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hyo,a kind/장아찌

발효스캔들러 2011. 9. 10. 14:51

 

콩나물 뿌리도 안 버린다

명신스님 장아찌이야기

장독에서 꺼내놓은 몇 가지 장아찌로 상을 차렸다. 산초 잰피잎 참가죽 무말랭이 깻잎 오이 매실 고추장아찌. 광주 지산동에 있는 연화사 주지 명신스님은 머위대 죽순 가지 감 동치미 고춧잎 등 제철에 나는 채소들 수십 가지를 된장 고추장 간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둔다.

“장아찌로 못 만들 것이 없다. 김 파래 배추 등 어떤 것으로든 장아찌를 만들 수 있다. 음식은 다른 생명을 죽여서 얻은 것이므로 음식을 버리는 것은 죄악이다. 그래서 콩나물 뿌리도 안 버리고 장아찌를 만들고 전 부치고 남은 두부 한쪽이라도 된장이나 간장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는다.”
장아찌는 남은 음식하나라도 버리지 않는 재활용의 의미를 담고 있는 음식이라 절 밥상 차리는 데는 필수적이다.

불교에서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은 수행의 하나. 맛을 음미하는 데 중점을 두기보다 마음 닦기에 필요한 정신과 육체의 힘을 보충해 주는 역할을 주로 한다. 단순한 먹을거리라기보다 수행을 올바르게 할 수 있는 마음을 맑게 해주는 약이다.

수행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사찰음식을 만들 때는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인공조미료나 방부제가 섞이지 않는 재료로 맛을 내고(청정), 수행정진에 열중할 수 있도록 짜고 맵지 않아야 하며(유연), 양념을 하더라도 단 것→짠것→식초→장류 순으로 넣되 채소의 본래 맛이 사라지지 않도록(여법) 조리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조리 원칙이 요즘 일반인들이 사찰음식을 건강음식으로 좋아하는 이유가 된다.
“사찰음식은 약용성 식품이 많다. 산초열매장아찌는 기침 해소에, 잰피잎장아찌는 살균작용과 구충제 역할 그리고 중풍예방에도 좋다. 음식으로 스님들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음식을 차릴 때는 반찬 가짓수가 많거나 기름지지 않아도 고루 영양을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을 쓴다.

“누구한테 따로 배운 것은 없다. 어른들이 했던 것을 보고 따라하고 있을 뿐이다. 내 하나 고단함으로 다른 사람이 편해지고 내 하나 힘든 것으로 다른 사람이 맛있게 먹으면 된다.”
명신스님은 1979년부터 20여 년 동안 이곳에서 절 음식을 혼자 담당해왔다. 음식 만드는 것이 좋고 관심 있어서 시작했다는 스님은, 그렇다고 사찰음식의 의미를 강조하거나 ‘음식공양으로 부처님 가르침 전한다’는 생각을 애써 부각시키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정성껏 만든 음식 자식들이 잘 먹어줬으면 하는 어머니 같은 심정이 느껴졌다.
임정희 기자 
oksusu@jeonlad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