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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의숲 2013. 3. 1. 10:42
권여현, 작품에 심은 ‘맥거핀 디자이어’ OCI미술관
기사등록 일시 [2013-03-01 06:11:00]
【서울=뉴시스】유상우 기자 = 작가 권여현(52)은 다양한 예술 언어로 인간의 실존과 자아에 관한 탐구를 한다. 1988년 첫 개인전 이래 줄곧 현실세계의 무수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자아의 다면적인 모습을 규명하는 데 집중했다. 개인의 내면이나 사회의 구조를 통해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 정체성에 대한 조명과 성찰에서 자신의 예술 영역으로 귀착된 것이다.

자의식에 관한 탐구는 신화·역사·철학·종교·심리학·사회학 등 인문학과 과학 모든 분야의 방대한 조합 속에서 펼쳐졌다. 작업 태도도 회화·사진·드로잉·입체·설치·퍼포먼스·영상에 이르는 전방위적이고도 다차원적인 표현 방식에 따랐다.

특히 서양의 위인이나 고전명화를 패러디하면서 다양한 이미지들을 혼성, 병렬, 중첩하는 방식을 통해 과거와 현재, 신화와 현실, 상징과 기호 사이를 통시적으로 자유롭게 넘나드는 특징을 보인다.

권씨가 서울 종로구 수송동 OCI 미술관에서 4일부터 ‘맥거핀 디자이어(Macguffin Desire)’란 제목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추구해 온 예술 세계의 진화를 압축해 선보이는 자리다.

‘맥거핀’은 스릴러 영화의 거장인 앨프리드 히치콕(1899~1980) 감독이 사용한 영화기법이다. 작품 줄거리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관객의 시선을 의도적으로 묶어 두면서 공포감이나 의문을 자아내게 하는 영화 구성상의 속임수를 말한다. ‘맥거핀 디자이어’는 작가가 자신의 의도와 감상자의 시선 사이에 의도적으로 거리와 경계를 둔다는 의미를 내포하는 표제어다.

전시는 회화와 사진 위의 회화, 퍼포먼스와 설치, 영상 등 60여점으로 꾸민다. 회화는 2003년부터 몰입해온 ‘숲’ 시리즈로 구성된다. 숲은 그에게 일탈, 즉 억제된 현실 너머 새로운 차원의 세계다. 최근에는 오스트리아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언급한 ‘언캐니(uncanny)한 효과’, 즉 낯설고 괴이하고 위험한 인상의 한계상황을 잘 보여주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보여주는 의미로 정의된다.

맹수의 이미지나 실존 인물들을 배치해 억제된 욕구와 숨겨진 자아의 다른 형태들을 조합하기도 한다. 드러나지 않은 각 사물의 상징성보다는 그러한 것들이 함께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정경을 더 중요시한 것이다. 또 통합체(syntagm)와 혼합(hybrid)을 합성한 ‘신템브리드(syntagmbrid)’라는 용어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자아찾기가 자유분방한 상상력과 이들 간의 합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설명한다.


‘코나투스의 숲’(2012)은 영원성을 상징하는 뱀 우로보로스가 등장하고 메두사의 머리를 한 니체, 헤르마프로디테의 모습을 한 스피노자, 쇼펜하우어, 국보 83호 금동보살반가사유상 등이 연계성 없이 등장해 불특정한 숲에서 생이 지속하는 세계를 그리고 있다.

사진 위의 회화 작업은 제자들과의 공동작업 프로젝트인 ‘사제동행세미나’라는 기획으로 제작됐다. 신윤복의 ‘단오풍정(端午風情)’ 등 미술사에서 거론되는 명작들과 아테나, 켄타우로스 등의 신화 같은 존재들을 끌어와 이들의 이미지를 변형, 왜곡, 전도시켜 원본의 가치와 의미를 변질시킨다. 이미지의 교란 작전은 자아탐색의 의도뿐 아니라 박제화된 이미지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영상 작업은 퍼포먼스와 사진으로 구현된다. ‘구도자’라는 영상 작업은 바닥에 캔버스를 깔아놓고 온몸으로 화면 위의 물감을 휘젓는 퍼포먼스를 하면서 완성됐다.

최근 제작한 ‘맥거핀 욕망 혹은 네트 헌터’는 1시간 분량의 영화다. 바닥에 깐 캔버스 위에 온몸을 던져 허우적거리는 강렬한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영화 속에서 그는 이성과 무의식을 모두 동원해 샤먼의 광기에 버금가는 고도의 에너지를 전달한다.

OCI 미술관 측은 “권여현은 동서양 미술사의 모티프와 실존주의, 정신분석, 후기구조주의 등에 이르는 다채로운 철학적 담론의 혼성과 융합을 꾀하며 자신의 존재성에 이바지했던 수많은 요소를 투영하고 전복하는 양가적 작업태도를 드러낸다”며 “이는 욕망으로 작동되는 자아의 모습에서부터 분열적, 혼성적, 파편화된 다중인격적인 자아의 정체성에 이르기까지 규정 불가능한 것으로 자아를 탐색하는 노정 속에서 대입된 예술적 관점이자 방법론”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28일까지다. 02-734-0440

swry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