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여행] 지리산 인심 좋은 민박 <흙속에 바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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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담♡

2020. 8. 8.

요즘 난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에 흠뻑 빠져 있다.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 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특히 마지막 부분...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은 비켜갈 수 없고 그 해답은 결국 사랑임을...

 

산청으로 떠났다.

분명 여행을 떠난 것이었지만, 나의 목적지는 사람이었다.

 

 

산청에서도 청계 저수지가 있는 청계마을...

그곳으로 가는 길은 나무가 만들어놓은 터널마저도 푸르고 싱그러웠다.

 

 

흙속에 바람속에...

그동안 여행을 다니며 묵었던 숙소 중에 단연코 No.1으로 꼽는 곳이다.

이 민박집을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고급 호텔이나, 고급 펜션과 대놓고 비교하면 곤란하다. 

내가 이곳 산청 민박에서 느낀 가장 진한 매력은 바로 사람의 정(情) "인정"이었으니까...

 

 

8년 전이었나?

지리산 둘레길 완주라는 목표를 안고, 시간만 나면 지리산으로 달려왔을 때

사흘 동안 지리산 둘레길 7,8,9코스를 걸으며 베이스캠프로 삼았던 곳이다.

그때도 요란하게 손님을 끌지 않고, 얌전하게 돌아앉아 있는 것부터 마음에 들었는데 지금도 여전한 모습이다.

 

 

그 당시, 원래는 하루만 묵을 예정이었는데,

주인 내외분이 너무 좋아 사흘 동안 눌러앉게 되었던 집.

 

 

그러고 나서 3~4년이 지나 다시 찾았을 때 여전히 반겨주었던 집.

그로부터 다시 4~5년이 지났고 혹시 나를 잊진 않으셨을까 염려했는데,

역시 기우였다.

여전히 그때의 미소를 장착하시고, 반갑게 맞이해주시니 황송하고 감사할 따름.

 

 

사장님은 나에게 이곳 산청 민박집에서 가장 좋은 방을 배정해주셨다.

사실 <흙속에 바람속에> 민박집의 공식 손님방은 이 방 단 하나뿐이다.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는 호텔과는 달리 냉방기라곤 선풍기 한 대가 전부이지만 상관없다.

 

 

그 어떤 호텔도 갖지 못한 고급진 지리산 자연풍을 장착한 곳이니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바람, 그리고 그 너머에 펼쳐져 있는 풍경.

그 모든 것이 나를 행복해 미치도록 만든다.

 

 

잠시 방 안에 누워 있자니 발아래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푸르름도 너무 좋다.

오랜만에 봐서 너무 반갑다며 사모님이 내어주신 매실차가 한 폭의 풍경화에 방점이 되어 준다.

 

 

이 분위기에서 내가 해야 할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게 아이러니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이 순간, 오감을 활짝 열고 이 곳의 모든 것들을 오롯이 느끼고 즐기지 않으면

그것이야말로 직무태만!!

 

 

방에서 잠시 쉬다가 밖으로 나와 마당을 거닐었다.

장독대의 크고 작은 항아리들이 정겹다.

 

 

민박집 뒤쪽으로 보이는 정자!

4~5년 전 왔을 때도 있었는데.... 그때 사장님이 직접 만드셨다는 얘길 듣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정자의 이름은 세심정!

마음을 씻어주는 정자!

마음을 씻어보겠다는 마음으로 신발을 벗고 경건히 정자에 올랐다.

 

 

자리 잡고 앉아 책을 펼쳤더니 마치 신선이 된 듯한 기분이다.

 

 

안상헌님이 쓴 <미치도록 나를 바꾸고 싶을 때, 자극이 필요해!>

10년 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나의 손길이 다시 이 책으로 간 걸 보면

지금의 나는 미치도록 나를 바꾸고 싶고, 나를 자극해줄 그 무언가를 찾아 이곳으로 떠나온 건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모습' 은 전적으로 나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

그러니 환경이나 사회를 탓하기 전에 자신부터 돌아보는 것,

이것을 기본 전제로 삼지 않으면 어떠한 해답이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도 찾을 수 없다.

 

10년 전에 읽었을 때는 밑줄을 긋지 않았던 부분이 이 순간, 훅 눈에 들어온다.

 

 

성공하는 사람은 "성공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실패하는 사람은 "실패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자극을 관리하는 일은 곧 "성공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다.

 

역시 그때는 간택받지 못했던 글귀가 지금의 내 마음속에 들어와 울림을 준다.

 

 

덥지 않냐며 사장님이 가져다 주신 선풍기. ㅎㅎㅎ

30년은 족히 된 듯한 선풍기다.

이 구형 선풍기, 세심정이라는 이 정자와 너무 잘 어울린다.

 

 

잠시 후 사모님이 덥지 않냐며 시원한 오미자차를 갖다 주신다.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이 "행복에 겹다" 라는 말인가보다.

사장님과 사모님의 관심과 배려가 너무 고맙다.

 

 

조금 있으니 배고프지 않냐며 간식으로 먹으라고 자색 옥수수까지 내어 주신다.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느끼는 것은 사랑받는 이 입장에선 초강력 자극이 아닐 수 없다.

 

 

저녁 식사는 인근에 있는 마을식당에서 했다.

 

 

1인분에 6,000원의 백반.

 

 

기본 반찬들도 맛있고,

 

 

청국장도 일품!

 

 

보들보들한 계란찜에도 시골 할머니의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이 지역 막걸리인 지리산 단성 생막걸리를 곁들여 소박하지만 알차게 시골식 만찬을 즐겼다.

 

 

숙소로 돌아와 사장님, 사모님과 마당에서 차 한잔~

두 분의 얘기 속엔 지금의 내가 갖지 못한 "여유"가 담겨 있었다.

이 지리산 자락에서 행복하게 살기 위한 조건은 "무소유"라는 말씀이 너무나 강렬하게 와 닿아

하마터면 지리산으로 당장 귀농을 결정할 뻔했다.

 

 

산청에서 하루를 보내며 부쩍 성장한 느낌이었다.

그날 저녁 나는 이곳 지리산 자락에서 진짜 바람의 노래를 들었다.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 없었던 것들...

어쩌면 복잡한 우리 인생의 해답은 진정 사랑임을....

스쳐가는 나의 모든 인연들도, 부족함 투성이인 나 자신도,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다보면 삶은 더 풍요로워지고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그렇게 바람은 나에게 작지만 중요한 깨달음이 있는 노래를 전했고

나는 또 한 뼘 성숙해졌다.

흙속에 바람속에....

내 마음의 고향 지리산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