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거제] 봄 보다 봄을 먼저 전하다. ‘구조라 춘당매(舊助羅 春堂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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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테마여행]/한국의 매화를 찾아서..

2020. 3. 9.



     남녘의 이른 봄소식을 알리는 매화,

구조라 춘당매(春堂梅)’

 


고속도로 끄트머리의 통영 나들목을 빠져나와 국도에 올라 달리면 거제도.

거제에 들어서는 14번 국도는 거제도의 북부를 반 바퀴 휘돌며 부랴부랴 내딛는 길이다. 그러나 그 보다는 거제에 들어서서 아래쪽으로 꺾어 내려서 달리는 1018번 지방도로가 내게는 더 멋지고 아름다운 길이다. 거제의 남녘을 훑고 지나는 길로 거제도의 뽀송한 속살까지 보여주는 드라이브 코스다.

산길을 따르면 물길이 따라 달리고, 흙내를 맡다보면 바다 향이 섞인다. 길고 구불구불한 거친 길이지만 거제도의 자연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알알이 박힌 작은 섬들을 호위하는 한산도를 멀리 두고 지나고 그대로 30여분이면 거제의 남녘이다. 저구항을 지나고, 여차홍포를 지나고, 여차몽돌을 스쳐간다. 좀 더 위로 올라 해금강 일대를 둘러보며 자연의 위대함에 감탄하고, 다시 길에 올라 학동과 망치의 멋진 몽돌해변에 눈길이 멈춘다. 오늘은 목적이 있기에 잠시의 여유를 즐기다가 기어이 구조라 마을에 닿는다.

 


멀리 구조라산성이 자리하고 육지와 이어지는 가느다란 길목이 보인다.

이 길목이 자라의 변형된 말인 조라. 자라목 같은 형태라 하여 조라목’, ‘조랏개’, ‘조라포’, ‘목리라고 불렸다. 또한 포구의 모양새가 밥 지을 때 쌀을 이는 조리와 같아 불린 이름이라고도 전한다.

조선시대 성종 때 조라 ()’이 설치되었고, 임진왜란이후 옥포로 통합되면서 이전했다가 이 후 효종에 이르러 다신 진이 설치되었는데, (=)조라라고 하여 구조라라고 불리게 됐다. 참고로 신조라는 옥포 부둣가를 말한다.

 


탐매의 목적지는 구조라 초등학교.

1941, 일운 제2공립초등학교 부설학교로 설립되었다가 같은 해 69일 구조라 초등학교가 되었고, 이듬해 1943년 첫 졸업생을 배출하면서 60년대 내도, 예구분교장을, 93년에는 망월 초등학교가 분교장으로 격하 되자 인수하면서 3곳의 분교를 관리하였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인구 감소의 벽에 부딪히며 젊은이들의 고향 떠남은 가속화 되었고, 더 이상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들을 수 없게 된 시절, 여파는 구조라 초등학교도 피해가지 못했다. 199950회 졸업생을 배출하고는 분교장으로 격하 되었고, 199991, 세기말을 넘지 못한 구조라 초등학교는 240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일운 초등학교에 통합되면서 폐교에 이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글 읽는 모습은 사라지고 텅 빈 빛바랜 교정에는 마을 어르신들의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는 녹색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어르신들의 돌봄으로 잘 자라고 있는 매화가 자리한다. 건강한 수세를 보이는 매화 춘당매(春堂梅)’.

 



봄을 알리는 매화라 하여 '춘당매(春堂梅)'로 불리는 5그루의 매화다.

춘당이란, 구조라 마을로 들어서는 야트막한 언덕을 말하는 데, 봄이면 아지랑이가 일렁이는 모습이 이제 봄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리는 언덕으로 춘당(春堂)’이라 했다.


춘당매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빨리 피는 매화로 알려져 있다. 안 그래도 따스한 거제 남단에 위치한 구조라 마을인데다가 북풍의 한기는 북병산 줄기가 막아서고, 거센 동풍은 예구리의 망산이 막아준다. 바다에서 물러오는 해풍은 내도와 외도가 쪼개주어 약하게 만들어 주니 말 그대로 고요한 봄빛만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한 특이한 형태의 구조라 마을, 초등학교 교정의 춘당매는 전국에서 가장 빨리 피워내는 매화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110일경이면 꽃망울을 맺고 입춘 전후로 만개를 한다.

실제 2019년에는 1월말에, 2020년에는 2월초에 만개했다. 매화 알림판에는 120년에서 150년의 수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마도 학교의 개교 시점에 맞춘 추측으로 보인다.

실제 매화나무의 표피 갈라짐을 살펴보면 100년이 되지는 않을 매화로 보인다. 실제로도 알려진 바, 구조라 초등학교 8대 교장 이봉래(재직기간:1968~1974)선생이 공곶이에서 매화 묘목을 선물 받아 심은 것으로 알려진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다. 10년생 묘목을 심었다고 가정한다면 약 60~70년생 정도가 되는 셈이다.

 




춘당매는 교정 내에 4그루, 마을 버스정류장 앞에 1그루가 자리한다.

교정의 축대 위 3그루는 수고 5m, 수폭5m 이상의 평균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있으나, 1그루는 덤불에 얽혀 수세가 건강하지 못하다.

마을 입구의 1그루는 수고 2.5m 수폭 3m의 비교적 건강한 편으로 춘당매 중에서 가장 젊고 풋풋한 매화를 피워내고 있다. 또한, 조망도 가장 좋아 바다와 하늘, 마을길과 산길을 굽어보며 세상사 느긋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서 있다.

 

수령과는 관계없이 춘당매의 매력은 충분하다.

어디 나이듦과 어림의 차이이겠는가, 봄을 가장 먼저 알리는 전령이거니와 마을 주민들의 사랑으로 보살핌을 받고 있는 매화나무는 전국 각지의 탐매꾼들에게는 꼭 만나야 할 대상이다. 남녘의 끝에서 알리는 봄소식, 봄의 향기, 봄의 색은 작은 희망의 시작이다. 그리하여 춘당매는 구조라의 고즈넉한 바다와 섬, 더하여 매화, 그리고 사람과의 어울림에 자연의 어울림을 더한 봄의 전령이 된다.

 


다만, 아쉬움은 남는다.

지난 2018년 태풍으로 가지가 부러지는가하면, 여전히 덤불속에서 힘겹게 버티고 선 모습이 안쓰럽다. 보호수로 지정되기에는 어려울 것 같다. 다만, 마을 어르신들의 애정으로 지금껏 수세 건강하게 자라온 매화나무로 전국적으로 알려진 봄의 전령이다. 면사무소나 또는 초등학교 부지이니 관할 교육청에서 주민들의 애정과 봄과 자연이 만들어 준 구조라만의 자원을 방치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www.한국기행.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