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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스캔들러 2012. 1. 13. 10:52

 

두견주

 

 

                                                                                                        두견주 덧술 모습

 

 

진달래화전과 나물을 안주로 곁들이는 진달래술, 두견주

우리 풍속에 ‘꽃놀이’ 또는 ‘화류놀이’라는 게 있다. 춘 3월에 남녀노소가 날과 장소를 골라 하루를 즐겨 노는 놀이로, 제각기 좋아하는 음식을 장만하여 약속한 장소에 와서 서로 나누어 먹으며 즐기는데, 성인은 노래를 부르고 술을 마시며, 부녀자들은 꽃잎을 따서 화전을 부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꽃노래를 부르면서 꽃피는 봄날의 하루를 즐긴다. 놀이가 끝날 즈음, 소년소녀들은 진달래꽃을 꺾어 꽃방망이를 만들어 어깨에 둘러메고 꽃노래를 부르며 마을로 돌아온다. 이 화류놀이의 중심에 진달래꽃이 있었다. 우리 조상들이 진달래를 좋아하게 된 이유로, 민속학자 김열규 교수는 “진달래의 속성은 봄의 시작을 알려주는 꽃이라는데 있다. 때문에 강한 생명력과 치열한 생명력을 수반한 봄기운의 상징과 함께 죽음의 상징인 겨울을 이기고 살아남은 거듭살이의 힘을 상징한다. 특히 일제의 식민통치하 같은 상황에서는 진달래의 이 같은 원형적 상징이 증폭된다. 따라서 진달래는 겨레의 집단적인 봄 신명 자체의 상징으로 원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야산은 물론이고 심심산천을 온통 연분홍으로 꽃물을 들이는 꽃이 봄의 진달래꽃이라면, 이 땅에 사는 우리 겨레의 가슴에 연분홍의 꽃물을 들이던 술이 진달래술이다. 두견주는 진달래가 들어가는 절식 가운데 으뜸으로, 진달래화전과 나물을 안주로 곁들이면 그만한 멋과 풍류가 없다. 진달래꽃은 전국의 산야 어디에서나 피는 까닭에 그 채취가 용이하였으므로, 진달래꽃을 이용한 술은 신분의 구별 없이 가장 널리 빚어 마셨던 가장 대표적인 ‘봄철 술’이었다. 특히 진달래술은 향기뿐만 아니라, 혈액순환개선과 혈압강하, 피로회복, 천식, 여성의 허리냉증 등에 약효가 인정되어, 약용주로서의 역할도 겸하였으므로, 봄철이면 농가와 특히 가난한 선비집안의 아녀자들은 진달래술을 빚기 위해 꽃을 따느라 분주하였다. 진달래술을 마련하여 두면, 약효에 따른 질병치료와 함께 계절변화와 풍류를 즐길 수 있었던 것이다.

 

두견주는 고려시대 때부터 대표적인 계절주이자 세시주로 자리잡았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술로, 상용(常用) 약주에 ‘청주’, ‘유하주’, ‘방문주’, ‘동동주’, ‘녹파주’가 있고, 특수 고급약주로 ‘춘주’, ‘천일주’, ‘신라주’와 향양주(香釀酒)로 ‘송주’, ‘국화주’, ‘포도주’, ‘두견주’를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달래술은 고려의 개국공신 복지겸과 그의 딸 영랑에 관한 전설이 깃든 충남의 당진이 명산지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가장 대중적으로 사랑 받아왔던 세시주이자 가향주로써, 전래과정에서 지방에 따라 가전비법에 따라 술 빚는 법에서 약간씩 차이가 있다. 예컨데 민간의 전승주이자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된 면천지방의 두견주는 그 방법에서 차이가 있다. 두 번에 걸쳐 찹쌀로 고두밥을 짓고 식혀서 누룩과 물을 섞어 술을 빚는데, 덧술을 할 때에 진달래꽃을 함께 버무려 넣고, 술을 안친 다음에 맨 위에 진달래꽃으로 덮어두는 제조방법으로 이뤄진다.

 

                                                                                                         

                                                                                                   건조시킨 진달래꽃

 

 

가정에서 빚어 마실 수 있는 방법

진달래술을 빚고자 하면, 우선 무슨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하는데, 그 요령으로 약효를 얻고자 할 때는 고두밥과 꽃잎을 직접 버무려 안치는 것이 좋고, 향기와 빛깔이 좋은 술을 빚으려면 시루떡을 안치듯 켜켜로 안쳐 발효시키는 것이 방법이다. 진달래술과 관련하여 조선시대 문헌인 [규합총서]를 비롯하여 [술 빚는 법], [시의전서], [김승지댁주방문] 등에서도 재료의 배합비율은 물론이고, 재료의 가공방법에서 각각 다른 방문이 수록되어 있는 것을 찾아 볼 수 있다.

 

옛 문헌의 하나인 [규합총서]의 기록을 바탕으로 가정에서 빚어 마실 수 있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멥쌀 2말을 백세작말(매우 깨끗하게 씻어 가루로 빻는 것을 일컬음)하여 끓는 물 1말과 함께 섞어 범벅처럼 갠 다음, 하룻밤 재워 밑까지 차게 식힌다. 누룩은 이슬을 맞혀 뽀얗게 바랜 것을 준비하여 생사로 된 깁체에 쳐서 내린 고운 가루누룩으로 1되 3홉을 밀가루 3홉과 함께 범벅에 넣고 고루 버무려 술밑(술거리)을 빚는다. 이 술밑을 준비한 술독에 담아 안치고 한지로 밀봉한 뒤, 상법대로 하여 12일간 발효시킨다. 밑술이 익으면 멥쌀 3말과 찹쌀 3말을 각각 물에 깨끗이 씻어 건져서 시루에 안쳐 고두밥을 짓는다. 고두밥은 각각 고루 펼쳐서 차게 식히고, 쌀과 같은 양의 물을 팔팔 끓여 차게 식혀 놓는다. 밑술을 동량으로 나누어 각각 메밥과 찰밥 한 켜, 진달래 꽃잎 한 켜씩 켜켜로 담아 안친 다음, 메밥을 맨 위에 덮는다. 차게 식혀 둔 물을 술덧 위에 부어주고, 상법대로 하여 14~21일간 발효시킨다.

 

일반적으로 술은 완전히 익었을 때 용수를 박아두고 청주(두견주)를 떠서 마시거나, 술체에 밭쳐 탁주(두견주)를 걸러서 마시는데, 진달래술과 같은 가향주류는 청주로 마시는 것이 좋다. 탁주는 일반 막걸리보다 풍미가 떨어지고 술 빛깔도 좋지 못하기 때문이다.

 

                                 덧술-술밑 안치는 모습

                              덧술- 꽃 안치는 모습

 

 

풍부한 방향(芳香)과 오미(五味), 맛의 지속성, 황금빛 색깔 등 부족함이 없는 명주

술 빚는 방문의 차이는 후대로 내려오면서 양조방법의 간편화와 함께 식량의 증산이 이뤄지면서 주재료인 쌀의 고급화를 추구하게 된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진달래꽃을 구할 수 있는 시기가 봄철에 한정되다 보니, 봄에 진달래를 채취하여 보관해두고 계절에 상관없이 필요할 때마다 빚는 사시주(四時酒)가 된 것으로 추측된다. 사실, 진달래술을 빚는 풍습이 사라진 것은 해방 후의 “삼금(三禁)”이라 하여, ‘밀주단속’과 함께 ‘나무 베는 일’을 금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특히 나무를 베지 못하게 하면서 자유로이 산에 들어갈 수 없게 되자, 진달래꽃의 채취가 용이하지 못하였던 것도 이유가 되었던 것이다.

 

진달래술을 빚을 때는 진달래꽃잎을 지나치게 많이 넣지 않도록 해야 한다. 꽃을 많이 넣게 되면, 술 빛깔이 붉게 되고 쓴맛이 돌아 좋지 못하다. 또한 꽃잎을 채취할 때는 가능한 만개한 꽃을 선택하도록 하여 꽃술을 완전히 제거하고, 흐르는 물에 깨끗이 헹궈낸 후에 건조시켜서 사용해야 한다. 진달래꽃을 생것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향기는 좋으나 약간의 산미가 있어 발효에 지장을 줄 뿐만 아니라, 술맛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가능한 건조시킨 것을 사용하도록 한다. 진달래꽃을 채취했을 때에는 아무리 바쁘더라도 따온 즉시 꽃술과 꽃받침, 이물질 등을 제거하여 흐르는 물에 살짝 헹궈낸 다음, 키친타올이나 면보 등으로 물기를 뺀 후에 건조시키는 것이 좋다. 건조시킬 때에는 그늘지고 바람이 잘 통하는 응달에서 2~3일 간격으로 2차례 건조시키는 것이 꽃의 색깔과 향기를 그대로 유지시킬 수 있어 좋다.

 

일반 민가의 가양주로 전해오고 있는 방법으로 밑술과 덧술을 찹쌀로 빚고 덧술을 할 때 진달래꽃을 넣는 것이 상례가 되다시피 하였는데, 형편에 따라 멥쌀로 빚기도 하고 찹쌀을 섞어 빚기도 한다. 찹쌀로 빚은 진달래술은 끈적거릴 정도로 단맛이 강하고 진달래꽃의 빛깔이 그대로 술에 녹아들어, 진한 담황색을 자랑한다. 특히 재료로 사용되는 꽃 특유의 독특한 향취를 간직하고 있어, 가향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예부터 “두견주 석잔에 5리를 못간다.”는 말이 전해 온다. 이는 두견주가 처음 마실 때의 부드러움과는 달리 알코올도수가 높아 마신 후에 은근하게 취기가 올라온다는 얘기이다. 명주가 갖춰야 할 조건으로, 과일과 꽃향기로 대변되는 풍부한 방향(芳香)을 으뜸으로 하고, 달고 시고 쓰고 떫고 매운 맛이 고루 느껴지면서도 깔끔한 오미(五味), 그리고 목넘김이 부드러우면서도 여운이 남는 맛의 지속성, 끝으로 맑고 깨끗하면서도 밝은 황금빛 색깔을 말하는데, 두견주는 그 어느 것 한 가지도 부족함이 없다 할 것이다.

 

특히나 봄의 상징인 진달래꽃을 이용한 두견주에는 여러 가지 기능성 효과가 입증되고 있어, 단순한 향양주가 아닌, 질병예방이나 치료목적에서 널리 이용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견주에는 꽃의 성분인 아잘린(azalein)과 아잘리틴(azaleatin)이 함유되어 있어, 식욕을 촉진하고 소화액을 분비하며, 혈액순환촉진과 콜레스테롤을 억제시켜주는 효과와 저혈당을 높혀준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으니, 전통주가 아닌 서양의 어떤 술에서 이러한 멋과 가치를 찾을 수 있으랴 싶다.

 

 

 

박록담
시인, 한국전통주연구소장, 숙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발행일  2012.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