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hyostory/발효단상

발효스캔들러 2009. 12. 4. 02:22

[중앙일보 박태균] 노화 전문가인 서울대 의대 박상철 교수는 우리나라 백세인의 식생활은 세계적인 장수 지역으로 유명한 지중해·오키나와 백세인의 식단과 크게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과채 가운데 과일이 주이지만 우리는 채소 위주라는 것이 첫 번째 차이점이다. 게다가 그들은 신선한 채소를 즐겨 먹지만 우리는 생채소보다 데친 채소·나물을 선호한다.

그들은 돼지고기·생선(오키나와) 등 동물성 식품을 많이 먹는데 우리 전통식품은 식물성 식품 일색이라는 것이 두 번째 다른 점이다. 또 그들은 신선식품을 주로 섭취하고 발효식품이라곤 양유로 만든 패타치즈 정도다. 우리 음식엔 김치·된장·고추장·청국장 등 발효식품이 수두룩하다. 술도 그들은 포도주 를, 우리나라 백세인은 막걸리·소주 애호가다.

신선한 채소가 데친 채소보다 건강에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 않다. 비닐하우스 등에서 질소비료를 사용해 재배한 신선 채소엔 질산염이 다량 함유돼 있다. 이 질산염은 체내에서 헬리코박터균의 작용으로 아질산염이 된다. 아질산염이 체내에서 2급 아민(육류·어패류 등 단백질 식품에 많다)과 결합하면 위암 발암물질인 니트로소아민이 생긴다. 한국인에게 위암이 부동의 1위인 것은 니트로소아민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도 많다.

박 교수 팀이 채소를 1분간 데쳐봤다. 그랬더니 질산염의 절반이 사라졌다. 데치기가 곧 암 예방법이었다. 열을 가하면 비타민 등 소중한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박 교수 팀이 또 해봤다. 1분쯤 데쳤더니 비타민 중에서도 열에 가장 약한 편인 비타민 C가 20%가량 파괴됐다. 3분 데치니 50%가 사라졌다. 이를 근거로 박 교수 팀은 '신선 채소만을 고집하기보다는 채소를 1분가량 데쳐 숨만 죽인다면 비타민 C의 파괴는 최소화하면서 질산염은 50%나 없앨 수 있다'고 조언한다. 게다가 채소를 데치면 부피가 줄어 생채소보다 3배 이상 더 먹을 수 있다.

사르데냐(지중해의 장수 지역)·오키나와의 백세인은 과일을 주로 섭취한 데 반해 우리나라 백세인은 과일은 거의 먹지 못했다. 과일을 사서 먹을 만큼 풍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일 없이 채소만 먹어도 오래 살 수 있을까'. '가능하다'가 정답이다. 과일은 항산화 효과는 있지만 돌연변이(일부가 발암물질이 된다) 억제 효과는 거의 없다. 반면 채소는 두 효과를 모두 지닌다.

과일 매니어라면 가능한 한 껍질을 함께 섭취해야 한다. 껍질을 벗긴 과일에선 돌연변이 억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껍질엔 돌연변이 억제 성분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백세인은 대부분 '채식주의자'인데 채식만으론 섭취가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비타민 B12·비타민 K 등은 어떻게 보충했을까? 그 해답이 '삭힌' 발효식품에 있다. 콩·배추엔 비타민 B12가 없지만 이들을 발효시킨 된장·청국장·고추장·김치엔 비타민 B12가 풍부하다. 발효과정에서 생긴 미생물이 비타민 B12나 K를 만드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 장수 노인 중 비타민 B12의 혈중 농도가 정상 이하인 비율은 2% 남짓에 불과하다.

장수 식품이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전통 식품에 비방이 있다. 데친 채소와 발효식품, 선조는 이를 우리에게 넘겨줬다. 이 비법을 외면하기보다는 이제는 전 인류를 위해 해외에 적극 수출해야 할 때다.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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