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를 명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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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군

2020. 9. 25.

때는 바야흐로...

엊그제? (9.21일)

 

만약에,

돌아 댕기기 올림픽이란 게 있다면 훈이는 분명!

금. 은. 동. 순위 안에 들 거라 내 장담한다.

훈이의 스케일은 대륙 급이다. (돈벌이가 목적인 중국 생활이었지만, 돌아 댕기기 종목에서는 같은 잔챙이 집돌이는 명함도 못 내민다)

 

중국 청도에서 날아와 인천공항에 도착.

 

공항에서 광주 집으로,

 

다음날,

포항 해병대에 입대한 아들의 훈련소 퇴소식을 보겠다고 다시 집에서 김포공항으로,

김포에서 포항으로,

포항에서 김포로,

다시 김포에서 집으로! (그때는 입국하면 자가 격리 2주 이딴 거 없을 때였다)

 

그게 다 애비된 자들의 보편타당한 마음이라면 애비가 되어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그 아들이 오늘 첫 휴가를 나온 단다.

 

신청한 차가 나오질 않아, 내 차를 가지고 가랬더니 같이 가 잔다.

 

아뿔싸!

차 쓸 일 있으면 쓰라고 했다가, 얼떨결에 뭣도 모르고 끌려가게 되었다. (아침 여섯시에 광주 집에서 출발했다)

 

두 시간 반을 달렸다.

얼추 왔나 보다~

 

훈이 아들 동혁이만 휴가를 받은 게 아니고, 동기 둘도 함께 휴가를 나왔다.

탈영은 꿈에도 못 꿀만큼 교통 편이 드럽게 열악한 관계로 다, 갸네들도 같이 태워 나왔는데...

 

"아침을 안 먹었다고?"

 

"요즘 군대는 밥 안 주냐?"​

 

자기네들이 안 먹었단다.

 

버스 차 시간에 못 맞추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차질이 빚어진다고 하니, 터미널에 내려줬다.

한 놈은 집이 포항이란다.

 

'아니, 그냥 포항에서 군 생활 시켜주지, 뭐 한다고 이런데까지 보내서는...' (그 귀한 휴가를 집에 가는데 하루, 복귀하는데 하루 까먹게 생겼다)

 

"해병 하면 포항! 포항 하면 해병 아닙니꽈!"

 

그리곤 우린 밥을 먹겠다고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갔다.

 

엊그제 군대 간 것 같은데 벌써 상병이다. (이런 말은 지켜보는 자의 입장일 뿐이고... 현재 진행형으로 당하고 있는! 듣는 사람에겐 비수로 꽂힐게 뻔하다)

 

'엊그제 군대 간 것 같은데 벌써 상병이다.'

 

비록 입 밖으로 낸 말은 아니었지만...

 

미안한 마음에 마스크 벗기고 세로 모드로 다시 한번 찍어줬다.

 

'엊그제 초 3이었는데 벌써 상병이다.' (입 밖으로 내지 말고, 속으로 만 생각하는 건 괜찮을 것도 같다)

 

사진 정보: 2012.5.20.09:54.

 

그렇게 눈에 보이는 아무 식당이나 찾아간 '농부와 어부란' 식당이다.

 

PGHH+XV 김포시 경기도.

 

그곳엔 손님 두 분이 아침을 자시고 계셨는데...

주인장이란 작자는 보이지도 않고 불러도 대답이 없었다. (몇 번을 계속 불렀다. 결국, 훈이가 주인을 찾으러 가는 지경에 이르렀고...)

 

주인인 사장님은 연로하신 할머니셨다.

 

할머니 사장님은 나이를 자셔서 수전증이 약간 있었을 뿐이고~

나이를 자셔서 그저 귀가 좀 잘 안 들릴 뿐이고~

그저 좀 잘 안 보일 뿐이었다!

 

"그런데 저 할머니는 왜 왼발만 양말을 신고 오른쪽은 맨발일까?"

 

그러던 차에, 반찬을 내어주셨는데! (할머니 사장님의 발걸음은 "두꺼비 아저씨" 처럼 매우 느릿느릿 했다)

 

"나이 먹은 것도 서러운데 네가 날 놀려? 새꺄!"

 

노인 비하성 발언이 아님을 만천하에 알리는 바다!

 

앉아서 상을 받는 게 미안해서 벌떡! 일어나 오봉을 상을 대신 받았다.

 

반찬 맛을 한번 봐 보라는 훈이의 말에 그렇게 궁금하면 네가 먹어보면 되겠네~라고 했다. (소금을 넣어야 하는데 설탕을 넣었을까 봐 미룬 건 아니었다)

 

이깟 콩나물 무침이 뭐라고?

 

맛.있.었.다!

 

내친김에 강화의 특산품 순무로 만든 섞박지도 먹어보았다.

 

"짝! 짝! 짝!"

 

가만히 할머니 사장님의 행동을 보고 있었는데, 이 할머니의 aura가 장난이 아니다. (보려고 본 건 절대 아니었다)

 

뭐랄까?

 

우리와 다른 중력에서 살고 있는 사람의 아주 자연스러운 느긋함이랄까?

자신의 매력을 부러 표출하려 하지 않는데도 저절로 느껴진다. (배고프면 더 먹으라고 밥을 한 공기 더 주셔서 하는 말이 아니다)

 

급할 것도 없고,

바쁠 것도 없고,

갈테면 가고~

먹겠으면 먹고~~

 

이것은 조물주 보다 上 급의 개념인 건물주만이 뿜어낼 수 있는 시간이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었다. (벌떡증 환자들은 패쓰 하시길!)

 

어디 가서 "나 음식 좀 할 줄 안다~"

 

라고!

자랑들 마시라~ (우물 안 개구리란 말이 있고, 천외천의 세상이 있듯, 나보다 훨씬 (월등히) 나은 재야에 묻힌 고수들이 수두룩하다~)

 

배추김치...

 

기가 막혔다.

 

두말하면 숨차다. (이깟 고추 삭힌게 뭐라고 이것조차 맛있었다)

 

나이 먹고 그냥 노느니,

내 땅 내 집에서 식당이나 해볼까?

 

하는!

 

그런 시시껄렁한 마인드로 하는 식당이 아니었다.

 

나,

비위가 무진장 약한 사람이다.

고기도 냄새가 나서 못 먹는 사람인데, 이 집 해장국이라면 삼시 세 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농담 아니다) (못 믿겠다면 위에서 여섯 번째 사진 밑 구글 지도의 좌표를 클릭해보면 거기 나의 이 집 리뷰를 볼 수도 있다) (내 리뷰의 별점은 언제나 그랬듯, 세 개 이상을 줘 본 적이 없다!)

 

"할머니 잘 먹었습니다. 건강 잘 살피셔서 이 맛난 해장국 여러 사람들 계속 먹게 해주세요~"

 

'할머니 건강하셔야 할 텐데...'

 

이 소린 왜 하냐면,

밥 다 먹고 훈이가 밥값을 치르는데... (동혁인 제복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러 화장실 간 상황)

 

"밥 값을 군인이 안 내고 같이 온 사람이 내네~ 요즘은 군인들 월급 많이 올랐다고 군인들이 많이 내던데?"

 

 

 

 

 

 

 

 

 

 

 

 

 

 

 

 

 

 

 

 

 

 

 

 

 

 

 

父子 관계로 안 보시고, 친구 사이로 보신 거였다!

 

음식은 메뉴판에 보이는 대로 다 되는 것이 아니고, 그날 그날 준비된 식재료 한에서 준비가 되는것 같았다.

 

훈이네 집에 도착했다.

아들이나 손자를 군대에 보내고 어른들이 하는 말.

 

"너무 잘 하지도 말고, 너무 못 하지도 마라~"

 

란,

말을 나도 하고 있었다.

 

너무 잘 하면 기대치가 상승해서 더~ 더~~ 더~~~ 많은 것을 바라고, 너무 못 하면 반 평균 갉아먹는 놈처럼 무능력한 놈 될것이 뻔하기에...

 

훈이 부자를 내려주고 집에 와 차에서 내리는데...

자기가 키운 배추와 무 모종을 봐 달라는 덜떨어진 놈을 만났다.

 

이건 솔직히 네가 키운 것도 아니고, 뭣도 아닌...

 

모종을 사다가 이식만 한 상태인 것이다.

 

'이게, 지금 나 하고 말장난 하자는 건가?'

 

"마! 배추 라면 응당 이런 꼬라지를 하고 있어야 배추인 거지, 그 꼬라지의 모종이 이런 속 찬 배추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얼마 만큼의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뭐 이런 시간의 순리에 역행하는 새끼를 보았나~)

 

자기는 농사의 "농" 자도 모르는 생출이라 그렇다는데,

누군 농사를 지어봤냐고~

나이 60을 넘게 살았으면서도 이거 언제 철이 들려는지...

 

아니다.

저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도 철 안 들고 죽을게 뻔하다. (사람은 어지간하면 잘 안 변한다는게 내 생각이다)

 

그러니,

내려오는 우수를 중간에서 막는 멍청한 짓을 자행했겠지.

 

 

 

                                                              - 끝 - ( ° ͜ʖ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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