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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은 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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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뒷면/원장님의교육이야기

2019. 7. 21.







1+1은 안합니다

    


 

   처음 학원을 시작할 때 무슨 과목을 할 것인가 꽤 고민했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하는 국 수를 할 것인가, 내 전공인 역사를 살려 사회 계열을 할 것이가. 학원 과외 강사 중에 전공과 다른 과목을 가르치는 사람이 더 많으니 내가 국 수 중 한과목을 가르친다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었지만, 나는 내 전공을 살리기로 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사업도 잘 되고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나는 현재 역사와 사회를 가르친다. 역사, 특히 한국사를 주로 하지만 고등학교 사회탐구까지 꽤 많은 과목을 가르친다. 수만큼은 아니지만 가르치는 학생도 적당히 있고 내 전공을 주로 하고 있으니 효율적이어서 나름 만족스럽다. 그러나, 가끔은 이 과목을 선택한 것이 후회스럽다.

 

   사회 계열 과목은 기타 과목으로 치부된다. 수에 비해 공부도 적게 하고 소홀히 대한다. 학원이나 과외를 할 때도 국 수를 정하고 나서 남는 시간에 하는 것이 사회 계열 과목이다. 같은 탐구과목인 과학에 비해서도 홀대 받는다.

   특강이 많은 방학 때에도 국 수는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시작하지만 사회 계열은 1주일 이상 늦게 시작한다. 수 일정이 정해진 뒤에야 알아보기 때문이다. 그 뿐 아니라 국 수 성적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잘 배우던 역사나 사회를 그만두고 국 수 수업을 하나 더 듣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일이 한두번이 아니어서 별로 놀랍지도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는다. 기본적으로 국 수가 성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낙담할 일도 아니다.




 

   나를 낙담하게 하는 것은 학부모의 비상식적인 요구이다. 그 중 가장 어이없는 것은 1+1을 요구할 때다. 종종 2~3과목을 한 과목 시간과 비용으로 해달라는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는 학년과 배우는 과목이 다른 학생들을 데려와 한 시간에 같이 수업해 달라고 한 경우도 있었다(한 아이는 한국사를, 한 아이는 세계사를 배우고 있었다). 당연히, 이런 요구는 모두 거절한다. 거절하면 일부는 볼멘 소리를 하며 나를 어이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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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물리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수보다 비중이 낮아도 사회 계열 과목도 독립된 과목이며, 연결되고 겹치는 부분이 있다해도 엄연히 다른 과목이다. 당연히 내용도 다르고 수업 방식이나 공부 방법도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어떤 과목이든 오롯이 그 과목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공부하는 학생은 물론이거니와 가르치는 강사(교사)도 그렇다. 수업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공산품도 아닌데 어떻게 한 과목 할 시간에 두세 과목의 수업이 가능할까.









   한편으로는 한 과목 비용으로 두세 과목을 해달라고 할 때 정말 화가 난다. 과목에 상관없이 가르치는 데는 적지 않은 노동력과 노력이 든다. 비슷한 과목이라고 해서 준비 없이 대충 수업하는 것이 아니다.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은 기본이고 학생의 실력에 따라 난이도를 조정하고 알맞은 어휘도 골라놓아야 한다. 사회 계열은 시청각적인 부분도 중요하기 때문에 통계와 사진, 영상을 준비할 때도 많다. 문제풀이를 할 때는 정답 뿐 아니라 오답에도 빼곡이 설명을 적어놓고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런 요구를 받을 때는 나의 노력과 노동이 폄훼되는 것 같아 기운이 쭉 빠진다.

   다른 학원에서도 이러 요구를 할까? 수 학원에서는 하지 않을 것이고, 과학 학원에서 물리와 화학을 한번에 해달라고 하거나, 외국어 2가지를 한번에 수업해 달라고 한다는 말도 들어 본 적이 있다. 유독 사회 계열 과목은 이렇게 몰상식한 요구를 하는 것이 속상하고 답답하다. 그래서 가끔은 내 전공이 아닌 수 중에 한 과목을 골랐다면 좋았을 것을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 일을 시작하고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달에 한두번은 1+1을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상담을 받는다. 물론, 단호하게 거절한다. 이제는 그런 요구에도 능숙하게 대처하는 법도 익혔다. 그렇지만 씁쓸한 기분은 변함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