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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스캔들러 2009. 12. 4. 02:16

[우리술] 백화주, 백가지 꽃향기 모은 母情

백화주는 백 가지 꽃으로 술을 빚었다는 술로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도 빚는 방법이 나와 있다. 봄에 처음 핀다는 매화부터 서리 내릴 때 피는 국화까지 모아 말린 뒤 10월 중하순쯤에 술을 담가 완성한다. 지금은 백화주를 맛볼 수 없으며 일부 주가에서 복원을 준비하고 있다.

여자는 종갓집 며느리였다. 스무 살에 시집 와서 7년째, 처음 일 년은 십수 명의 어른들 호칭 외우느라 혼이 빠졌고, 그 다음 일 년은 때마다 차려내야 하는 음식 만들기를 익히느라 손에 물 마를 새가 없었다. 그 다음 일년은 수십 개 항아리마다 간장, 고추장, 된장을 채워 넣느라 허리를 펴지 못했다. 그리고 4년째 되던 해, 비로소 여자는 아이를 가지게 되었고 모두가 아들이라고 하는 통에 잠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하지만 태어난 건 딸이었다. 5대 독자 집안에 태어난 딸의 엄마는 첫 자식이 아무리 예뻐도 예쁜 티를 내면 안 되었다. 그래서 여자는 하루 종일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을 꾹 참고 술 빚기를 배우기 시작했다.

여자의 시어머니는 딸 다섯에 막내로 아들을 낳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 속상했고, 그래서 며느리가 더 미웠다. 자신의 모습이 보여서 아팠고, 그 고생을 다시 되새김질 해서 보여주는 며느리가 싫었다.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시어머니는 며느리에게 일을 시켰다. 자신이 겪은 바로는 아이에게 신경 쓸 시간 없이 일을 하고 그러다가 또 아이를 갖고 그렇게 해 아들을 낳는 것이 며느리가 가장 행복해질 수 있는 기회였던 것이다.

여자가 첫해에 빚은 술은 탁주였다. 고두밥을 지어 발효시킨 탁주.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내서 뽀얀 색을 간직한 여자의 탁주 맛은 일품이었다. 동네 어른들은 그녀의 탁주 때문에 농사일이 두 배는 잘된다고 칭찬했다. 덕분에 그녀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항아리 가득 술을 담아주고 오곤 했다. 그 다음해에는 탁주에 용수를 박아 떠낸 맑은 청주에 두 번의 덧술을 더한 삼양주를 빚었다. 두 살이 된 딸아이가 엄마를 찾으며 자꾸 치맛자락을 잡았지만 여자는 매몰차게 딸을 떼어 놓고 술을 빚었다.

고두밥 대신 쌀을 곱게 가루 내어서 뜨거운 물을 부어 범벅을 만들고, 그 범벅과 누룩을 섞어 발효시켜 탁주를 빚고, 그 탁주에 용수를 박아 맑은 술을 떠내었다 다시 그 술에 밥을 넣어 발효시키기를 세 번. 투명한 그녀의 삼양주는 집안 어른들과 그 동네뿐 아니라 이웃 동네에서도 칭찬을 받았다. 제사를 앞둔 집이 그녀에게 와서 제사용 술을 얻어갔고, 동네 여자들은 날이면 날마다 그녀에게서 술 빚기를 배우러 오곤 했다.

술을 빚은 지 3년째, 세 살배기 그녀의 딸이 몹시 아팠다. 원인 모를 열병이었다. 딸 아이는 한 달을 꼬박 앓았고, 그녀가 빚은 술은 시어 버렸다. 그리고 간신히 회복한 딸아이는 열 때문에 눈이 멀어 버렸다. 딸이 눈이 멀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여자는 집 안에 있는 술독을 모두 깨버렸다. 그리고 술독을 깨면서도, 딸아이를 어르면서도, 예전처럼 살림을 하면서도 여자는 한번도 울지 않았다. 엄했던 그녀의 시어머니가 그녀를 붙들고 눈물을 흘릴 때도, 남편이 가슴을 치며 울음을 삼킬 때도, 동네 여자들이 저마다 위로의 말을 건넬 때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입술을 꼭 다물 뿐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그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과 들로 다니며 꽃을 땄다. 유난히 꽃을 보면 좋아했던 딸아이였다. 어렸을 때부터 꽃밭에만 데려다 놓으면 두 시간이고 세 시간이고 혼자 꽃을 보며 놀던 딸아이를 생각하며 그녀는 꽃을 모았다. 깨알 만한 잔디꽃에서부터 모란, 자운영, 철쭉, 수국, 민들레, 찔레, 장미, 동백, 백일홍, 감꽃, 구절초, 해당화와 큼직한 수련까지 계절마다 지천으로 피는 꽃을 따다 모아 말리곤 했다.

그녀의 부엌에는 언젠가부터 말린 꽃들이 자루에 담겨 매달리기 시작했다. 어떤 꽃은 금방 구할 수 있어서 조금만 따도 많이 모을 수 있었고, 어떤 꽃은 너무 작아서 오랫동안 모아야 했지만 여자는 묵묵히 꽃을 따다 말리고,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종이봉투에 넣어 보관하면서 그렇게 부엌 천장을 꽃 봉지로 가득 채워갔다.

그렇게 일 년을 계절마다 백 가지가 넘는 꽃을 따서 말린 그녀는 일 년 만에 다시 술을 빚기 시작했다. 몸에 좋다는 약재들을 우려낸 물로 밥을 짓고, 그 밥으로 술을 빚었다. 그 자체로도 향이 강해서 이웃들이 술향기를 따라 담 넘어 그녀가 술 빚는 것을 지켜보곤 했다. 예전 같으면 들어와서 한 잔씩들 하라고 했으련만 여자는 묵묵히 술만 빚었다.

그리고 그 술이 완성되던 날, 그녀는 일 년을 모은 꽃을 아낌 없이 집어넣었다. 이십여 일 뒤, 백 가지가 넘는 꽃을 넣고 빚은 술. 그 술을 뜨는 날, 그녀의 집은 꽃향기로 가득 찼다. 제일 먼저 완성된 술을 작은 잔에 담은 그녀는 술잔을 딸 앞에 놓아 주었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던 딸아이가 코를 씰룩이며 냄새를 맡는다.

"엄마. 꽃밭이야. 꽃이 많아."

행복해 하는 딸을 보며 여자는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올댓스토리]

발효스캔들러님 검태골님의 블로그에 문안드리러 갔다가 님의 블로그를 방문하게 되어 좋은정보가 있어서 담아가려고 합니다 허락을 해주세요 감사 합니다.건강 하세요
좋은정보 모셔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