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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프라임 : 조선의 프로페셔널 화인(畵人) 제 2부 여인의 색깔, 조선을 흔들다 - 신윤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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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여행/문화후기

2017. 1. 8.

 

 

 

 

다큐프라임 : 조선의 프로페셔널 화인(畵人) 2

여인의 색깔, 조선을 흔들다 - 신윤복




      


단오풍정(端午風情).  화려한 색의 옷을 입고 그네 타는 여인,

가슴과 허벅지를 드러낸 체 멱 감는 여인들, 그녀들을 훔쳐보는 승려

근엄한 체 점잔빼던 조선을 발칵 뒤집어 놓은 파격적인 그림이다

 

 


   혜원 신윤복(蕙園 申潤福)2008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소설 바람의 화원(2007)은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해 하반기에는 영화와 드라마가 만들어졌다. 신윤복의 걸작 미인도(美人圖)가 있는 간송미술관도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으며 신윤복에 대한 연구도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EBS 다큐프라임에도 신윤복에 대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다. 조선의 풍속화가를 조명하한 조선의 프로페셔널 화인(畵人) 3부작 중 두 번째 작품, <여인의 색깔, 조선을 흔들다-신윤복>(2008.7.29. 방영)이다.

 

   신윤복은 조선의 미술사에서 매우 독특한 화가이다. 어느 시대나 풍속화를 그린 화가는 많았지만 신윤복의 그림은 단연 독보적이다. 여인, 특히 기생(妓生)을 그림의 주인공으로 삼았으며, 그녀들의 삶과 감정을 화폭에 담았다. 덕분에 신윤복은 에로틱하고 저속한 그림을 그린 화가로 폄하되기도 하지만 오히려 날카로운 풍자와 비판의식을 가진 화가였다. 기생은 천한 신분과 웃음과 성()을 팔던 존재였으며, 성리학의 나라 조선의 오점이었다. 그러나, 기생이 성을 사는 자들은 조선의 지배층인 양반 사내들이었다. 그의 그림에는 양반들의 음란하고 방탕한 모습이 숨김없이 드러나 있다. 자신의 치부를 보는 양반들은 마음이 편치 않았으리라.

 

 



대낮부터 기생과 향락을 즐기고

유곽에서 기생을 사이에 두고 술에 취해 싸움질을 하며

매춘도 서슴지 않는 양반의 모습 

 

 

 

   기생 뿐 아니라 여염과 사대부 여인들의 모습도 파격적이다. 통금이 지난 어두운 밤에 내연의 남자를 만나고, 국법으로 금지된 절에 드나들며, 상중임에도 과부는 개의 짝짓기를 바라본다. 혜원의 그림속의 여인들은 이전의 정물(靜物)같은 여인이 아니라 사랑하고,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안타까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대담하게 외간사내와 밀회를 즐기고 국법으로 금한 절에 드다들며

상중임에도 욕망을 감추지 않는 조선 여인들

 

 

  혜원은 새로운 시도로 자신만의 독특한 화풍을 개척한 화가였다. 당시의 풍속화는 배경 없이 인물과 사물을 그렸으며, 밋밋한 담채화가 대부분이었다. 혜원은 기둥과 집을 수직와 수평으로 짜임새있게 배치하고 빨강, 노랑, 파랑 등 강렬한 색깔과 다양한 농담으로 화려한 그림을 그렸다. 이것은 혜원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단원 김홍도의 그림과 비교하면 한눈에 알 수 있다.

 

  

  


수직과 수평, 직선적인 구도가 돋보이는 신윤복의 그림들.

 

 

  


화려한 색채 못지 않게 농담의 차이가 뚜렷하다.

 

 

 

 

김홍도의 그림과 비교해보면 그 차이를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미인도(美人圖)

 

 

  그리고, 신윤복 최고의 걸작인도(美人圖).

   성인의 2/3 정도 크기의 큰 그림으로 그림 속의 여인은 앳된 얼굴에 큰 가채를 올리고 큼지막한 노리개로 화려하게 치장했다. 조선 후기에 유행하던 상박하후(上薄下厚 : 저고리는 몸에 딱 달라붙고 치마는 풍성하게 입는 것) 스타일의 회장저고리와 풍성한 치마를 입고 있다. 기생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기품이 느껴지는 이 여인은 살아숨쉬는 듯 하다. 조선의 어떤 그림도 여인의 아름다움을 이토록 생생하게 표현한 그림은 없을 것이다. 영화 미인도에서 얇은 저고리 속 깊은 정을 붓끝으로 전하노라고 했던 것처럼, 혜원은 아마도 이 여인을 몹시 사랑했나 보다.

 

   정조의 죽음으로 조선의 르네상스도 종말을 맞이했다. 탕평책, 실학, 자주적 기상, 관용, 모든 것이 사라졌다. 정조 사후에 권력을 잡은 세력은 정조의 업적과 정책을 지워갔다. 탕평은 물론 붕당마저 사라져 세도 정치의 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살아나던 조선도 죽어갔다.

    정조 시대 화려하게 피어났던 자유롭고 진취적인 화풍도 쇠퇴하고 신윤복도 암울한 시대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그 시대의 그림은 아직도 사람들의 감성을 깨운다. 성리학에 짓눌리고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 여인의 아름다움을 일깨우고 지배층의 위선을 날카롭게 꼬집던 그의 그림은 여전히 아름답고 신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