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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논문, 변화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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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뒷면/원장님의교육이야기

2019. 10. 13.







그녀의 논문, 변화의 시작

 


 

   온 나라가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 들썩이고 있다. 논란의 핵심 중 하나는 조 장관의 딸(이후 조씨)의 입시 문제이며, 그 중 고교 시절 논문 제 1저자가 되었고 그 논문이 병리학회 학술지에 실린 것이었다.

 




9월 2일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당시 후보자)의 기자 회견



 

   사실 관계를 정리하면 당시 한영외고 2학년이었던 조씨는 방학 중에 학교 교사의 권유로 단국대 의과대학 의과학 연구소의 인턴쉽 프로그램을 참여하여 2주 가량 연구소 실험에 참여하였다. 이 실험을 토대로 논문을 작성하여 같은 해 12월 대한 병리학회에 제출했다. 조씨는 6명의 저자 중 제 1저자로 올라갔으며 심사를 거쳐 20098월 대학 병리학회지에 실렸다. 조씨는 2010년 입학사정관제로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에 입학하였다. 고려대학교에 제출한 자소서에 논문 등재 사실을 기재하였지만, 당락에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자한당을 비롯한 야당은 조씨가 고교 시절 의학 논문의 제 1저자로 등재된 것을 문제 삼았고, 사회 각계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대한 병리학회는 조씨의 논문을 재심사하여 연구 윤리 문제 및 IRB 미승인 등의 이유로 등재를 취소하였다. 일부 사람들은 논문이 취소되었으므로 고려대 입학도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씨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나는 의학이나 법률에 문외한이므로 논문의 학문적 수준이나 법적 문제를 논할 수 없다. 그러나, 사교육을 업으로 삼은지 10년 가까이 된 사람으로써 이 사태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이 적지 않다.

조씨의 논문이 문제가 되었을 때 어이가 없었다. 고교생이 논문을 쓰고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이 그렇게 특별한 일인가? 야당과 언론은 조씨의 경우가 몹시 특별한 경우이고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것처럼 호도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왜 호들갑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교육계와 사교육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조씨가 인턴쉽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논문을 쓴 2008년은 입학사정관제가 시작된 해였다. 입학사정관제 초기에는 지금과 같은 3년 예고제도 없었고, 대학에 제출하는 스펙에 제한도 없었다. 한마디로 무엇이든 해도 되었다. 2013년 입학사정관제가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으로 변경되어 여러 가지 규칙과 제한 사항이 생겼지만, 비교과에 큰 비중을 둔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다.

 

   문제가 된 논문도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의 스펙 중 하나이다. 조씨 뿐이 아니라 적지 않은 고등학생들이 논문을 쓰고 학술지에 이름을 올렸다. 원래 고교생의 논문은 과학고 학생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입학사정관제가 시작되면서 외고와 자사고 학생들도 논문을 쓰기 시작했고, 점차 일반고 상위권에도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좀 잘 나간다는 논술 학원마다 <소논문>이라 불리는 논문 쓰기를 지도하였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논문 유행이 과열되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도 생겼다. 돈을 받고 논문을 대신 작성해 주거나 대학교수들이 자녀를 자신의 논문이나 대학원생의 논문에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리는 등의 부정도 심심찮게 일어났다. 이런 부작용 때문에 입시에 논문 활용을 제한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최근에는 한 풀 꺾이기는 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학생들이 논문을 쓰고 그 논문이 학술지에 등재되고 있다. 결코 조씨가 특별한 경우라 할 수 없다. 아마 한영외고에도 조씨처럼 논문 저자(1저자, 공저 포함)가 된 학생도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비교과 활동 과열은 많은 부작요을 낳았다

사교육업계에는 논문 대필과 수행평가 대행이 횡횡하였다


  



   또한, 학교의 책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생이 논문 저자가 되는 일이 그렇게 부도덕한 일이라면 책임이 조씨에게만 있는가? 당시 조씨는 미성년자였다. 인턴쉽 프로그램은 권한 것은 한영외고 교사였고, 프로그램은 운영한 것은 대학이었다. 이 일이 그렇게 부도덕한 일이라면 그러한 일은 권유한 교사와 학교, 대학도 비난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 언론을 비롯한 각계에서는 당시 미성년자였던 조씨가 무슨 대역죄인이라도 되는 듯 마녀사냥을 하고 있다. 이것은 분명히 부당한 일이다.

 

   나 역시 고교생이 논문을 쓰고 그 논문이 학술지에 등재되는 일이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고등학생이 어떻게 논문을 쓰겠는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것이 얼마나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알 것이다. 그러나, 이 어이없는 일은 10여 년동안 대한민국에서 버젓이 일어났고 지금도 진행중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부, 대학, 중고등학교, 학원 등의 사교육 업체 등, 모두 알고 있었고 묵인해 왔다. 이것을 빌미로 조 장관에게 사퇴하라고 발광하는 야당 의원들도, 공정 운운하며 촛불 집회를 하던 서울대와 고려대 학생들도 다 알고 있던 사실이었다.

 

  사람들의 분노가 향해야 할 곳은 조씨가 아니라 금수저라 불리는 우리 사회의 특권층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입시 제도이다. 입학사정관제와 학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비교과 활동>은 경제적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유층에 유리하다. 특히 조씨가 참여한 인턴쉽 프로그램 등은 일반인이 접하기 쉽지 않다. 비단 논문 프로그램 뿐 아니라 봉사 활동도 마찬가지이다. 법원에서 봉사 활동하는 학생들은 법조인 자식이 많고 병원에서 봉사 활동하는 학생들은 의사 자식이 많다는 말은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활동 정보도 일반계 고등학교보다 특목고나 자사고가 고급 정보를 더 많이 접할 수 있으며 일반고 학생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진다. 또한, 비교과 활동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부유층이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일이다. 게다가 시행 10년 정도 된 한국의 입시 시스템은 공정성을 비롯한 많은 부분을 정비해야 하는 것도 큰 문제이다.

 

   언론에 보도된 여러 정황으로 보아 조씨는 성적도 좋았고 열심히 노력한 것 같지만 보통 가정에서 태어나 일반고에 다닌 학생이었다면 그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소시민으로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조씨 또한 부유층에 유리한 유리한 입시제도를 잘 활용하여 대학에 들어간 이들 중 하나이며 조씨와 같은 방법으로 대학에 진학한 이들은 수없이 많다. 그러므로, 조씨에게 이 사태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본다. 만약 조씨가 논문 때문에 대학 입학이 취소되어야 한다면, 조씨와 같은 스펙으로 입학한 수백명의 입학 또한 취소되어야 공평하다.

 

 

조씨의 논문이 만들어낸 나비 효과

   조씨의 논문에서 시작된 논란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있던 우리 사회의 불평등을 수면 위로 드러내었다. 사회 곳곳에서 입시 제도의 불공정함을 비판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출처 : 리얼미터)




   학부모의 60~70%는 수시 폐지와 정시 부활을 요구하고 있고, 교육부에서는 ‘SKY'를 비롯한 상위권 대학의 수시 입학 실태조사를 시작했다. , 성사될지는 의문이지만 국회에서는 국회의원 자녀들의 입시 비리 전수조사를 추진 중이다.

   MBC느 각 학술지 및 학회에 등재된 고교생 논문을 취재하였는데 논문과 발표는 411, 고교생 저자는 1, 218명에 달했다. MBC에서는 고교생 논문의 책임 저자(지도 교수)들과 인터뷰하여 자료를 취합한 뒤 후속 보도를 예고하였다.

    





수많은 고교생들이 논문 저자로 학술지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각계에서 입시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봇물처럼 터지고 교육계와 정치계에서는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그다지 기대는 하지 않는다. 입시 제도의 불공정과 부조리를 밝히고 손보아야 할 이들은 대부분 우리 사회의 특권층이고 불공정한 입시 제도의 수혜자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들이 입시 제도를 개선할 지는 여전히 미덥지 않다. 국민의 압박이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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