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담양] 마음 내려 놓으니 즐거움을 안다. 하심당 고매(下心堂 古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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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테마여행]/한국의 매화를 찾아서..

2011. 4. 29.

 

 한국의 매화를 찾아서..

-즐거움을 알고자 하니, 마음을 내려 놓으라 한다. 하심당 고매(下心堂 古梅)

 

 

결코,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매화, 하심당 고매다.

올해(2011년 3월말, 4월초), 유독 홍매와의 인연이 닿지를 않아 홍매의 만개를 만나 볼수 없던 해다. 하심당 고매의 경우는 꽃몽우리만을 만났으며, 뜰에 식재 된 홍매 마저도 2차례의 거듭된 방문임에도 여전히 제 모습을 감춘채다. 연거푸 떠났던 탐매 여행길, 올해의 인연은 여기까지인듯 하다. 다시 내년의 만개한 모습을 상상으로 그리며 나무 등걸의 모습만으로 충분한 하심당 고매의 멋스러움을 담는다. 뒤늦은 소식을 들으니, 두그루의 홍매는 4월15일에 만개하였다 한다.

 

약 150년전에 지어진 하심당은 조선중기 홍문관 부제학을 지낸 미암 유희춘 선생의 부인인 '여류문인 송덕봉(1521~1578)'시인의 종택이다.

송씨는 신사임당, 황진이, 난설헌과 함께 조선조 4대 여류문인으로 단성 현감과 사헌부 감찰을 지낸 송 준의 장녀다. 미암일기의 문을 받아 답을 보내어 미암선생과 일기로써 주고 받은 부부간의 사랑이야기는 이미 유명해질대로 많이 알려진 이야기들이다. 조선시대의 상황적인 시기에 남편과 친구처럼 보낼 수 있었던 유일의 여장부이자, 詩, 書, 畵로서 남편에게 조언을, 칭찬을, 그리고 꾸짖을 수 있었던 담대한 여성이다.

지금의 하심당은 송시인의 종택으로 현재 홍주 송씨 12대손 송영종님이 거주하시는 공간이다. 그 때와 지금 달라진것은 종손이 직접 지은 사랑채가 한동 더 서 있다는 것일뿐, 지금의 주인장도 그 조상님들 처럼 예와 서를 즐기시며, 손님이 찾는다면 기꺼이 시를 읊어 주시고 피리 연주를 해주신다 한다.

 

종손의 연세 65세, 그러나 집에만 계시지 않는다.

3월말과 4월초, 계속해서 찾은 하심당이건만, 역시 주인장은 그림자도 뵙지를 못했고, 그토록 그리던 고매의 꽃잎도 몸우리로만 인사를 대신했다.

주인장이신 송선생님은 늘상 바쁘신 나날을 보내고 계신다 한다. 명색이 송씨 종택의 종손이지만 항렬이 낮으며, 독자로 태어난 분으로 자유분방한 삶을 따르시는 분이다. 150년 나이먹은 하심당 건물을 살짝 보수하고 그 뒤로 하심당이라는 새로운 한옥 한채를 그와 비슷하게 지으셨다. 당호도 같은 하심당이다. 하심당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앞과 두, 모두 새로운 현판으로 '하심당(下心堂)'이라 이름을 걸어 놓았으니 길손 마저도 마당에 서서 아래로 위로 한참을 쳐다 보며 웃을 수 밖에 없었다. 거주 하시려 지으신 하심당은 더욱 가관이다. 한옥에 기초를 두고 지어진 한옥이라지만, 기존의 한옥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구들장 대신 전기난방이고, 곧게 선 창틀과 환한 거실등, 거기에 더해 사무실에서나 쓰는 긴 형광등이 달렸다. 외형은 하심당의 건물과 다를 바 없는 영락없는 한옥인데, 찬찬히 뜯어 보면 참 요상한 집이다. 누군가는, 어느 한옥 전문가들은 이 모습을 보고 뭐라뭐라 할말도 많겠지만 길손의 눈에는 그저 좋다. 사람이 편해야 집도 편한 법이다. 툇마루의 시원함이 가슴속 한바탕 쓸고 지나야 깊은 숨 뱉어 낼 수 있는 법이다. 하심당의 속뜻이 "마음내려 놓는 집"이라 했다. 화려한 겉치레를 가지고 있는 집 흉내를 내고자 함이 없는 것이다. 주인장 송선생님의 자유분방함과 털털함이 묻어 나는 철학을 담은 것이라 보면 되겠다.

 

언젠가,

하심당에서 하룻밤 묵으며 술 대신 차한잔으로 밤을 맞이하고, 소박한 아침식사를 하고 싶다는 욕심 아닌, 욕심이 생기는 곳으로 하심당을 두번 찾았던 길손에게 생긴 작은 욕심이 되어 버렸다.

마음 내려 놓으라는 집에서 욕심만 만들어 가지고 왔으니..그리 보면 길손도 소인배에서 벗어나질 못하는 듯 하다. 

  

 

  

 

 

 

하심당의 뒷편, 1500여평의 야산에는 갖가지의 초목이 어우러진 공간이다.

대나무와 소나무, 굴참나무가 가득한 공간의 사이로 산책로가 자연스럽게 만들어 져 있어 한 여름에도 시원함을 만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 중 하심당의 뒷모습을 유유히 바라보는 늙은 매화나무 한그루가 서니 수고 6.5m, 수폭 6.5m의 약 300년생의 '하심매(下心梅)'다. 힘에 버거운 듯한 노쇠한 매화이지만 고매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간직하고 서있다.

주인장의 나무 사랑에 나무 주위로 퇴비가 놓여져 있는 모습을 보니 당당한 고매의 모습을 간직함이 여전히 건재함의 이유를 알게 된다. 날이 찬 담양의 날시 덕에 이제 막 색오른 몽오리가 쥐똥 만큼의 모습을 보일뿐이지만, 이것으로 내년, 다시 담양까지의 길고 긴 새벽길을 달려와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이 핑계, 저 핑계로 길을 나서는 길손이지만, 이쯤 되면 나름 떳떳한 지경이 된다. 

등걸 마저도 멋진 고매의 품격을 지닌 하심당 하심매, 제 꽃은 늙어 만개 한다 하여도 화려함은 없다. 그저 묵묵히 선 그 자리를 지킨으로서 고매로서의 품격을 잃지 않고 서 있을 뿐이다. 

 

그러한 화사함과 하려함은 고스란히 그의 자식들에게 나누어 주었으니,

하심당의 마당에 심겨진 두그루의 홍매다. 수령 120년의 홍매들로 수고 2.5m, 수폭 2.5m의 하심당 입구쪽 홍매는 남의 집 담벼락과 너무 가차이 붙어 자라기가 몹시 불편한 듯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반면, 마당의 반대편에는 수고 약3m,수폭 4.5m의 번듯한 모습으로 마당을 참으로 넓게 쓰고 있는 또 하나의 홍매가 자리한다. 같은 자목이라지만 하나는 불편하게, 하나는 너무도 편하게 자라나고 있다.

그래서일까? 어미인 하심매의 가지가 하심당의 지붕을 너머 넌지시 입구쪽을 바라보는 듯한 형상이다.

잘난놈이야 자랑을 삼으면 될것이고, 그냥 맵둬도 제 혼자 크겠으나 못난놈은 부모의 손길을 벗어나면 버티기 힘든 법이다. 누누이 못난놈을 바라보며 제 기(氣)를 계속 전하려는 듯한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나마도 그 기운을 바다아서인지 해마다 멋진 향과 꽃잎을 가득 피워 낸다 하니 식물 조차도 살아가는 즐거움을 아는 모양새다.

 

주인장의 자유분방함, 

마음을 내려 놓는 사람들, 그리고 마음을 내려 자식에게 사랑을 쏟아 내는 늙은 매화, 그 사랑으로 커가는 두그루의 홍매, 하심당의 분위기는 참으로 사랑스럽다. 이러니 어찌 그냥 지나친 길이 두번씩이나 싶을 정도이지만 내년을 다시 기약하는 멋진 계획이 만들어 짐에 마음은 은근히 즐거워 진다.  

  

 

 

 

 

 

하심당 마당 뜨락의 홍매 2그루

 

 

 

 

 

 

 

 

by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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