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mes' Paintings/Jacob-Going out 2003

    James Chae 2012. 4. 6. 02:36

     

     

     

    야곱의 外出

     Jacob-Going out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사이의 경계에 서서

     

     

    채야고보(James C.W.Chae)

     

     ‘외출’이란 말은 본래 있던 곳에서 어디론가 잠시 떠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물론 그 말에는 다시 돌아온다는 의미가 함축되어있다. 출근하는 직장인들, 등교하는 아이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매일 이러한 외출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러한 외출의 기간이 길어진다면……? 채창완 작가는 일상의 ‘외출’을 조금 넓은 의미로 해석한다. 그는 ‘외출’을 하나님을 떠난 사람들, 위로와 평안의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확대해서 적용한다. 그래서 인간의 최초의 외출은 아담과 하와의 타락과 함께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정들었던 낙원을 등지고 떠나야 했던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상실감, 단절감, 추위와 배고픔, 병과 죽음에 대한 공포 등…… 그것이 하나님을 떠난 우리 인류의 공통된 외출적 정서였다.

     

     

    야곱의 외출#78_빈자리_oil on steel plate_20.5x20.5cm_2003



    아버지를 속이고 형을 피해 광야로 도피했던 ‘야곱’의 이야기는 이러한 ‘외출’에 더 명확한 영감을 제공했다. 부모의 품 속에서 애지중지 사랑을 받던 야곱이 빛도 없고 추운 광야로 홀로 떠났을 때 처음으로 하나님의 환상을 본다는 것이 성서의 내용이다. 차디찬 돌 베개를 베고 누운 처량한 야곱의 모습은 바로 ‘외출’ 가운데 있는 우리의 모습에 다름 아니다. 그러므로 작가의 작품에서 사용한 ‘야곱’이란 이름은 성서 속의 특정한 한 인물을 지칭하는 동시에 우리 모두가 ‘야곱’이 될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다.

     

     

     

    야곱의 외출#76_A Town_oil on canvas_76_47x14cm_2003



    ‘외출’에서 가장 중요한 정서는 바로 ‘슬픔’이다. 야곱이 홀로 광야에 섰을 때 느꼈을 그 느낌. 그것은 ‘존재의 상실’을 경험하는 현대인의 한 정서임에 틀림없다. 화려한 도시와 현대문명의 테크놀로지는 마치 우리에게 유토피아를 약속이나 하듯이 슬픔대신 양지 만을 드러내 보이지만, 가장 밝은 빛 너머에 가장 진한 어둠이 있듯이 작가는 현대사회의 화려함 이면의 어두움을 본다. 많은 크리스천 예술가들이 하듯이 구원의 기쁨과 감사를 표현하는 대신 그는 신앙의 사람들과 불신앙의 사람들 사이의 경계에 서고자 한다. 은혜와 기쁨으로 말미암아 자칫 둔해져 버릴 수 있는 고통 받는 자들의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함이다. 하나님을 떠난 사람들의 그 절망감과 위로 받을 곳이 없는 외로운 사람들의 그 슬픔을 말이다. 그렇게 함으로 그의 작품을 통해 믿는 자와 믿지 않는 자 사이의 감정적 소통을 작가는 원하다. 그래서 ‘야곱의 외출’은 작가의 개인적 얘기만이 아니라 결국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야곱의 외출#79_시간_oil on clock_230Ø_2003

     

     



    채창완의 검정 그림


    서성록(미술평론가)  


    바쁜 걸음, 시간을 다투는 사람들, 독촉전화, 치열한 경쟁  등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온통 서두르는 것 투성이다. 시간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몸과 마음을 재촉한다. 그래야 남보다 먼저 목적한 바를 성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 자신부터가 그렇다. 사람을 만나거나 일을 처리할 때, 그러한 서두름이 배어 있다. 부산함과 분주함을 마치 친한 벗 삼아 지내는 때도 있다. 잠잘 때만 빼고 그런 습관에 익숙해져 있는 편이다. 느릿하게, 여유를 가지고 살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서두름은 일상에서 아주 보편화되어 있는 것 같다. 사회에서는 재빨리 일처리를 하는 사람을 유능하다고 평가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경쟁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인식이 우리 의식 속에 뿌리박혀 있다. 


    그러나 서두름을 가지고 자연과 예술품을 감상하면 중요한 것을 볼 수 없다. 그것들 속에 숨겨진 보물을 찾을 수 없다. 그 보물은 자신에게 눈을 주는 사람에게만 문을 열어준다. 정말 자신에게 관심을 지니고 있음을 확인한 뒤에야 감상자를 받아들인다.

     


     

    야곱의 외출#24_oil on canvas_91x65cm_2003

     

     


    채창완의 그림도 그렇다. 그는 조그맣게 그림을 그리기를 좋아한다.  담배 케이스만한 크기의 조각그림들이다. 하도 조그맣게 그려서 처음에는 무엇을 그렸는지 조차 분간할 수 없다. 서둘러 그의 그림을 보려고 하면 제대로 감상할 수 없다. 이런 태도는 서두름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참을성을 가지고 차분히 응시하면 무언가 윤곽이 잡히기 시작한다.


    화면에 어떤 형상이 새겨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 형상은 대수로운 것이 아니다. 다리, 자동차,가로등,교통신호등, 난간, 해바라기,잎사귀들,곤충,새,물고기들이 즐비하다. 80개의 조각모음도 선보인다. 거기에는 모두 씨앗의 이미지들이 들어있다. 자연을 좋아하고 사랑하며 그 생명을 노래하는 채창완이 틈틈이 스케치한 것들이다. 자그마한 공간 안에 그가 경험한 것들이, 그가 표현하려는 것들이, 그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들어 있다. 

     

     

     

    야곱의 외출#23_oil on canvas_65x91cm_2003



     

    그는 보이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이미지들을 각인시킨다. 캔버스에다 작업할 때도 있지만 우드락, 두꺼운 종이에 할 때도 있다. 무엇을 하든 크기나 재료의 구애를 받지 않고 자유로이 작품을 제작한다. 그림의 소재는 과거에서 길어 올려진 것들이 주종을 이룬다. 가령 인도 유학의 추억들, 어릴 때 순수한 시절들, 풍경들도 대체로 과거완료형에 머무른다. 해질 무렵의 평온한 분위기도 인도에 있었을 때 얻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의 작품은 밝고 화사하며 기운 넘치는 그림과는 거리가 멀다. 어둡게 가라앉아 있다. 우울한 마음의 표지처럼 다가오는 것을 지울 수 없다.


    어째서 그렇게 느껴지는 걸까? 먼저 그림이 흑색으로 도포(塗布)되어 있어 침잠된 분위기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앞길을 바라보며 희망찬 내일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그의 그림은 좀 답답하게 느껴질 것이다. 그가 사용하는 묵색은 비록 동양화의 먹처럼 농담효과를 살린 것은 아니지만 차분함을 간직하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기교와 겉치레를 피하고 최대한 단순하게 보이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더 실질적인 이유를 든다면, 그것은 작품 제목 <야곱의 외출>이란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이 브엘세바에서 하란으로 떠나는 야곱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 형 에서의 장자권을 뺏고 후환이 두려워 달아난 후 고향에 돌아올 때까지 야곱은 타지에서 숱한 시련과 좌절, 배신과 고독과 싸워야 했다.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날 때까지만 해도 야곱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험난한 황무지요 위태로운 모험이요 뼈아픈 고통의 출발지점에서 하나님의 사랑을 체험하였다. 그는 인간적인 야심을 품은 사람이었으나 동시에 겁이 많고 어머니 품에서 곱게 자라 모험이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이 찾아오신 것이다.

     

     

     

    야곱의 외출#25_外出_oil on canvas_117x90cm_2003

     


     

    <야곱의 외출>은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성을 띤 이야기이다. 야곱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야곱과 같은 예기치 못한 경험을 할 수가 있다. 자신이 의도하지 않은 삶을 걸어가고 있을 때, 다시 말해 위험과 불확실함이 산재해 있는 삶의 정글에 들어섰을 때 뭔가가 잘못되어 있음을 깨닫고 후회한다. 야곱의 도피가 불안과 초조로 가득 찼다면 야곱의 귀향은 두려움에서의 해방이요, 행복의 회복이요, 상처난 마음의 치유이다. 


    채창완은 야곱을 빌려 개인적 삶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성경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 어두운 산길을 오르거나 범람한 강물을 건널 맘이 전혀 없었으나 실질적으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밤이 어두울수록 별이 빛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밝음이 그리워진다. 고통이 심할수록 행복을 사모한다. 벧엘의 체험, 거기서 야곱은 진정한 기쁨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채창완은 지금 벧엘로 가는 중이다. 야곱이 진정한 사랑을 체험한 영적인 장소로 말이다. 고뇌와 슬픔 안에 갇혀 있기보다 위로와 안식이 있는 곳을 향하여 발걸음을 이동한다. 그런 점에서 그가 사용하는 검정색은 안식과 평안의 갈구요 목마른 영혼의 갈증을 채우려고 하는 몸짓이다. 자신의 내면 깊숙이에 목마름, 메마름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시할 줄 아는 사람만이 진정한 사랑의 가치를 알 수 있다. 거짓과 위선이 팽배한 세태에서 그의 솔직함은 우리 시대가 무엇이 부족한 지 깨닫게 한다.


    이와 함께 언제 그가 그러한 갈증을 말끔히 해소하고 하나님이 지으신 에덴의 아름다운 동산, 찬란한 자연과 광대한 우주를 노래하며 형용할지 기다려진다. 솔직히 말하면, 창조주 하나님의 크심과 위대함과 탁월함을 응시하는 것이 내게는 더 큰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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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멋지면서 심오하네요~ 작가님 작품은 그 무게가 배는 되는 듯 해요!! 담겨진 철학의 깊이만큼.. ...
    늘 현실과 작품 간의 간극을 메우려 노력하지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작품 속에서도 내 자신을 보지만 실제의 "나"보단 늘 이상화 되어있지요. 나와 작품 간의 간극이 좁아져야 더욱 원숙한 작품을 하게될 것 같은데...
    그게 작가분들의 숙제인듯 ~ 싶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