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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152] 나쓰카와 소스케의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고 / 이선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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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리뷰

2018. 8. 23.

 

<신의 카르테>라는 소설로 쇼각칸 문고 소설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나쓰카와 소스케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현직 의사이기도 하다. 의외로 ‘의사’ 직업을 가진 작가들이 꽤 많은 것 같다. <연을 쫓는 아이>의 할레드 호세이니가 그렇고, <숨결이 바람이 될 때>의 폴 칼라티니가 그랬듯이.

 

‘나쓰카와 소스케’라는 본명이 아니라 작가명이라는데 그에 대한 설명이 재밌다. '나쓰'는 나쓰메 소세키, '카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스케'는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소'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풀베게>에서 따왔다고 한다. 얼마나 책을 좋아했으면 일본의 유명 작가의 이름과 작품에서 따와 작가명을 만들었을까. 살짝 귀엽기도 하고 순수한 느낌도 들고.

 

내가 아는 몇 안 되는 일본 작가 이름이 이 나쓰카와 소스케 이름 안에 모두 들어가 있다는 사실에 살짝궁 웃음이 나왔다. 오에 겐자부로가 빠져있는 것이 살짝 아쉬웠다고 한 마디 거들먹거려본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제목답게 고양이가 책을 구하기 위해 나쓰키 린다로 앞에 나타나며 벌어지는 판타지 소설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를 잃고 삶의 막막함 속에 슬픔에 빠진 나쓰키 린다로 앞에 ‘얼룩’이란 이름의 얼룩 고양이가 나타나 도움이 필요하다며 책을 구해야 한다며 미궁으로의 모험이 시작된다. 

 

이 작품에는 네 가지 유형의 사람이 나타난다. 첫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었는지 책 숫자로 자신의 지식을 자랑하며 나타내는 사람이다. 그런 그는 너무 바빠서 사람들과 만나서 제대로 된 대화조차도 나눌 시간이 없다. 왜냐면 그에게는 책을 읽고 사유하고 내적으로 내 것을 만드는 것은 중요하지 않고 많이 읽는 것 만이 중요한 사람이다. 그래서 스스로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자칭하는 사람의 부류다.

 

두 번째로 만나는 사람은 이 바쁜 세상에 책을 온전히 다 읽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줄거리 요약본만 읽으며 속독법을 개발하여 시대에 맞는 정보만을 습득하면 된다는 부류. 하지만, 그들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정보’만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책으로부터 얻는 마음의 양식은 얻지 못하고 결핍되어 사람들은 점점 피폐한 모습을 띄게 된다.

 

세 번째 부류는 바로 책만 잘 팔면 된다는 부류다. 잘 팔리는 책만 만드는 세계제일출판사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바빠서 두꺼운 문학 작품에 허비할 시간도, 돈도 없죠. 하지만 사회적 지위를 유지하는 데 아직 독서만큼 매력적인 건 없어요. 그래서 책으로 빈약한 이력서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기를 쓰고 있죠, 그런 사람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P186)

 

“진리도, 윤리도, 철학도, 그런 건 아무도 관심이 없어요. 다들 삶에 지쳐서 자극과 치유만을 원하고 있죠. 그런 사회에서 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책 자체가 모습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확실히 말하죠. 책에서 가장 중요한 건 팔리는 거라고! 아무리 걸작이라도 팔리지 않으면 사라지게 됩니다.” (P188)

 

이 출판사 사장의 이야기는 현시대의 성향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힘들어 씁쓸함이 느껴졌다. 물론 그럼에도 책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깊이 읽는 분들이 아직 많음을 모르는 바야 아니지만, 전체적인 사회적 흐름이 그리 흘러가고 있음을, 결코 아니라고 부인하긴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나타나는 등장인물은 바로 책 자신이다. 그렇게 점점 책을 가까이하지 않는 사람들 틈에서 잊혀가는 책 자신.

 

결론은 당연히 그렇게 이어져야 하는 마땅한 스토리로 끝난다. 나쓰키 린타로는 고모와 함께 가지 않고 학교를 열심히 다니겠다는 약속과 함께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온 마음과 정성으로 운영하셨던 고서점을 이어가게 되고. 늘 자신이 없었던 린타로와는 달리 스스로 선택한 소박한 일상을 자신의 발로 걸어가는 새로운 린타로가 되어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것 같은 착한 결론.


 

이 책의 처음 부분은 깊은 감동 속에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해서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읽어 내려갔지만, 마음이 촉촉해지며 조용한 깨달음으로 다가오는 그런 깊은 감동을 안겨주진 못했다. 

 

그렇다고 옮긴이가 역자후기에서 말하듯이 책에 대한 모든 의문에 대한 대답이 실려있다고 느껴지는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숨이 막히고 때로는 식은땀이 솟구치며 때로는 가슴이 먹먹해질 만큼 아름다운 이야기”라고 역자가 말한 부분에서는 고개가 갸우뚱거려졌다. 사람마다 받는 느낌이 다름을 잘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마음 한편엔 궁금함이 치고 들어왔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숨이 막히고 식은땀이 솟구치고 가슴이 먹먹해졌다는 거지?"

 

어쩌면 나는 이 책에서 또 하나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찾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사실 그랬다. 그랬기 때문에 온전히 몰입을 쏟아붓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건 작가의 문제도 역자의 문제도 아닌 독자의 문제다.

 

어쨌든,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아니고, 무언가 기발한 재미를 느꼈던 것도 아니지만,  좋았던 것은 행동하기보다는 책 속에 파묻혀 지내는 손자 린타로에게 해주시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지혜로운 말씀이었다.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는다고 눈에 보이는 세계가 넓어지는 건 아니란다. 아무리 지식을 많이 채워도 네가 네 머리로 생각하고 네 발로 걷지 않으면 모든 건 공허한 가짜에 불과해 (…)

 

책이 네 대신 인생을 걸어가 주지는 않는단다. 네 발로 걷는 걸 잊어버리면 네 머릿속에 쌓인 지식은 낡은 지식으로 가득 찬 백과사전이나 마찬가지야. 누군가가 펼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는 골동품에 불과하게 되지” (P65)

 

책을 읽는 건 참 좋은 일이야.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자기 발로 걸음을 내디뎌야 하지. (P66)

 

독서에도 힘든 독서라는 게 있지. 물론 유쾌한 독서가 좋단다. 하지만 유쾌하기만 한 등산로는 눈에 보이는 경치에도 한계가 있어. 길이 험하다고 해서 산을 비난해서는 안 돼. 숨을 헐떡이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올라가는 것도 등산의 또 다른 즐거움이란다. 기왕에 올라가려면 높은 산에 올라가거라, 아마 멋진 경치가 보일 게다. (P125)

 

마치 내게 던지시는 말씀 같아 손끝에 가시가 박힌 듯 아프면서도 뜨끔하기도 했던 부분. ‘학’은 열심히나 ‘습’에는 굼뜬 나. 감추고 싶은 나의 최악의 결점을 들켜버린 듯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린타로 할아버지께 소심한 변명을 드려 본다. 조금씩 삶 속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연습을 하고 있다고, 그러고 있는 중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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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 Seal의 One fri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