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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스타카토 My story

얼떨결에 시작된 온라인 수업, 벌써 기말고사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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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킨의 하루

2020. 6. 29.

N의 노트

코로나 사태로 원했던 원하지 않았던  우리의 일상생활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개인적으로는 얼떨결에 반 강제적인 미니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나는 정신적으로만 미니멀리스트 흉내를 낼 뿐, 삶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데 경제활동이 전면 중단되니 생활 속에 미니멀리즘이 자동적으로 적용되었다. 기본적이고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소비 활동은 생략되었다. 당연하겠지만, 의식주 중에 ‘식’을 중심으로 소비가 일어났다.

 

대외적으로는 학교 수업이 오프 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바뀌면서 수업 양식에 대변혁(?^^)이 있었다. 우리는 토요일에만 수업이 있는 주말 한글학교니까 온라인 수업에 대한 교사들의 고민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나만의 제멋대로 착각임을 알기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오프라인 수업이 중단된지 2주만에 온라인 수업에 대한 대책 회의가 열린 것이다. 

 

"아이고, 온라인 수업?"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온라인  수업을 주기 위해 배움이 필요했다. 온라인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튜브를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내게 맞는 수업 양식을 찾고 수업 준비를 위한 공부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대략 난감, 좌충우돌 속에 시작된 온라인 수업이 벌써 3개월이 지났다. 

 

흐르는 시간과 함께 온라인 수업은 조금씩 익숙해졌고, 학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이런저런 새로운 콘셉트를 첨가하며 준비하면서 짜릿함도 느껴졌다. 그런 가운데, 긴장과 불안으로 다가왔던 수업 영상 준비 작업을 내가 참 즐기고 있음이 느껴졌다. 또 하나의 발견이다.

 

수업을 주기 위한 PPT 자료는 시간이 많이 걸리긴 하지만, 그나마 다른 작업에 비하면 비교적 수월한 작업이다. 가장 어렵고 긴장되는 것은 준비한 PPT자료를 학생들에게 설명하며 녹음하는 부분이다. 처음엔 20~30분이던 자료는 40~60분으로 늘어나고 그와 함께 녹음 시간도 길어졌다. 보통 2시간에서 3시간이 걸린다. 슬라이드마다 설명을 하면서 마음에 안 들거나 버벅되는 부분을 여러 번 수정하다 보면 자연스레 녹음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브라질은 인터넷 사정이 안 좋아 속도가 느린 것은 이미 익숙해진 부분이긴 하지만, 그렇게 설명이 녹음된 자료를 동영상으로 내보내는데 또 2시간~3시간 정도 걸린다. 동영상이 만들어지면 Google Classroom에 링크를 올리고, 숙제와 참고자료와 함께 토요일 아침 수업 시간에 맞춰 부모님들께 보내드릴 준비를 끝내면 보통 새벽 3시가 되어야 끝난다. 잠이 많은 내가 새벽까지 붙들고 있으면서 투덜대지 않고 준비를 하는 것을 보면, 이 작업이 재밌는 모양이다. 

 

"선생님, 재밌어요 
 보고싶어요
 사랑해요"

 

때때로 우리 꼬마들이 보내주는 사랑의 메시지를 받으면 에너지는 불끈 솟아오르고 기쁨은 하늘을 찌른다. 하나라도 더 쉽고 명료한 설명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게 된다. 매번 같은 방식으로 지루함을 주지 않으려고 새로운 자료들을 함께 넣으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아이디어를 찾으러 다니게 된다. 단순히 재미 추구를 위한 것은 의미가 없으니, 수업 내용과 이어지게 하려면 이런저런 고민이 함께 따라붙는 것도 사실이나, 이 작업이 재밌기만 하다.


그런 가운데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1학기 기말고사 기간이 다가왔다. 지난주 토요일과 어제 수업에는 다음 주에 있을 시험에 대한 총복습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수업 후, N과 K가 공부하면서 노트한 거라며 공책에 정리한 것을 사진을 찍어 보내왔다. 열공한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는 노트.  어찌나 정리를 잘했는지 노트한 자료를 보면서 뭉클, 울컥했다. 얼마나 기특하고 흐뭇했는지. 또 얼마나 고마웠는지.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다. 어떻게 하면 한국말이 쉽지 않은 우리 꼬마들에게 어휘 하나라도 더 가르칠지, 이해하기 어려운 문법을 더 쉽고 분명하게 설명할지 고민하게 되는 이유다. 

 

전원 출석에 전원 숙제 제출. 수업 후 매주 토요일 오후에 있는 교사회의 보고 때, 담임인 나를 으쓱하게 해주는 우리 꼬마들. 이번 주에 또 그렇게 감동을 안겨주었다.

 

N의 노트

 

K의 노트

 

다음 주면 드디어 기말고사다. 처음으로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시험이라 선생님들이 고민이 많았지만, 삶이 그렇듯 역시 또 하다 보면 하나하나 해결된다. 매 번 경험하면서도 그때마다 신기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다음 주 기말고사가 끝나면, 그다음 주에 시험 문제를 함께 보는 시간을 끝으로 방학이 시작된다. 이번 겨울 방학은 한 달이 아닌 2주로 끝난다. 갑자기 들이닥친 코로나 사태로 학기 중에 2주 수업을 쉬었기에 수업 일수를 맞추어야 하기 때문이다. 

 

2주간의 방학, 짧은 시간이지만 매주 치열하게 준비하던 작업이 없어지게 되니 시원하다는 생각보다는 아쉬움이 크게 느껴질 것 같다. 방학이 몹시도 기다려질 줄 알았는데, 스스로도 이런 느낌이 의아스럽다. 이런 아쉬움이 있기에 2학기 때 우리 꼬마들과의 만남이 더욱 반갑겠지. 

 

드디어 코 앞으로 다가온 기말고사, 우리 꼬마들이 열심히 한 만큼 좋은 결과를 맞을 수 있으면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