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hyo,a kind/된장

발효스캔들러 2011. 9. 7. 00:57

레이디경향 2011년 4월호

 

정월 그믐, 장 담그는 날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이야기처럼 우리 조상은 장을 담그기 전 날짜부터 신중히 정했다고 한다. 매년 음력 11월 마지막 날에 메주를 빚어 띄워두었다가 이듬해 정월 마지막 날에 그 메주로 장을 담근 것이다. 굳이 마지막 날을 정한 이유는 말의 피처럼 붉고 진하게 잘 우러나라는 주술적 의미와, ‘맛있게’ 되라는 발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이렇게 담근 정월장은 이월장이나 사월장에 비해 숙성기간이 길어 가장 깊은 맛이 난다고 알려졌다. 고사와 함께 경건한 마음으로 시작하는 서일농원의 장 담그는 풍경을 스케치했다 ’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맛을 돋우며 익어가는 발효식품. 그 중 된장은 새해 첫 달에 담가야 제 맛이 난다고 한다. 음력 정월 마지막 날, 경기도 안성 서일농원의 장 담그는 모습을 담아왔다. 이와 함께 전통 된장과 청국장의 건강 조리법을 소개한다.

서일농원, 된장명인 서분례
옛날에는 집에서 아이를 낳으면 대문이나 길 어귀에 금줄을 걸고 사내아이가 태어나면 고추를, 계집아이가 태어나면 솔잎과 숯을 끼웠다. 장독대 입구에도 금줄을 쳤는데, 이 또한 부정을 막자는 바람이 녹아 있다.
경기도 안성, 도시를 갓 벗어난 곳에 2천5백여 개의 장독에 장을 담그는 서일농원이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서분례씨는 20년 전, 가족에게 제대로 만든 된장을 먹일 요량으로 장 담그는 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은 직접 농사 지은 콩으로 담근 장맛이 입소문을 타 수많은 장독에는 된장과 간장, 고추장과 장아찌가 가득 담겨 있다. 세월에 익어가는 장맛을 보느라 본업이었던 여행사 일은 뒷전으로 미룬 지 이미 오래다. 서일농원에 들어서면 수백 그루의 소나무가 손님을 먼저 맞이한다. 댐 건설로 수몰 위기에 놓인 조선 소나무들을 그녀가 옮겨 심은 것이라고. 사라져가는 옛것을 살려 반석 위에 올리는 게 그녀의 일상사다. 식당 겸 장 판매처인 ‘솔리’의 이름도 소나무 숲에서 따왔다.

중부고속도로 건설이 막 시작될 무렵 양로원 운영을 위해 현재 이곳의 땅을 구입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복지시설 운영에 필요한 법적인 문제에 부딪히고 자금줄인 여행사 경영이 IMF로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다. 그때 머리 아픈 일 잠시 제쳐두고 심신을 추스를 심산으로 농원에 콩을 심었다. 그걸로 메주를 만들어 간장, 된장을 담가 아는 사람들에게 선물한 것이 판매 요청으로 이어져 계속 장을 담그다 보니 지금의 농원에 이르게 된 것이다. 서일농원에선 가마솥에 삶은 국산 메주콩으로 11, 12월에 메주를 만든다. 메주는 지붕이 있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말린다. 숙성기간 2년 동안 콩물을 보충하고 불순물을 제거한다. 또 소홀히 할 수 없는 게 소금인데, 농원에선 반드시 전남 신안 비금도 천일염을 3년간 묵혀 간수를 뺀 뒤 사용한다. 인공감미료 등 식품첨가물을 쓰지 않음은 물론이다.

장독대가 빽빽이 차는 동안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것은 장맛. 원료인 콩과 고추를 고르는 기준이 예나 지금이나 같고 메주를 띄우고 장을 담그는 방식 또한 전통을 그대로 따르기에 달라질 리 없다. 앞으로 장류 박물관과 연구소도 건립할 계획이라는 서분례씨는 한국 전통식품 분야를 체계화, 표준화시켜 그 우수성을 해외에 알리겠다고 한다. 그 첫 작업으로 200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장류 규격인증을 받아놓았다. ‘온 세상의 밥상 위에 어머니의 그리운 손맛을 올려놓겠다’는 그녀의 다짐이 기세 좋게 타오르는 중이다.

1 항아리는 전통방식으로 만든, 입이 큰 것을 사용한다.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햇볕에 말린 뒤 빨갛게 피운 숯을 항아리 바닥에 넣고 꿀을 한 종지 부어 태워 훈증한다. 이렇게 하면 소독이 되고 단맛이 항아리에 밴다.

2 메주는 1차로 씻어 말린 것을 다시 털어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는다. 항아리의 2/3가 넘지 않도록 메주를 채운다.

3 3년 정도 묵혀 간수가 빠진 천일염을 장 담그기 3, 4일 전에 미리 풀어 이물질과 불순물을 가라앉히고 웃물만 떠서 사용한다. 소금물에 달걀을 띄우면 5백원 동전 크기로 떠오르는 정도가 염도 17도로 장 담그기에 적합하다. 요즘은 저염장을 선호해 15도 정도로 낮춰 담그기도 한다.

4 항아리에 소금물을 가득 채우고 메주가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게 대나무 살을 걸쳐 소금물에 메주가 완전히 잠기도록 한다. 공기에 메주가 노출되면 부패가 일어날 수 있어 위생상 좋지 않다.

5 고추, 대추, 참깨를 장 위에 뿌린다. 고추는 살균과 방부 효과가 있어 장맛이 변질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하고, 대추는 장맛을 달게 하며, 참깨는 고소한 맛을 더해 장 먹는 사람들이 늘 재미나게 살라는 조상의 지혜가 담겨 있다.

6 달군 숯을 넣고 뚜껑을 바로 닫고 3, 4일 후부터 날씨 좋은 날에만 뚜껑을 열어 햇볕을 쪼인다. 메주가 소금물에 잠기지 않으면 소금물을 더 채워준다.



자연과 시간이 만드는 된장
저온 건조해 세균 번식이 덜한 늦가을부터 초겨울에 걸쳐 메주를 쑨다. 메주콩을 푹 삶아 절구로 찧고 납작납작하게 큰 목침꼴과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든다. 다음 볏짚을 깔고 훈훈한 온돌방에 놓는다. 꾸덕꾸덕 마르면 볏짚으로 메주 덩어리를 묶어 따뜻한 방 안 천장에 겨우내 매달아둔다. 이른 봄 짚을 풀고 메주를 모아 담요로 덮어 더 띄운 다음 꺼내 땡볕에서 말려 잡균을 죽인다. 이렇게 오랜 과정을 거치며 볏짚이나 공기로부터 여러 가지 미생물이 저절로 들어가 콩이 발효한다. 꾸덕꾸덕 잘 마르고, 고르게 뜨고, 노르스름하면서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이 좋은 메주다.

‘메주의 역사는 곧 장(醬)의 역사’라고 하듯이 일단 메주가 잘 떠야 맛있는 간장과 된장이 나온다. 장을 담가 독을 햇빛이 잘 드는 곳에 두고 맑은 날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어 곰팡이가 피는 것을 막는다. 1, 2개월 동안 이렇게 메주를 우려낸다. 간장의 소금 농도는 보통 18~20%이며 간장을 담은 뒤 40여 일이 지나 장이 익으면 간장독에 떠 있는 메주를 건져내 질척하게 고루 치대면서 간이 싱거우면 소금을 더 넣는다. 된장을 담을 항아리는 미리 씻어서 햇볕에 바싹 말려두었다가 밑바닥에 소금을 조금 뿌린 뒤에 된장을 모아 담고 꾹꾹 누른다. 그 위에 웃소금을 뿌리고 망사로 두른 뒤 뚜껑을 덮어둔다. 역시 맑은 날에는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면서 한 달 정도 두면 삭으면서 맛이 든다.


 

메주는 하나하나 손으로 빚어야만 제대로 곰팡이가 자란다. 서일농원을 운영하는 서분례씨는 “초창기 직원들이 몰래 기계로 찍어낸 적이 있는데,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 100가마니 분량의 메주를 땅에 묻어버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서일농원에서 맛볼 수 있는 된장찌개. 특별한 비법이란 없다. 잘 만든 된장에 다시마 국물을 붓고 감자, 호박, 냉이, 두부 등 흔히 먹는 채소를 먹기 좋게 썰어 끓여낸다. 그야말로 장맛이 찌개 맛의 비결인 것.


서일농원 장맛의 비결은 좋은 콩, 옛날 항아리, 천일염 이외에도 청정 지하 암반수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농원 내 지하 150m에서 끌어올린 물로만 장을 담근다.
보약만큼 좋은 청국장의 효능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만큼 전통 음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 이 중 청국장은 항암효과와 더불어 각종 성인병 개선 등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진 식품. 우선 콩 섬유질은 실제 무게보다 40배나 많은 수분을 흡수하는데다 청국장은 풍부한 섬유질을 함유해 장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 청국장은 발효가 일어나면서 원재료인 콩에는 많지 않거나 아예 없는 비타민 B1·B2·B6·B12 등이 만들어지는데, 이들 비타민은 영양분이 지방으로 축적되는 것을 예방하고 신진대사를 거쳐 영양분이 완전히 분해되도록 도와줘 비만을 예방한다.

멸치 국물에 청국장을 풀고 한소끔 끓으면 파, 풋고추, 두부, 마늘을 넣고 자작한 불에 끓인다. 이곳 청국장은 오래 끓일수록 구수하고 맛이 좋다. 기호에 따라 돼지고기나 신김치를 넣으면 더욱 맛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방암이나 전립선암의 발병률은 미국인보다 아주 낮은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콩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청국장에는 ‘제니스테인’이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암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암의 세포 분열이 빨라지는 것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파이틱산, 트립신 억제제와 같은 항암물질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져 외국에서도 마늘과 함께 최고의 항암식품으로 주목받는 식품이다. 이외에도 혈압을 낮추고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당뇨 치료에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서분례식 청국장 맛의 비결
어릴 적 어머니가 만들어주던 청국장 맛의 기억을 살려 전통 방식으로 청국장을 제조한다. 기존의 청국장과는 달리 냄새가 적으며 맛과 질이 우수하다.

1 100% 국산 콩을 물에 충분히 불리고 가마솥에서 소금 간을 하지 않고 푹 삶는다.
2 온도, 습도 조절 장치가 갖춰진 황토 발효실에서 삶을 콩을 2, 3일 정도 두어 발효시킨다.
3 청국장 특유의 점액성 물질이 생성되고 냄새가 올라오면 마늘, 생강, 굵은 고춧가루, 소금 등으로 양념한다.
4 절구에 넣고 부드럽게 빻은 뒤 한 주먹씩 꼭꼭 뭉쳐 냉장고에 보관한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 냉동 보관한다.


Plus Idea 색다른 장 요리


맛있는 오리엔탈 건강 소스 된장과 청국장. 하지만 제아무리 좋다 한들 매번 찌개로만 먹을 수는 없는 법. 동서양을 막론한 색다른 조리법으로 응용해본 레시피를 소개한다. 먹어보면 의외로 입맛을 돋워주는 요리 4가지.


된장겨자드레싱 샤브샤브샐러드

재료
쇠고기(샤브샤브용) 100g, 샐러드용 잎채소(다솜상추, 겨자 잎, 래디치오 등) 80g, 양파 1/4개, 무순 약간, 된장 겨자드레싱(식초 4큰술, 설탕 3큰술, 연겨자 2큰술, 된장 1큰술, 레몬즙 약간)

만들기
1 쇠고기는 적당한 크기로 썰어 끓는 물에 넣고 익으면 바로 건져 찬물에 헹궜다가 체에 밭친다. 2 샐러드용 잎채소는 먹기 좋은 크기로 뜯고 양파는 가늘게 채썬다. 3 분량의 재료를 섞어 된장 겨자드레싱을 만든다. 4 그릇에 쇠고기, 샐러드용 잎채소, 양파, 무순을 섞어 담고 된장 겨자드레싱을 끼얹는다.


카망베르 된장소스파스타

재료
브로콜리 1/4송이, 만가닥버섯 100g, 카망베르치즈 1/2개(50g), 새우(중하) 8마리, 링귀네면 250g, 다진 마늘 1큰술, 우유 1컵, 생크림 1과 1/2컵, 된장 1큰술, 포도씨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브로콜리는 작게 송이로 뜯어 끓는 물에 소금을 넣어 데친다. 만가닥버섯은 먹기 좋게 가닥가닥 떼어둔다. 카망베르치즈는 작게 썬다. 2 새우는 머리, 껍질, 내장을 깨끗이 손질해 살만 발라둔다. 3 링귀네면은 끓는 물에 소금을 넣은 뒤 가운데 심이 약간 남아 있을 정도로 5분간 삶고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4 달군 팬에 포도씨유를 두르고 다진 마늘을 볶다가 향이 오르면 새우, 브로콜리, 만가닥버섯을 넣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볶는다. 5 ④에 우유, 생크림, 된장을 넣고 한소끔 끓어오르면 ③의 링귀네면을 넣어 다시 볶는다. 6 링귀네면이 거의 다 익어가면 카망베르치즈를 넣어 고루 섞은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해 불에서 내린다.


청국장 불고기 토르티야말이

재료
쇠고기(불고기용) 150g, 빨강 파프리카·노랑 파프리카 1개씩, 양파 1/2개, 토르티야 5장, 마요네즈 2큰술, 겨자 잎 5장, 청국장 양념(청국장 1큰술, 소주 1과 1/2큰술, 다진 마늘·참기름 1/2큰술씩, 설탕 2/3큰술, 간장·후춧가루 1/2작은술씩)

만들기
1 쇠고기는 작게 썬 뒤 분량의 청국장 양념에 버무려 10~20분간 재운다. 2 파프리카와 양파는 길이대로 가늘게 채썬다. 겨자 잎은 씻어서 물기를 턴다. 3 팬을 달궈 기름을 두르지 않고 토르티야를 올려 양면을 살짝 구운 뒤 젖은 행주로 덮어둔다. 4 달군 팬에 ①의 쇠고기를 넣고 볶는다. 5 토르티야 한쪽 면에 마요네즈 1작은술씩을 얇게 펴 바르고 겨자 잎, 불고기, 파프리카, 양파를 적당량씩 넣어 돌돌 만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청국장 두부 가지튀김

재료
동태살 150g, 두부 1/4모, 청국장 2와 1/2큰술, 다진 파·생강즙 1/2큰술씩, 소금 1/4작은술, 가지 3개, 밀가루 1큰술, 식용유 적당량, 튀김 반죽(밀가루 9큰술, 감자녹말 4큰술, 달걀노른자 2개분, 다진 청고추·다진 홍고추 2큰술씩, 찬물 1과 1/2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동태살은 곱게 다지고 두부도 으깬 뒤 동태살과 함께 베보자기에 싸 물기를 꼭 짠다. 2 ①에 청국장과 다진 파, 생강즙, 소금을 넣고 고루 섞어 소를 만든다. 3 가지는 0.5cm 두께로 넓적하게 썬 뒤 밀가루를 고루 묻히고 여분의 가루는 털어낸다. 4 분량의 재료를 섞어 튀김 반죽을 만든다. 5 ③의 가지에 ②의 소를 얹고 다른 가지로 덮어 샌드한 뒤 튀김 반죽을 입혀 170℃로 달군 식용유에 넣어 노릇하게 튀긴다.


촬영 협조 / 서일농원(031-673-3171, www.seoilfarm.com) 요리&스타일링 / 김보선(Studio Rosso, 02-6497-7101) 진행 / 정지연 기자 사진 / 안진형(프리랜서)



출처: ⓒ 레이디경향 & 경향닷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