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걸음으로 세계일주/낙원, 캐나다서부

언마청 2014. 5. 27. 09:47









♥♥♥ 꿈길여행⑦ 나의 새로운 길 - 검룡소와 소쩍새


   【⑥편에 이어서】 물의 기원, 한강의 발원지로 강원도 태백의 검룡소를 일컫는다. 거기서부터 수원이 시작되어 한강을 이루게 된다는 말이다. 꿈길여행, 우리 가족의 이 꿈 같은 여행의 시작은 어디서부터라고 할까? 작년 봄, 딸이 불쑥 적금을 들자고 한다. 여행 Seed money를 마련하자는 기특한 발상이다. 이제 사회초년생인 아이가 무슨 돈이 있는지 매월 큰 돈을 내놓겠다고 선언한다. 아비로서 체면이 있으니 딸보다는 큰 금액을 나도 적금불입에 보탰다. 일곱 편으로 나뉜 이 여행기 서두에서 나는, 소쩍새가 울어 국화꽃이 핀다는 시를 인용하여 이번 여행이 성사되도록 소쩍새가 노래해주길 바란다고 소망한 바 있다. 그저 생각만으로는 실현되는 것이 없는 법, 딸의 미래지향적인 적극성을 나는 이 여행의 시원으로 여긴다.

여행이 무사히 잘 끝난 지금, 나는 아무 탈이 없이 안전하게 끝난 여행에 그리고 각자의 위치에서 즐겁고 행복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애써준 우리 가족에게 감사한다. 듬직한 모습으로 온갖 일을 도맡은 아들, 지극정성과 갸륵한 손길로 보살펴 준 며느리, 여행의 시작을 만들고 조신하게 관조하며 즐긴 딸, 열린 마음과 화사함으로 여행을 밝게 해준 아내, 삼천 리 그 먼 길을 어른과 똑같이 행보하며 잘 견뎌준 네 달 배기 손자까지, 우리식구 고맙고 사랑합니다. 함께 길을 걷지는 못하였어도 세심한 배려와 마음이 담긴 온갖 지원을 넉넉하게 챙겨주신 사돈내외분과, 보이지 않는 역할을 했을 사돈아가씨에게도 고마운 뜻과 함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Tour in tour인 밴프에서 돌아온 다음날, 며칠 사이에 Edmonton 날씨가 매우 좋아졌다. 진눈깨비 내리던 스산함에서 벗어나 오늘은 맑고 화창한 날이다. 슬며시 내일이면 이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표창처럼 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나는 식구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짐짓 시치미를 뚝 떼고 있지만 그 시간에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있었다. 우리는 Edmonton의 Beverly Hills로 탈바꿈하는 신흥주택지에 가서 대저택을 바라보며 미래를 위한 시각적인 목표의식도 북돋우고, 햇볕 따스한 야외에서 잔디밭 놀이도 즐긴다.

늦게 일어난 것도 아닌데 이런 날은 하루가 짧다. 내일 아침 출발하는 비행기 시간을 참작하여 오후에는 짐가방과 씨름을 한다. 사돈내외분을 모시고 늦은 저녁을 함께 한다. 자연스럽게 낙원처럼 거닐던 로키투어 이야기가 나오고, 화목하고 오붓한 분위기 속에서 송별만찬 시간을 즐긴다. 마음의 곳간에는 받은 정성과 배려로 가득하고 두 손은 넘치는 선물로 비지땀을 흘린다. 열흘이 열 시간처럼 흘러간 것처럼 깊은 밤의 애틋하고 아쉬운 시간이 덧없이 흐른다. 밤이 늦게 오는 에드먼턴에도 오늘은 어둠이 짙게 깔렸다. 아쉽고 섭섭한 내 표정을 암흑이 감추어주려는 듯이.


▼ 지도와 캐나다 여행자료, 나중에 보니 많이도 모으고 많이도 뒤적거렸다

Map






그 누가 헤어짐은 다음 번 만남의 시작이라고 궤변을 늘어 놓았던가? 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이별은 없다. 꽉 짜인 비즈니스 여건 속에서도 사돈어른께서 배웅을 나오셨다. 헤어짐이 아쉬워 커피를 한 잔 나누는데, 오늘 유난히 쓴 것은 비록 내가 여린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만은 아니리라. 내 품에 안은 게 아니라 이젠 아들의 넓은 가슴에서 석별의 아쉬움을 나누고, 정이 많은 며늘아이 눈물방울 씻어준다. J를 마주 안고 눈을 맞춘다. 내 어찌 그 눈빛을 잊으리요. 짧은 포옹으로 식구들끼리의 체온을 느끼고 탑승구쪽으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양쪽에서 흔드는 손 사이로 시간이 또 속절없이 흐른다. 그래, 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이별은 정녕 없다.

인정머리 없는 한낱 쇳덩이에 불과한 비행기는 단 1분도 멈칫거림이 없이 에드먼턴 땅을 박차고 하늘로 솟아오른다. 나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내 사랑이 있는 곳, 며칠 동안 내 눈으로 각인해 두었던 곳을 차마 내려다볼 수 없었다. 덜컹하는 느낌에 깨어보니 비행기는 어느새 구름 위를 날고 있고, 희끗희끗 보이는 저 아래로 설산이 누워있다. 환승 경험이 있는 딸은 밴쿠버공항에서 능숙한 솜씨로 국제선 탑승구를 찾아간다. 허전한 마음을 다독이려 Ice Cappuccino를 한 잔 마신다.

국제선 환승시간에 여유가 있어 카톡으로 밴쿠버 안착을 알리고 여행 사진과 J의 사진을 보며 회상한다. 헤어진 지 두 시간 남짓하건만 J가 다시 눈에 아른거린다. 가기 전에는 얼굴 한 번 보고 나면 만사형통일 줄 알았는데, 만나서 얼굴 보고나니 더욱 더 그리워진다.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식구들이 떠난 후 Edmonton 가족들의 허전함과 뒷정리, 그리고 J가 갑자기 불어났던 식구 때문에 버릇이 나빠졌을까 봐 염려하고 있다. 모름지기 Edmonton의 식구들도 먼 길 가는 세 사람의 무사귀가를 고대하고 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가족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값도 적절하며 달콤하고 산뜻한 맛이 일품인 팀홀튼의 아이스카푸치노

카푸치노






인간미 없기로는 매한가지인 밴쿠버발 인천행 비행기도 기어이 떴다. 이륙 후 기내가 안정이 되자 나는 Ginger Ale 한 잔을 부탁했다. 이번 여행에서 맛들인 음료다. 잠시 이번 여행을 마음으로 정리해 본다. 여행은 짧은 시간에 긴 여운을 남겨놓는 추억의 창조자이다. 다람쥐 쳇바퀴 돌리듯 무료한 일상에서 삶의 활력소를 찾아주는 귀한 존재이기도 하다. 여행, 여행 그 자체는 아무것도 아닐지 몰라도 여행자는 여행이 끝나면 여행의 편린들을 꺼내보며 자신의 삶을 되새김한다. 밋밋하고 그저 아무 맛도 없는 것 같은 이 진저에일처럼.

조국이 망한 것도 아닌데 남자로서 울고 싶을 만큼 행복했던 시간, 정말 내 인생에서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했던 시간이었다. 이 Global시대에 우리식구, 가족 모두 함께여서 더욱 좋았고 그런 가족이 나는 고마웠다. 가족의 힘을 새삼 다시 실감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매 나는 나의 인생이 축복받고 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드러내고 더 많이 표현하면서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가리라. 오늘처럼 내일도 그렇게, 그리고 그 다음날도.

어느 축구감독이 우리나라 축구의 취약점은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라고 갈파한 적이 있다. 이전의 판단을 정반대로 뒤집은 이 분석이 적중하여 역사적인 결과를 이룬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나의 체력만큼은 자신하고 있었다. 아내가 내 활동범위만큼 보조를 맞추어주기를 바랬고, 진행 속도와 활동영역 조정을 염두에 두었었다. 시차극복이 더디고 스스로 자신의 체력적 부담을 느끼면서 나는 나를 다시 살펴보기로 작정하였다. 2002월드컵에서의 그 히딩크감독처럼.


▼ 이번 여행에서 매료된 Ginger Ale, 생강에 탄산을 가미한 음료로 캐나다 사람들이 즐겨 마신다

Ale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서는 늘 시간의 흐름이나 항행진도에는 관심이 없다. 그저 정해진 시간이 흐르면 나 살던 곳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김빠진 맥주 같은 싱거운 결론에 호기심이 사그라지는 것이다. 먹고 싶은 생각도 없는 식사를 의무감에 우겨 넣는다. 밴쿠버공항에서 압수당한 와인이 아쉬워 반주로 마셔본다. 아내와 나는 별 맛도 없는 와인에 남모를 미소를 주고받고, 건너편 사내는 벌써 세 병째 와인을 들이킨다. 그 사람 좌석에 좁쌀만한 파란 불이 켜졌다. 의미해석이 안 되는 그 파란 불빛이 다시 윙윙거리는 나 살던 곳으로 돌아가는 방향지시등처럼 보였다.

여행과 장시간 비행으로 피곤한 나는 잠 속으로 곯아떨어졌다. 난기류를 만났는지 흔들리는 기체 움직임에 깨어났는데, 엉겁결에 생각해보니 비행기가 내 사랑이 있는 곳과 등지고 날아가는 것이었다. 그게 그렇게 싫어서 나는 왜 비행기는 기차처럼 좌석을 돌릴 수 없느냐고 물어보려고 스튜어디스를 불렀다. 그러려고 하다가 여기 스튜어디스가 체구도 건장하고 무섭게(?)까지 생긴 모습이 떠올랐다. 속도 모르고 온 승무원에게 나는 물 한 잔 달라고 얼른 말하고는 다시 자는 척 했다.


▼ 이번 여행의 또 다른 공신, Backpack과 Vibram창의 야무진 다목적 신발

배낭






여행에서 돌아온 서울 하늘에는 제법 많은 양의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헤어짐이 슬퍼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여행이 끝나자마자 나는 나의 새로운 길 떠남을 부추길 소쩍새들을 불러 모았다. 올 가을에 국화꽃 피울 몇 마리만 빼놓고는 ‘적금’이라는 이름을 붙여 ‘검룡소 은행’에서 키우기 시작했다. 가끔씩 불러내어 합창 훈련도 시킨다. 울어라~, 울어라 소쩍새야… 나의 새로운 길이 다시 시작되도록. 【캐나다 서부여행기 ①~⑦ 끝】 ¶ 2014. 5. 11. [언마청]







언마청님! 안녕하십니까?

소쩍새도 검룡소, 그런 출발이기에 이런 멋진 여정이 있습니다.

거기에 "검룡소 가족분들, 적금"까지 함께하니 진정 부럽습니다.

잘 보고 가며 늘 "타의 추종을 불허"하시는 블로그에 감탄합니다.

또한 넘 우린 젊기에 아직 "헤어짐"에 익숙하지 않은가 봅니다.

무더운 날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파이띵!!!
산포로님, 복더위같은 5월의 생소한 날씨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삶이란 여행, 지구별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제게는 작은 길떠남에 늘 설렙니다.
모처럼의 가족동반 여행이라서 더욱 각별했던 길이었습니다.

거친 글에 가슴으로 반겨주시니 늘 고마울 뿐입니다.
뵐 수 있는 기회를 가지려 노력하고 있는데 여의치 않군요.
늘 정진하시고, 아름다운 행보 이어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