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곡성] 주인장의 애정으로 피원내는 정매, '두가헌매(斗佳軒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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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테마여행]/한국의 매화를 찾아서..

2020. 3. 16.



자연에 머무는 한옥, 그와 어울린 매화,

곡성 두가헌매(谷城 斗佳軒梅)’

 


봄날의 섬진강은 가슴에 품기 좋은 물길이다.

고운모래로 유명하여 사천(沙川)’, ‘다사강(多沙江)’이나 모래내, 모래가람, 기문하로 불렸다가 1385(고려 우왕11), 하구에 왜적이 침입하자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 떼가 몰려와 울부짖자 광양 쪽으로 피해갔다고 하여 두꺼비 섬蟾'자를 붙여 섬진강(蟾津江)’이라 했다. 

전북 진안 팔공산에서 발원하여 북서쪽으로 흐르는데,

정읍과 임실, 순창과 곡성, 구례를 지나 하동을 거쳐 광양만으로 흘러드는 220km로 대한민국에서는 네 번째로 큰 강이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경상남도를 흐르며 고대에는 가야와 백제의 문화가 만나는 곳이었으며, 신라와 백제의 경계이기도 하다. 또한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때는 왜군의 침입경로였으며, 조선말에는 동학 농민운동의 차원을 끌어올리는 곳이기도 했다.

 

찬란하거나 무겁거나, 역사가 버무려진 섬진강이다.

그러나 이제 과거 역사의 흔적은 투명해지고, 자연의 온전한 산하를 간직하고 있어 우리네 가슴속에 편안함을 주는 물길이 되었다.

 



그러한 편안한 자리에 매화가 서있다.

두가헌매(斗佳軒梅), 잘 생긴 한옥에 자리한 매화 두 그루다. 비록 이전 되어 식재된 매화이지만 주인장의 보살핌에 고매화의 품격을 간직한 매화들이다.

섬진강가, 이제 매화를 찾아 나선다.

 

곡성역에서 17번 섬진강 길을 따라 내려서면 한적한 남도의 길을 만나게 된다. 산길과 물길이 어우러진 길은 이리저리 부드럽게 휘어지는 비교적 평탄한 내리막길이다.

그리하여 닿게 되는 곳이 두계리버스정류장이다.

두계 마을도깨비 마을을 알리는 이정표를 따라 내려서면 섬진강을 건너는 두곡교가 시원스런 강과 고운 모래를 건너게 해준다.

그리고 잘 생긴 한옥 한 채가 사람들을 반기니 두가헌(斗佳軒)이다.

 



2012년 제2회 대한민국 한옥건축 대상을 받은 한옥이다. 한옥 고유의 가치와 미를 공간적으로 잘 표현하고, 일상에서 쉽게 다가가서 함께 살고 싶은 마음이 느껴지도록 진솔함은 담은 곳이 대상의 이유다.


소백산 끝자락과 섬진강 줄기인 두가천이 만나는 곳에, 자연에 거스름 없이 자리한 한옥이다. 바깥으로 돌담을 둘렀으나 속이 훤히 보인다. 형식적으로 세워 놓았으니, 그 석축의 개방성은 친밀해진다.

카페로 쓰이는 현주당’, 한옥 숙박이 가능한 6인실 청망재, 2인실 능소각이다. 특히 현주당에서는 섬진강 따라 자전거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사랑방(=Guest House)’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 한 잔과 함께 담소를 나눌 수도 있는 공간이다.

 



한옥의 근사함 속에 길손이 찾는 매화가 있다.

주인장의 애정으로 키워진 매화 두 그루는 현주당 앞 마당에 양편으로 백매와 홍매다.


입구 왼편의 두가헌매

정확하지는 않지만 수피 터짐으로 보아 120년 정도의 수령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세는 불안하다. 두 가지가 밑동에서부터 자랐으나 한쪽 가지는 수분 공급이 되질 않아 말라 있으나 다행스럽게도 한쪽의 가지는 이끼가 넉넉하게 덮어 생장에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매화의 건강을 위하여 가지치기하였으니 매화의 크기는 의미가 없겠다.

그래도 주인장의 애정 어린 손길이 머물러서인지 매화나무 주위에 별도의 분토를 만들어 꾸준히 관리하고 있으니, 언제 다시 찾아도 건재한 모습으로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노쇠 해 보이는 초라함에 마음은 아프지만 피워내는 그 꽃잎만큼은 싱싱하다. 새 봄을 맞는 노익장을 과시함인지 주인장의 맑은 마음인지 백매의 환한 빛이 그리도 곱다.

 



맞은편의 두가헌홍매는 수세가 건강한 편으로 수고 3m, 수폭 4.5m의 수령 80년생 겹 홍매다.

한옥에 잘 어울리는 진한 빛을 가진 겹 홍매로 건강하고 아름다운 꽃잎을 피워냈다. 백매 보다 좀 더 일찍 꽃을 피우며 매향은 가볍다. 밑 둥에서 세 가지로 자라면서 다시 각각의 두 가지로 뻗었다. 가지는 자유롭게 자라면서 매화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듯이 휘어졌다. 새로 돋은 가지들은 용트림 하듯 올라 마치 와룡매의 모습처럼 자연스러움이 돋보인다.

 

두가헌의 뜨락에는 두 매화 말고도 어린 매화들이 산재하여 자라고 있다.

특히 청망재의 앞 뜨락에는 어린 매화임에도 벌써부터 매화의 품격을 보이는 백매가 있다. 가지 뒤틀림이 남달라 길손의 어리석은 눈에도 유독 그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주인장의 마음이 담긴 한옥, 그 속에서 자라는 정매, 두가헌매.

자연과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만들어 내고 지켜가는 정감 있는 모습이 아름답다. 팔작지붕의 역동적인 한옥에 머무는 백매와 홍매의 부드러움은 그리도 잘 어울린다. 매화를 향한 주인장의 배려에 감사드리며 두가헌에서 빠져 나온다.


먹구름 갑자기 몰려 와 후두둑~! 빗방울을 날리니 진한 여운은 배가 된다. 참 고운 매화를 만났다. 사람의 마음이 머무는 손길이 남아있는 매화들이다.

섬진강 다리를 건너며 잘 생긴 한옥 두가헌에 인사를 한다.

 


,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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