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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스타카토 My story

특별한 재능 없는 내가 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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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킨의 하루

2020. 5. 21.

<출처: http://m.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21079>

 

 

 

특별한 재능이 없는 내가 잘하는 것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늘 아침, 어느 글을 읽다 문득 그런 생각이 떠올랐다.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때때로 나타나는 복잡한 심리 상태와는 달리 내가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은 단세포 강장동물 아메바처럼 아주 단순하게 나타난다. 내가 잘하는 것 가장 첫 번째, 잘 웃는다.

 

나는 아주 잘 웃는다.

 

정말 잘 웃는다. 웃음소리는 또 좀 크나. 미사 시간에 신부님께서 강론 말씀 중에 재밌는 이야기를 하실 때면 어김없이 한 구석에서 내 웃음소리가 메아리 되어 그 큰 성당을 가득 채운다. 신기한 것은 나는 정말 웃긴데, 나 혼자만 웃기는 모양. 그래서 내 웃음소리가 더 유독 크게 들리는 것 같다. 

 

미사에 가면 가끔씩 지인들이 물으신다. 

“지난주에 미사에 안 왔어?” 

“어떻게 아셨어요?”

“아~ 웃음소리가 안 들려서~”

“%%#@%%@@@” 

 

그런가 하면 때때로 한 수 더 뜨신다.

"요즘 신부님 강론이 재미없나 봐. 웃음소리가 안 들려" 

  (끄응~)

 


 

언젠가 영화 ‘베를린’을 보고 하정우에 필이 꽂혀 그가 누군지 궁금해 유튜브를 검색하는데 어느 프로그램인지 하정우 인터뷰 영상이 올려져 있었다. 그런데 어찌나 중심이 꽉 잡히고 말도 잘하고 재밌는지. 하정우의 이상형이 자기가 재미없는 유머를 말해도 재밌게 웃어주는 여자라는 부분을 듣다가 하마터면 “저 여깄어요~!!” 손 들 뻔했다.  60을 바라보는 아줌마의 깜찍(?)한 일탈~!! 

 

잊을 수 없는 에피소드가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이렇게 웃었던 적이 있을까. 슈퍼맨과 외계인 삼행시. 

 

슈. 슈퍼맨은

퍼. 퍼래

맨. 맨날 퍼래 

 

까르르르륵~ 뭔가 대단한 삼행시가 나올 것 같았는데, 걍 ‘퍼래’로 끝났다. 

 

외. 외계인이 내려온다

계. 계속 내려온다

인. 인제 올라간다.

 

대박. 아, 완전 죽음이었다. 내 상상의 한계를 넘어선 반전의 삼행시. 외계인답게 뭔가 기발한 게 나올 줄 알았는데 내려오고 올라가는 것으로 끝났다. 

 

부부 모임이나 지인들 모임이 있을 때면 재밌는 삼행시 있다며 '슈퍼맨과 외계인'을 마치 비장의 카드처럼 꺼내 들곤 한다. 그럴 때면 그들은 어디쯤에서 '웃어드려야'할지 모르겠는 난감한 표정. 나는 이 삼행시를 전할 때마다 어쩜 그렇게 처음 듣는 것처럼 내가 이야기하면서도 그리 재밌는지. 정작 듣는 이는 하나도 안 웃긴 이야기 하면서 나 혼자 좋아 죽는다. 아마도 그래서 재미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제일 재미없는 유머가 바로 이럴 때 아닌가. 듣는 사람 입장은 생각 않고, 저 혼자 재밌어 죽는다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거. 

 

남들은 어느 부분에서 웃어야 할지 모르겠는 상황 속에 나 혼자 웃겨 돌아가시는 독특한 웃음 코드. 이렇게 싱거운 삼행시에 하루 종일 웃어대다 친구들에게 재밌다고 전하다가 핀잔 먹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웃어댄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이 삼행시를 듣고 웃은 사람은 딱 두 명이었다. 나와 내 동생. 

집안 내력이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