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가볼만한곳/ 분위기 좋은 찻집을 품은 사찰 <수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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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카페♡

2020. 8. 1.

산청 여행 중 산청군민으로 보이는 분께 딱 한 번 길을 물어본 적이 있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아 한적하고, 분위기 좋은 찻집 좀 알려주세요."

그랬더니 바로 튀어나온 대답,

"수선사로 가보세요."

그래서 가게 되었다.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던 그 이름, 수선사로...

 

 

찻집 이름이 꼭 사찰 같네~ 하고 찾아갔는데,

웁스~ 진짜 사찰이었다!!!

 

 

사찰 앞으로 큰 연못이 하나 있고,

그 옆 건물 루프탑이 찻집(카페)이었던 것!

2층은 수선사 템플스테이 하는 곳이었다.

 

 

비가 억수같이 내리는 가운데, 연못 위엔 연잎들이 무성~

 

 

연못 위로 목책로가 조성되어 있어서 우산 쓰고 잠시 거닐어 봤다.

 

 

영롱한 물방울을 머금고 있는 연잎이 싱그럽다.

 

 

빗속에 청초하게 피어 있는 연꽃도 반갑고.

연못 주변으로도 크게 한 바퀴 돌아봤는데, 고즈넉한 분위기가 너무 좋았지만,

들이치는 비 때문에 그 분위기를 오롯이 느끼는 게 힘들었다.

이곳에 온 목적이 찻집이었으니, 나머지 분위기는 찻집에서 느끼는 걸로....

 

 

카페, 커피와 꽃자리....

꽃자리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

꽃자리는 "연꽃이 피는 자리"라는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을까...혼자 생각해봄.

 

 

루프탑인만큼 계단을 올라야 하는 수고로움이 동반된다.

 

 

카페에 올라서 보니, 수련사 앞마당과 나무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좀 전에 수선사 앞마당에 다녀왔었는데,

가까운 지름길을 놔두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고생스럽게 왔네.ㅋ

 

 

수선사는 정말 아담한 사찰이었는데, 경내 한가운데 심겨 있는 나무를 보니 그리 오래된 사찰은 아닌 것 같았다.

무엇보다 마당에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루프탑에서 내려다 본 연못!

진정 내가 원했던 고즈넉한 분위기인데,

비 때문에 야외에서 이 분위기를 누릴 수 없음이 안타깝다.

 

 

야외 자리는 흠뻑 젖어 있어 앉을 수 없는 상태.

 

 

카페 안으로 들어가 차를 주문했는데,

사찰 카페에 오면 꼭 고집하는 차가 있으니, 바로 대추차!!

사찰 찾집에서 만나는 대추차는 여느 찻집의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 나의 경험이다.

지금까지 먹어본 최고의 대추차는 평창 월정사 찻집에서 마신 대추차!!

 

 

사찰 안에 있는 찻집 같은 전통찻집에 오면 투박한 도기 잔에 차를 마시는 것도 나름 멋인데,

코로나가 멋과 낭만을 다 뺏어가버렸다.

 

 

제 아무리 대추차가 맛있어도,

이렇게 일회용 잔에 담겨 나오는 대추차는 그 맛이 덜한 법 ㅜㅜ!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주의해야 할 상황이니 묵묵히 따르기로....

 

 

산청으로 여행 오면서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을 하나 꺼내왔는데,

나의 손길이 닿은 책은 이병률 님의 <끌림>

이 책을 언제 읽었더라~기억이 가물가물.

 

 

그런데 책의 첫 장을 여니 바로 답이 나왔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 2008년에

독서클럽 카페에서 '솔사랑'이라는 닉네임을 쓰셨던 분이

몽골 여행 기념으로 선물해주셨고,

나는 이 책을 몽골 여행 중에 읽었었구나!

기록(메모)의 힘을 새삼 느낀다.

지금이 연락이 끊어진 솔사랑님의 안부도 문득 궁금해지고...

 

 

첫 페이지부터 글귀 하나하나가 가슴에 꽂힌다.

 

열정이란 말에는 한 철 태양이 머물다 지나간 들판의 냄새가 있고,

이른 새벽 푸석푸석한 이마를 쓸어 올리며 무언가를 끼적니는 청년의 눈빛이 스며 있고,

언제인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고 떠날 수 있는 보너스 항공권 한 장에 들어 있는 울렁거림이 있다.

열정은 그런 것이다.

그걸 모르면 숨이 막힐 것 같은 어둠에 놓여있는 상태가 되고,

그걸 갖지 아니하면 신발을 신지 않은 채 낯선 도시에 떨어진 그 암담함과 다르지 않다.

 

열정이 고갈된 상태로 살아왔던 최근의 삶을 돌아보며

책 속 마침표 하나에도 자극을 받게 된다.

 

 

비가 오니 찾는 이도 많지 않아 한적한 찻집에서 나만의 사색을 즐기고 나오는데,

스님 한 분이 "비도 많이 오는데 홀로 다녀가시나 봅니다."라고 말을 걸어주신다.

"네~" 하고 웃으며 답하고는 "그런데 여기 화장실이 어디 있나요?" 여쭈니,

"주차장 옆에 있는 화장실 못 보셨어요?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화장실인데~" 하신다.

 

 

그렇게 찾아간 주차장 옆 화장실!

잉? 이 건물이 화장실이라고?

주차장에 주차하면서 당연히 봤었는데 화장실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입구 문부터 백화점이나 호텔 화장실 같은 고급스러움이 있다.

 

 

더 놀라웠던 건, 화장실에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

 

 

더더욱 놀라웠던 건 앉아서 도시락을 먹어도 될 정도로 내부가 매우 깨끗했다는 점.

 

 

아래로 창이 있어 답답하지도 않고...

가히 우리나라 최고의 화장실이라 할 만했다.

 

 

아침에 눈 떴을 때만 해도 이 시간에 내가 이곳에 있을 거라 생각을 못했는데,

우연히 마주하게 된 누군가로 인해 이곳에 오게 되고

이곳에서 잊혀진 누군가도 생각하게 되고... 

이 모든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무엇이건 간에 좋은 인연(因緣)임은 분명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