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Ngod /그림이야기

    James Chae 2011. 9. 3. 19:05

     

     

     

    마을길

     

    채창완

     

     

    우리의 옛 마을들에는 마을과 마을을 잇는 마실길이 있었고 마을 내에서는 집과 집을 연결하는 고샅길이 있었다. 그러한 들은 사람과 사람 간에 소통을 가능하게 했고 마을과 마을들을 연결하였다. 농촌에서 연세 많으신 어르신들은 대부분 과 관련하여 많은 사연들을 가지고 계신다. 로 시집을 오고 갔으며, 또 그 로 사랑하는 자식들과 형제 자매들이 도시로 떠나가기도 했다. 생활의 터전과 노동의 현장에서의 삶이 중요한 것만큼 위에서 펼쳐진 그들의 많은 시간들도 그들에게는 중요한 삶이 되어 있다. 예전에는 이동하는 거리가 길면 길수록 사람 간의 더욱 친밀한 소통이 가능했다. 긴 시간만큼이나 동행하는 사람이나 혹은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진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한 번 왕래하는 것이 어려운 만큼 일단 목적지에 도착하게 되면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 대해 더욱 애틋해지는 법이다. 언제 다시 보나 하는 아쉬움 때문에 그들의 만남은 더욱 긴밀해 질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을 오늘날 찾아 볼 수 없는 것은 빠른 이동 수단의 발달로 만남과 소통의 진지함이 많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마치 빠른 이동 수단이 사람과 사람을 더욱 더 친밀하게 소통하게 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동 수단이 빨라지면 질수록 우리는 더욱 그 과정에 대하여 쉽게 간과해 버리게 된다. 마치 요리의 과정이 생략된 인스턴트 식품같이 이라는 삶의 과정이 우리의 삶에서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림1_채창완_가래골마을길(전북 진안군 동향면)_캔버스에 유채_72.7x60.6cm_2009

     

     

     

    은 이동하는 속도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걸을 때와 자전거를 탈 때가 다르고 자동차를 탈 때가 다르다. 차를 타고 이동할 때 볼 수 없었던 것들이 걸으면서 하나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작고 미미한 것들이지만 걸으면서는 그러한 것들이 더욱 친근감 있는 소중한 것으로 다가 오곤 한다. 작가는 마을길을 직접 걸으며 느꼈던 자신의 소중한 체험들을 마을길시리즈에 담고자 했다. 허름한 길들을 걸으며 그 위에 묻어 있는 삶의 정취를 한껏 느껴보고 싶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마을 내의 고샅을 걸으며 어린아이들이나 젊은 사람들을 찾아 보기 어렵다는 것에 놀랬고, 허물어져가는 많은 빈집들에 놀랬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로 가고 덩그렇게 남겨진 농촌의 모습. 그러나 이러한 당황도 잠시뿐, ‘을 걸으며 하나하나 발견되는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에 작가는 새로운 눈을 뜨게 된다. 그것은 마을 길에 묻어 있는 시간의 흔적들이며 많은 삶의 자취들이었다. 허물어져가는 돌담을 보며 그 돌담을 손으로 직접 쌓았을 그 집 주인의 모습을 연상하게 되고 슬레이트 지붕 위에 덧대어 얹은 함석 지붕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 지어준다. 돌담들은 오랜 시간만큼이나 이끼와 틈새의 잡초로 장식되어 시간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얼기설기 연결된 마을 고샅들은 과거에 활발했었던 한 마을의 모습을 상상하게 하고 그러한 과거의 많은 흔적들은 서로 앞을 다투어 작가의 눈을 사로 잡는다.

     

     

     

     

     그림2_채창완_양지마을길(전북 진안 동향면)_캔버스에 유채_72.7x60.6cm_2009

     

     

    원근법과 단축법(foreshortening)을 무시한 그림의 구도는 마치 지도를 연상시킨다. 길과 중요한 장소를 제외하고는 과감히 여타의 것을 생략하여 그림의 주제인 에 집중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넓은 마을을 간략하게 단순화시켜 이미지화했다. 그림에서 보이는 집들은 단순하고 획일적이다. 사실 가난한 농촌 마을의 현실에서 특별하고 개성 있는 건축양식을 찾는다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 비싼 기와를 대체한 값싼 슬레이트와 함석 지붕으로 된 집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대 농촌의 지붕 양식은 크게 슬레이트형콘크리트 슬라브형으로 정형화되어 있다. 최근에는 함석으로 만든 기와 모양의 지붕재료로 바뀌는 추세이다. 여타의 지붕 재료 중 값이 싸면서도 멀리서 보면 마치 기와지붕같은 착각을 일으키기 때문에 미관상 보기 좋다는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이러한 농촌 주택 양식의 단조로움은 마을이 품고 있는 자연 환경들, 들꽃이나 나무들 그리고 마을의 긴 역사를 담고 있는 마을의 정자나무들로 인해 상쇄된다. 돌담이나 마을길은 계절마다 다양한 들꽃들로 장식된다. 그것은 잡초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계절의 변화를 알리며 계절 만의 독특한 색을 보여준다. ‘애기똥풀’, ‘꽃잔디’, ‘망초꽃’, ‘민들레’, ‘패랭이꽃’, ’지칭개. 그러한 자연의 선물에 의해 마을길은 늘 생기로 넘쳐난다. 그래서 작가는 이러한 결론에 다다른다. ‘을 이용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과 자연이라고...

     

     

     

     

     그림3_양지마을길_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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