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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뜰 연재 5] 코로나19와 이주민, 혐오·배제와 포용·연대의 두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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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이야기

2020. 4. 18.

[화성문화원 '문화의뜰' 통권 87호 원고]



코로나19와 이주민,

혐오·배제와 포용·연대의 두 길




이 용
(사단법인 더큰이웃아시아 상임이사)



코로나19가 온 세계의 일상을 삼켜버렸다.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의 한숨이 온 거리를 짓누르고, 학교에 가야할 우리 아이들에게 삼시 세끼 집밥 챙겨주느라 젊은 엄마들의 일상이 바뀌었다. 각종 모임이 취소되고, 회의가 연기되고, 봄꽃 여행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회의가 도입되고, 온라인 수업이 준비되고,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이민자 사회통합프로그램(한국어와 한국문화, 한국사회이해 교육)도 전면 중단된 채 온라인 강의 시스템을 도입하려고 분주하다. 당연하게도 정보화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의 상당수가 장비와 기술, 언어소통 등 제약으로 온라인 화상교육에 참여하기 어려운 실정이라서 비자 변경, 국적 취득 등 절차와 일정도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코로나19 속에 드러난 이주민 배제


정부에서는 위기에 처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저소득 취약계층에 사회 안전망을 제공하기 위한 긴급 구호조치로 재난지원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다. 이보다 한발 앞서 경기도는 모든 도민에게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기로 했다. 우리 화성시는 그 어느 곳보다 빨리 전국 최초로 매출감소 소상공인에게 재난생계수당을 지급하기 시작했고, 재난기본소득도 전국 최고액으로 지급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걸음만 더 들어가보면, 재난 시기 인도적 구호조치에서도 차별과 배제가 곳곳에 드러난다. 경기도는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지원한다고 밝히면서 ‘도내 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내국인’이라고 명시했다. 외국인은 지원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화성시에서 시행하는 소상공인 긴급 생계비 지원 사업의 경우에도 공고문에는 ‘화성시 거주 관내 소상공인’이라고 했으나, 실제로 외국인 소상공인은 제외하고 있다.
잘 나갈 때는 같은 주민이니까 똑같이 세금 내라고 하고, 어려울 때는 국적이 없으니까 도움 줄 수 없다는 정부와 지자체의 정책에 외국인주민들의 박탈감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결국 참다 못한 이주민들이 “대한민국에서 거소등록(주민등록)을 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고 있는 외국인들에 대해서도 정부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코비드19 관련 지원을 부탁드립니다”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하고 나서고 있다.
이주인권연대 등 62개 이주민 인권단체들도 “이주민들을 코로나19 긴급생활비 지원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인권침해”라며 “차별 없는 재난 대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는 진정서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하고 나섰다. 기존 복지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지원하기 위해 추진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재난지원금이 오히려 이주민들을 정책에서 더욱 더 소외시키는건 인종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고령화, 저출산, 노동력 부족이 구조화되면서 한국사회는 이민사회가 되었다. 결혼비자를 갖고 한국사회에 정착한 내국인의 배우자들, 이미 지방선거 투표권까지 가진 3년 이상된 영주권자들, 비전문 취업비자로 왔다가 숙련노동자로 정주할 수 있는 비자를 얻어 가족을 형성한 노동이주가정 등 대한민국 국민 못지않게 성실히 노동하고 성실히 납세하고, 머지않아 국적을 얻게 될 많은 우리의 이웃들이 국적을 얻기까지 몇 년의 과도기동안 단지 국적이 없다는 이유로 이방인으로 냉대를 받고 있다. 한국인이 될 때까지 따뜻한 경험과 기억이 아니라 차별과 소외를 경험하게 된다면 앞으로 함께 살아가야할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신뢰의 기초가 허물어지게 되지 않겠는가.



전염병도 긴급지원금도 외국인을 차별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리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 시기에 이주민을 배제하는 태도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된다. 독일은 코로나19 즉시 지원금을 지급할 때 내·외국인을 구별하지 않고 경제활동을 하고 세금을 내는 모든 프리랜서, 자영업자, 소규모 사업자들에게 똑같이 지원해주었다. 홍콩 역시 국민들에게 직접 소득을 지원하면서 영주권자나 저소득 신규 이민자에게도 1인당 약 155만원 상당을 지원하기로 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오는 6월 말까지 모든 이주민, 난민에게 한시적으로 시민권을 부여해 이들 모두에게 의료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고 한다. 감염병이 확산될 때는 이주민과 난민의 건강이 곧 사회 전체의 건강과 직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코로나19 사태에서 외국인 배제가 사회문제로 드러난 것은 이른바 ‘마스크’ 사태 때부터다. 정부가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공적 마스크를 약국에서 구매할 때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은 신분증(외국인등록증)과 건강보험증을 함께 제시하도록 했던 것이다.
건강보험에 가입하고도 보험증을 갖고 있지 않은 이주민들의 아우성과 이주민 인권단체들의 행동이 있고서야 정부는 신분증만으로 마스크 구매가 가능하도록 바꿨지만, 우리 사회가 얼마나 이주민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떨어지는지 그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헤프닝이었다.


건강보험증 제시를 생략해도 여전히 사각지대에 놓인 이주민들이 많다. 50만명에 육박하는 3개월 이내의 단기 체류자, 입국한지 6개월 이내여서 아직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되지 않는 이주민들, 그리고 39만명에 달하는 미등록 체류자들은 원천적으로 공적 마스크 구매 자격에서 배제된다.
특히 미등록 이주민들은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노동시장의 저수지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중소·영세사업장이나 농업 현장, 건설 현장을 지탱하는 기둥의 하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사업장의 자유로운 선택이 제약된 외국인 인력제도(고용허가제)의 근본적인 개선을 필요로하는 문제이기에 미등록 이주민 문제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인 논의는 필요하되, 이에 앞서 이들을 필요로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 또한 존재한다는걸 이번 코로나19를 통해 또한 절감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이주민들에 대한 사회적인 배제 분위기는 이주민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켜 결국 많은 이주민들을 떠나가게 했고, 그 피해는 온전히 농촌과 건설 현장의 인력 공백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배제로 인한 피해는 결국 우리 사회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이번 코로나19는 역설하고 있다.


[그림] 지역사회에서 만든 면마스크를 전달받은 미등록 이주노동자 뒤로 열악한 노동환경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지역사회에서 펼쳐진 연대의 손길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마스크 대란을 맞이하면서 지역사회 곳곳에서 면마스크를 만들어 나누는 운동이 펼쳐지고 있는데, 그 중 더불어숲페어라이프센터에서 만든 면마스크를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에 전달해 따스한 마음을 전해준 것이다.
한국인들이 외면해온 3D 업종의 산업현장을 묵묵히 지키며 안보이는 곳에서 우리 지역사회를 지탱해온 많은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마스크 하나 제대로 구하지 못한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고 그 험한 일을 감내해왔던 것이다. 이들에게 지역사회에서 전해준 면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물품은 비록 소박하지만 그 어느 것보다 소중한 포용과 연대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포용과 연대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


교통·통신의 발달과 정보화로 인해 세계는 이미 하나의 생활권이 되었다는 것을 이번 코로나19가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감염병의 국제적인 확산을 막는 일 역시 전 세계가 함께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를 감염병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반드시 국제 사회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생긴 중국에 대한 혐오와 배제의 사회분위기는 참으로 우려스럽다. 인류 역사에서 재난 시기에 마녀사냥 같은 일종의 혐오 현상이 극성을 부렸던 사례가 많다. ‘우한폐렴’이 아니라 ‘코로나-19’로 명명한 그 정신 역시 이러한 마녀사냥이 답일 수 없다는 인류의 지혜의 결과물이다.
누구나 자기 자신도 감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국가나 지역도 마찬가지다. 감염병의 발생이 아시아나 아프리카 저개발국가에서만 시작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세계1차대전 때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페인 독감이 미국과 유럽에서 비롯되었던 데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도 언제든지 감염병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


갈수록 국경의 의미가 퇴색해지는 세계화의 시대, 신종 감염병의 전 지구적인 전파는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이다. 한 사회 안에서든,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서든 혐오와 배제의 분위기 속에서는 바이러스가 더욱 음성적으로 번져나갈 것이다. 사각지대 없이 모두가 그 정보를 스스럼 없이 드러낼 수 있고, 또한 한 명의 예외도 없이 사회가 그 문제를 함께 떠안고 함께 해결해 나갈 때 비로서 우리는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이번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돋보이는 역할을 수행해 온 질병관리본부의 한 관계자가 들려준 얘기는 그런 점에서 우리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주고 있다.


“혐오와 배제로는 감염병을 막지 못합니다. 감염병의 경우 사회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감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전파될 위험도 커집니다. 즉, 건강 격차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는 게, 우리 공동체를 감염병으로부터 지키는 길이라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