로 이사를 했다. 송도신도시가 자리하기 이전, 조개잡이를 위해 갯벌에 드나들던 맨손어업 종사자들의 고단했던 삶터 소암마을이 있던 곳이다. 소음이 끊이지 않고 베란다를 열기 무섭게 먼지가 밀려들던 간선도로 옆 아파트에서 멀리 벗어..
올 김장은 언제 담글 거라고 아내는 일찌감치 못박아놓았다. 해마다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하기만 했다. 마무리 된 뒤 집에 들어와 겉절이를 맛보았는데, 올해는 시간을 진작 알려준 거였다. 지금 이 시간에 장모와 아내, 그리고 작년에 이어 막내아들이 분주하다. 절인배추에 양념한 김치..
일본 열도를 휩쓸며 200여 인명 피해를 낸 19호 태풍 하기비스가 10월 13일 저녁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지며 소멸되었다고 우리 언론들도 전했다. 태풍이 자주 접근하고 지진이 일상에서 멀지 않은 일본은 재난 대비가 비교적 철저한데, 사망과 실종 60여 명, 200명 넘는 부상자의 발..
무르익은 가을을 맞아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다녀왔다. 후배의 성화 덕분이었는데, 단풍에 물드는 산하와 아름다운 삼면의 바다는 우리의 행운이다. 모처럼 몸과 마음의 휴식을 구했다. 남녘의 단풍은 더 기다려야겠지만 주말 인파는 한려해상 섬들의 활기를 보탰다. 높은 가을하늘 아래 ..
미국의 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말년에 쿠바에 살면서 여러 대작을 남겼다. 쿠바 여행자는 대개 적지 않은 입장료를 감당하고 헤밍웨이 저택을 방문하는데, 서재의 고색창연한 책들보다 벽 여기저기 붙은 커다란 사슴 대가리가 눈길을 끈다. 평소 사냥을 즐긴 그는 자신의 집에 장식하..
아마존이 한 달 넘게 타들어간다. 두 달 전 시베리아는 남한 4분의1에 달하는 한대림을 산불로 잃었는데, 한반도의 수십 배에 달하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곳곳에서 검은 연기가 솟구친다고 한다. 시베리아를 삼킨 불은 번개가 원인이라지만 아마존은 방화 가능성이 큰 모양이다. 방화든 자..
모처럼 제주도에 가면 저녁 자리가 민망해진다. 육식을 피하려는데 명품 돼지고기를 내놓는 호의를 거절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유전자 조작한 곡물로 키운 가축의 살코기를 외면하려 노력해도 어쩌지 못하고 엉거주춤 자리에 앉지만 눈치 살피며 고기를 피한다. 간혹 잘 익은 고기를 친..
최근 환경부장관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일본의 전 환경상의 발언을 무책임하다고 비판했다. 퇴임 하루 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하라다 요시아키 일본 전 환경상은 “눈 딱 감고 (바다로) 방출해 희석하는 것 말고는 선택지가 없다”는 의견을 밝혀 국제 논란을 일으켰고, “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