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menade

내 삶의 스타카토 My story

일기 쓰기 방학숙제

댓글 2

펌킨의 하루

2019. 8. 4.



브라질은 다음 주가 아버지 날이다. 

해서 오늘 아버지께 드릴 꽃화분 카드를 만들었다.

기념으로 한 컷~!!






방학이라고 신난다고 좋아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개학이 돌아왔다. 


오늘이 첫 수업이었다.




내가 학교 다녔을 때를 떠올리면 개학하는 날이 참 싫었다.


우리 친구들도 마찬가지 일거라고 생각했는데,


오잉? 한글학교 오는 것을 기다렸다는 친구가 있어서 완전 감동~




하지만, 그 감동의 기쁨은 찰나로 지나가고


선생님과의 수업이 기다려져서가 아니라,


친구들과 놀고 싶어서였다는. 하하하~ ^^


그래도 선생님이 보고 싶었다고 이쁜 말로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어 행복했삼. ^^




아이들은 개학이 싫었지만, 나는 은근히 기다려졌다.


선생인 내가 첫 수업이 기다려졌던 이유는 ‘궁금함’ 때문이었다.


'이 녀석들이 과연 방학 숙제를 했을까'하는 궁금함.




방학 숙제로 야심 차게 '일기 쓰기'를 내주었다.


방학 전에 예쁜 공책을 선물로 주고 일기를 써보자고 했다.


왜 일기 쓰기가 중요한지, 설명과 함께.


그런데 그게 어디 쉽나.






나를 감동으로 몰아넣은 우리 친구들의 일기장~ ^^






그리고 개학에 앞서 부모님들께 알림 말씀을 드렸다.


하루를 썼어도 괜찮으니, 꼭 일기장을 잊지 말고 챙겨서 보내달라고.


한 아이만 빼놓고 다 가져왔는데,


M과 J는 완전 나를 감동으로 몰아넣었다.




M은 거의 매일 일기를 썼고, 


심지어 한 권을 다 쓰고는 또 다른 한 권을 더 써왔다.


내용도 하루 기록으로 아주 충실했다.




J의 일기는 매일 일기를 쓴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과 표현력에 놀랐다.




S와 N과 K도 좋았다.


S는 한글로 도저히 못쓰겠다며 포어로 써도 되느냐며 방학 중 연락까지 해왔다.


비록 한글학교이긴 하지만, 일기를 씀에 있어서 포어로 써도 괜찮다고 했다.


한글, 포어를 구분하지 않았다.


이번 과제는 쓰는 습관을 갖게 하는 것에 초점을 둔 과제였기 때문이다.




N은 한글로 쓰기가 벅찼을 텐데도 얼마나 상세히 기록을 했는지,


정말이지 우리 친구들이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K는 안 쓸 거라고 구시렁대면서 방학에 들어갔는데,


문장은 짧지만 그 옆에 그림까지 그려 표현을 했다.




H는 방학 중에 눈 수술이나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음에도 


단 며칠이라도 일기를 써왔다.




W도 마찬가지였다.


짧지만 자신의 하루 일상을 잘 기록했다. 




이렇듯, 우리 친구들이 일기 쓰기를 잘 해와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너무 예뻐서 한 명 한 명 뽀뽀를 해주었다. ^^




일기 숙제를 하면서 좋았던 것을 나누었는데, 


기대 이상의 답변들이 돌아와 또 한번 나를 놀래켰다.




첫째, 하루를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다.


둘째, 내가 무언가 의미 있는 작업을 한다는 생각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셋째, 글로 쓰니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셋째, 옛날에 일기를 썼던 기억이 되살아났고 다시 쓰게 된 것이 좋았다.




물론, 지겹기도 하고 어렵기도 해서 일기 숙제가 싫었던 친구도 물론 있었지만,


그 가운데 긍정적인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사했다.




앞으로 일기 쓰기를 계속하고 싶은 친구를 손 들어보라 하니


반 정도의 친구들이 손을 든다. 


매일은 아니지만 계속 쓰겠다는 우리 꼬마들.




물론 지금의 그 다짐이 계속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도를 해보면서 의미와 즐거움을 느껴보는 경험은 우리 마음에 각인되어,


나중에 또 시도를 해보게 하는 마중물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면서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 되다 보면,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서 표현할 줄 알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영화나 책을 읽고 리뷰도 쓰게 되면서 사고 영역도 확장될 것이다.


무엇보다, 나의 기록이 생기게 됨으로써 나의 역사가 남게 된다는 것..


그것은 참으로 가슴 들뜨는 일이다.




일기 쓰기 숙제를 내주기를 참 잘했구나.


스스로 만족되는 시간이었다.




1학기 때는 나 역시 교사로서 첫 경험이라 수업 방법에 대한 이런저런 시도가 많긴 했어도


그저 진도 따라가기에 바빠 정작 아이들에게 해보고 싶은 것은 시도하지 못했던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학기에는 아이들에게 꼭 시도해 보려고 한다.




최명희 선생님이 우리에게 해주셨던 방법.


매 수업 시간 전 시 함께 읽고, 쓰고 나누기.




시를 통해 아름다운 한글 배우기.


예쁜 동시를 통해 아이들의 감성도 함께 키워주고 싶고.


그중 한 명이라도 시를 가까이 느끼며 문학 작품과 가까워지는 친구가 생긴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업일 게다.




2학기는 수업 날짜가 짧다.


한 달에 한 번씩 공휴일도 끼어있다 보니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


그래도 꼭 해보고 싶은 작업이다.




설마 했던 일기 쓰기가 제법 성공적으로 이어지고 보니,


좀 더 용기가 생긴다.




오늘 첫날이라 집중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얼마나 잘 따라줬는지.  (그렇다고 다음 주도 이럴 거라고 기대하면 큰 착각~ ^^;;)


남은 학기 동안 더욱 사랑으로 마음으로 준비해야겠다는 자극이 되어준 첫날이었다.




우리 꼬마들과 헤어지면 많이 그리울 것 같다.


올해 우리 학생들이 교사로서의 나에게는 첫사랑 아닌가.




선배 선생님들이 다들 힘들다고 하면서도 선생이라는 역할을 사랑하는 거구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오늘이었다.

 

.

.


요즘 내가 미쳐있는...

그.야.말.로. '미쳐있는' 음악이다.

Safira K의 Way 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