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이예라 2017. 10. 13. 17:15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 헌법 제31조 제1항

 

 

 

올해 77세의 박필요 할아버지는 한 때 사업으로 돈을 많이 벌었지만, 외환 위기로 인한 사업부도로 재산을 모두 잃었다. 지금은 일할 능력도, 돌봐줄 가족도 없이 할머니와 함께 국가에서 주는 ‘생계보호급여’로 간신히 살고 있다.
어느 날 폐지로 주어온 신문을 통해 자신이 매달 받는 생계보호급여가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박필요 할아버지는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서는 최저생계비 정도의 돈은 필요한데, 국가에서 최저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돈을 생활보호급여로 주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사회보장제도
우리는 세상에서 혼자 살아갈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하며 살아간다. 누군가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우리 개개인이 그들을 도와줄 수도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국가는 누군가에게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에 우리가 낸 세금으로 우리를 대신해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돕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는 경제가 많이 발전해서 많은 사람들이 풍족하게 살고 있지만, 여전히 불쌍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도 많다. 그냥 가난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누가 도와주지 않으면 먹고 살수 없는 사람들도 많다. 생사가 달린 병에 걸렸는데도 치료비가 없어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도 있다. 사고를 당해서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장애를 갖게 되어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나이가 많이 들어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되었지만 돌봐줄 사람이 없는 사람도 있다. 갑자기 닥친 금융위기로 회사에 부도가 나서 일자리를 잃고 거리에 나앉은 사람도 있다. 이러한 불행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일이다.


국가는 이렇게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불행한 일을 뒷짐 지고 지켜만 보지 않는다. 국가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이런 불행 중에도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안전판을 만들어야 할 의무가 있다. 국가는 질병, 장애, 노령, 실업 등으로 생활이 어려워진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하여 여러 형태의 사회보장제도를 만들어 놓고 있다.


아픈 사람들이 돈을 적게 들이고 병원에 갈 수 있도록 의료보험제도를 만들고, 젊어서 조금씩 돈을 내게 하고 나이가 들어 필요할 때 다시 찾아 쓰게 하는 연금보험제도를 만들었다. 그리고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이 최소한의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공부조제도를 만들었다. 나이가 많아 일할 능력도 없고 돌봐줄 가족도 없는 박필요 할아버지께 국가에서 생계보호급여를 지급하는 것 역시 국가가 우리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공공부조제도에 의한 것이다.

 

*법률용어

연금보험제도 : 연금보험제도란 노령·질병·사망 등을 보험사고로 하여 양호·장애·유족·과부·유아연금 등을 급여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말한다.
공공부조제도 : 공공부조제도란 국가 또는 공공단체가 스스로 생활을 영위해 나가기 어려운 국민을
대상으로 최저한의 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보장제도를 말한다.

 



 



기본권 보장의 전제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이와 같이 당장에 먹을 음식이 없어 죽어가는 사람들에게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개성신장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일용직 근로자에게 선거일에 일하지 말고 반드시 투표할 것을 강제한다면 그에게 선거가 과연 권리일 수 있을까?
자유와 권리가 철저히 보장된다고 하더라도 기초적인 생활을 할 수 없을 정도로 궁핍한 사람에게는 한낱 명목상의 자유와 권리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 정말로 헌법에서 보장된 자유를 누리며 살기 위해서는 먹고 살만한 최소한의 물질적인 것들이 있어야 하고, 바로 그것을 보장하는 것이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이다.


 

 

최소한의 물질적인 필요를 충족시켜 주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
어느 정도의 물질적 삶을 보장하여야 국민이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인간다운 생활’이란 그 자체가 추상적이고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개별 국가의 문화수준과 역사적·사회적·경제적 여건에 따라 어느 정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일 뿐만 아니라, 국가가 이를 보장하기 위하여 생계보호의 수준을 구체적으로 결정함에 있어서는 국민 전체의 소득수준과 생활수준, 국가의 재정규모와 정책, 국민 각 계층의 상충하는 갖가지 이해관계 등 복잡하고도 다양한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여야 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사정들을 모두 고려하여 생계보호의 구체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법률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국회와 정부의 일차적인 임무라고 하겠다. 하지만 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든가 그 내용이 도저히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것이다.


박필요 할아버지께서 받는 생계보호급여의 경우, 국가가 정한 국민의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그 정도 수준의 급여로는 박필요 할아버지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다. 하지만 생계보호급여를 받는 것 이외에도 다른 법령에서 다른 명목으로 급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급여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생계보호기준이 단지 최저생계비에 미달한다는 이유만으로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적 뒷받침
국가가 모두에게 최소한의 물질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이를 위한 국가의 재정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회보장을 위한 충분한 재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게 되면, 그것은 있으나마나 한 이름뿐인 권리에 불과하게 될 것이다.


사회보장제도를 운영하는 데 드는 비용은 결국 국민의 세금에서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누진세와 같이 조세부담능력의 차이를 고려하는 조세부과방식으로 사회보장의 재원을 마련하는 경우 그것은 사회의 부를 재분배하는 효과가 있고 나아가 공평한 사회의 실현에 기여한다.


하지만 국가의 재정 부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으므로 사회보장제도를 어느 규모로 실행할 것인지는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국민적 공감대 속에서 신중하게 단계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 한 번 시작한 사회보장제도는 쉽게 폐지하거나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출처: 청소년을 위한 알기쉬운 헌법

 

 

 

헌법재판소 헌법재판연구원이 발간한 <청소년을 위한 알기 쉬운 헌법>은

중고생도 헌법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30여개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사례와 국가기관 등 통치구조에 관한 내용 등을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여 그 속에서 기본권이 어떻게 작동하고

서로 대립하는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화시켜 가는지 보여주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중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 볼 수 있는 사례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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