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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로지향 2020. 8. 23. 04:43

시각과 촉각

 

괴테의 마지막 말이 빛을 하며 숨을 거두었다 듯이

서양 사람들은 눈으로 사물을 파악하는 視覺(볼시,깨달을각)

민족이다. 이에 비해 우리 한국 사람은 손바닥으로 사물을

감지하는 觸覺(닿을 촉, 깨달을 각)민족이랄 수 있다.

 

헨리 밀러의 소설에 보면 남녀가 애무를 하러 들 때면

꺼져 있던 전등을 켜는데

 

우리 한국 사람들은 불부터 끄고 더듬는다. 비단가게에서

천을 그를 때 감이며 색상이며 무늬 등을 눈으로 보고도

손바닥으로 쓸어 보는데 예외가 없다.

 

그래서 비단가게에는 손때천(觸手綬)(닿을촉,손수,인끈수)

이라는 별도의 베 묶음을 마련해 둔다.

 

비단 뿐 아니라 모든 일용품, 학용품 심지어 곡물을

살 때도 손으로 한줌 쥐어 쏟아 보고 산다.

 

이 사물의 촉각 파악상황은 우리말에서도 완연하다

 

욕망을 억제하고 있는 상태를 근질근질 하다하고

 

자극적일 때 따끔하다 하며 무분별을 눈이 멀었다고

 

촉각표현을 한다. 줏대 없음을 쓸개 빠졌다 하고

 

실없음을 허파에 바람 들었다 하며 친밀을 강조할 때

간을 빼준다는 내장 이식 표현마저 서슴지 않는다.

 

관광도 외국 사람에 비해 촉각관광을 한다.

관광지의 기둥이나 조각이나 손이 닿을 만한 곳에는

손때가 반지르르 광을 내고 있는데 예외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