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인제읍] 치유의 숲, '인제 자작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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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손의 旅行自由]/강원도

2020. 8. 20.

“아, 이토록 편안하구나, 편안한 곳이었구나,”

‘인제 원대리 자작나무 숲’

 

강원도 인제군 인제읍 원대리 762 / 033-461-9696

 

묵직한 머리통을,

창자들의 비린내를,

비우고 싶다면 숲으로 가자.

숲은 늘 그 자리에 있다.

인제 자작나무 숲은 그런

치유의 숲이다.

 

처음은 소나무 숲이었다.

그러나 솔잎혹파리로 인하여 소나무들을 벌채하고 1989년부터 자작나무 70만 그루를 식재하기 시작했고 7년의 시간이 걸렸다. 그 중, 25ha를 2012년부터 개방했고, ‘자작나무명품 숲’이라했다.

 

2015년 겨울에 처음 자작나무 숲을 만났고, 17년 겨울에 만났고, 19년 9월에 다시 자작나무숲을 찾았다.

숲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계절의 감각만이 다를 뿐, 처음의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대로 가슴에 안겨왔다. 그렇게 숲은 사람을 부드럽게 안았다.

 

문득 그리워지는 것이 있었다.

사람말고 모든 것이 그리웠다. 거창한 어떤 생색이 아닌 그저 짧은 쉼을 갖고 싶었다. 시간의 흐름대로 삶의 흔적은 채워지지만 공허한 삶의 시간표에서는 모든 생이 안타깝다. 그 시간이 아깝다.

 

버려진 시간으로만 생각되어 우울했던 어느 날, 여명이 오르기에도 한참이나 남은 시간, 그 새벽녘에 숲이 그리웠다.

곧장 강원도 인제로 향했다.

 

 

늙은 솜씨로 내어주는 라면 한 그릇의 온기가 참 좋다.

익숙한 라면이지만 이른 아침에 할머님이 끓여주시는 라면 맛이 기분 좋다. 행복하다, 라고 한다면 과할 수 있을까, 적당히 쉰 배추김치와 참기름 냄새 가득한 고춧잎나물이 인스턴트 라면과 조화를 이룬다.

“부족하면 밥 더 드릴까?”

이른 아침의 수고로움을 잊고 객을 위한 라면 한상차림 속에 할머님의 손맛은 정이 되어버렸다.

“오래 오래 하셨으면 좋겠어요.”, “하하하”

시원한 미소로 대신하신다. 정말이었다. 할머님의 라면 맛을 내년에도 보고 싶었다. 할머님 세분은 걱정 될 만큼의 연세와 건강이셨던 이유다.

 

이른 아침의 인제 숲 들머리는 안개가 자욱하다.

보이는 것은 드물지만 그곳 어디인가에 숲이 있다. 한산한 주차장을 뒤로 하고 생수 한통과 카메라 둘러메고 숲으로 향한다.

 

안개와 마주친 숲의 바람은 스산하다. 눅눅한 시원함이다.

앞머리 슬쩍 젖을 즈음 고개 들어 보면 횐 운무와 횐 기둥의 자작나무가 묘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바람 부는 길 따라 안개가 춤을 추고 배경에는 자작나무가 군락을 이루며 선다.

 

숨이 턱 까지 차오르고, 비지땀이 눈알을 쓰리게 할 즈음이면 자작나무 숲에서 가장 많이 찾는 공간이다.

안개 개인 숲의 풍경은 아까와는 또 다른 세상이다. 맑다.

 

이제 쉬어본다.

생수 들이켜 보고 큰 숨 두, 세 번 내어쉰다. 창자 깊숙이까지 짚어 넣었던 숨은 목구멍을 따라 오르다 기어이 입술을 스치며 벗어난다. 지친 몸뚱이의 비린내는 숲에 버리고 시원스런 자작나무 숲이 가진 기운을 다시 끌어 마신다.

근래에 마셔보지 못한 상쾌함일까, 일순간 배가 살살 아파온다. 다시 물 한잔, 공간에 두 다리 길게 늘어뜨리고 철퍼덕 주저앉아 잠시의 시간을 보내니 그 또한 익숙해졌나보다. 이제야 묵직했던 머리통이 비워지는 맑은 기분이다. 아침 잠 설치고 찾은 숲의 향으로 몸뚱이가 노곤해진다.

 

눈높이의 횐 빛 자작나무가 맑았다. 하늘 보면 푸른 이파리가 상쾌했다.

“아, 이토록 편안하구나.. 편안한 곳이었구나..”

 

숲이 주는 작지 않은 편안함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다시 생수 한 모금 들이키는데 저 만치서 사람들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린다. 흠칫 미간을 찡그렸다. 그러나 이내 내 모습이 보인다. 난간에 기대어 널 부러진 모습. 버려진 걸레쪼가리 같다.

20여분의 짧은 쉼,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셔터질 몇 번, 물 한 모금, 발길은 다시 주차장으로 향한다.

 

햇살이 따갑다. 오르던 땀의 흔적은 모두 사라지고 아침의 따가움에 다시 땀이 베인다.

하루를 둘러본다면 아직도 이른 시간이다. 내려서는 길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어깨를 스쳐 지난다. 힘에 겨워하는 모습이지만 기대에 부푼 미소를 가졌다. 모두 행복한 표정이다.

자작나무 숲을 오르는 여정은 더욱 그러하다. 걸음 한걸음의 버거움이 그 마저도 밀어내는 것이다. 미처 느낄 새도 없는 찰나의 버거움, 땀. 그것이 세상사의 근심을 이겨낸다.

 

주차장은 벌써 차량들로 절반이 넘게 메워졌다.

이제 자작나무 숲도 사람 살아가는 공간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숲은 그렇게 그들의, 나의 묵직하고 두터운 마음들을 받아들여 녹일 것이다. 그리고는 자신의 숨을 그들에게, 나에게 내어줄 것이다.

 

인제 자작나무 숲은 나에게 ‘작은 치유의 숲’이다.

 

글,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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