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 같은 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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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7. 14.

15.

    찬 바람 속에서 봄 기운이 느껴지던 어느 날 밤 늦게 사장한테서 다음 주 일요일에 들어 온다는 연락이 왔다.

    카랑카랑한 사장 목소리에  나는 내가 꾸던 하룻밤  꿈 속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내가 꿈 속에서 가졌던 꿈결 같은 시간은  한 줄기 바람이 되어 지나가 버렸다. 

    사장 연락을 받은 그날 이후 나는 그녀와 연락을 끊었다.

    나는 그녀와  이미 충분한 연락을 주고 받았었다.

    올 것이 오고 있었다.

    

 

16.

 

    일 주일은 순식간에 지나 갔고

    한 주가 다시 시작 되는 월요일 오후 퇴근이 가까운 시간에 사장은  햇볕에 그을린 건강한 얼굴로  회사에 나왔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얼굴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래 보여?  그래, 그동안 회사 지키느라 고생했다!"

    나는 사장과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사장에게 그동안에 있었던 회사 업무에 대해 보고할 시간을 가지려 했는데

   사장이   "됐다!  김부장이 알아서 잘 했겠지! 나가 일 봐라."면서 손을 저었다.

   당혹스러웠다.

   조금있다가 나는 드릴 말씀이 있다고 했다.

   "그래? 뭔데?"

   나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계속해서 회사를 다닐 자신은 없었다.

   내가 그분에게 그럴 순 없었다.

   " 회사를 그만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사장은 분노에 찬 눈으로 나를 노려 보았고 나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사장과 나는 그 상태로  한참을 있었다.

   침묵을 깨고 사장이 조금 억눌린 목소리로 말을 했다. "그게  나에 대한 너의 예의냐?" 

   나는 움칠했고 진땀이 났다.

   " 인구 이십 이만도 안되는 이런 중소도시에선 한 다리 건너면 다 아는 사이들이야

   이곳에선 감추고 숨길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어 !"

   사장은 담배에 불을 붙이고 길게 한 모금을 내뱉었다.

   "넌 내 선의와 신의를 져버렸고 ,내  자존심을 짓밟아버렸어! 

   뭐? 그만 두겠다고? 이게 그런다고 끝날 문제냐? 

   주인을 문 개를 어떻게 처리할까 결정하는 건 주인을 문 개가 아니라 개한테 물린 주인이 하는 거야!

   그리고 용서나 자비 같은 건 예수나 부처 같은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고

   넌 나의 분노를 두 눈 부릅뜨고 봐야 해!"

   사무실이 사장의 분노로 떨고 있었다.

   담배를 재떨이에 끄고 숨을 한 번 돌린  사장이 다시 내뱉었다.

   "돈에 손대진 안했드만 !  바보 같이... 차라리 돈에 손을 대지 어딜 손대! 어리석은 놈!"

    사장은 할 말을 다했고 나는 내가 들어야 할 말을 다 들었다.

    나는 고개를 숙인 채 사장에게 말했다.

    "사장님 뜻대로 하십시요! 그게 무엇이든 따르겠습니다!"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였지만 나는 그말은 할 수 있었다.

    "여기서 기다려!" 손가락으로 소파를 가리키고  사장은 밖으로 나갔다.

     사장이 다시 돌아 왔을 때는 퇴근 시간이 조금 지나 있었다.

    "가자!"

    나는 사장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밖은 어두어지고 있었다.

    사장 차 운전석엔 처음 보는 얼굴이 앉아있었는데 짧게 자른 머리에

    표정에 흔들림이 없었고 나를 쳐다 보지도 않했다.

    차가 시내를 벗어나 여객선터미널을 조금 지나  수협공판장으로 들어 섰다.

    여객선터미널에선 여객선 한 척이 긴 뱃고동을 울리며 터미널을 빠져 나가고 있었고

   경매가 끝난 공판장  셔터는 내려져 있었다. 

    운전을 하고 왔던 짧은 머리가 공판장 옆문을 열었고 우리는 말 없이 공판장 안으로 들어갔다.

    필요할 때  생선을 다듬을 수 있게 공판장 한편에 있던 원목탁자 주위에 미수금을 처리해 주던 애와 그녀가 있었다 .

    그녀의 화장기 없는 얼굴이 두려움에 창백해 보였고  눈빛은 겁에 질려 있었다.

    나는 사장의 의도를 알 것 같았다.

    이런 일에 익숙한 저들을 시켜  원목탁자 위에  내 두 손을 올려 놓고 사장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내손과 팔, 발과 다리 그리고  목을 몸통에서 분리시켜 탁자 옆에 준비된 드럼통에 담을 것이다.

    그렇게해서 그녀에게는 경고를 보내고 나에게는 응징을 하고 사장은 짓밟힌 자존심을 다시 세울 것이다.

    사장은 "그동안의 정리를 생각해서 빨리 끝내주마!" 라는 말과 함께 손도끼를 머리 위로 쳐 들었다.

    그녀는 눈을 감고 머리를 옆으로 돌려버렸고  나는 그녀에게 찌질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

    눈을 부릅뜨고 어금니를 앙당물었다.

    쇳소리와 함께 왼쪽 손목이 도끼날에 잘려  나갔다.

    잘려진 손목에서  솟구쳐 오른 피가 공중에 잠깐 머물다 내 얼굴로 쏟아져 내렸다.

    미끌거렸지만 따뜻한 느낌이 있었다.

    흐릿해진 시야에 언뜻 그녀가 주저 앉아 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런 식으로  사장은 사장이 정한 순서대로 나를 해체할 것이고  조각조각 분리된 나는 

    시멘트와 함께 드럼통에 넣어져 먼 바다로 조업 나가는 배에 실려  깊은 바다에 버려질 것이다.

    나는 빠르게 해체 되어 갔고

    사장도 그리고 나를 붙잡고 있던 그들도 공판장 바닥에 주저 앉은 그녀도 내 피를 둘러 쓰고 있었다.

    지옥문이 열린 것 같았다.

    저곳에서 그녀는 살아낼 수 있을까?

    공판장 바닥의 차가운 기운이 얼굴에 느껴졌고 생선 비린내가 코 끝을 스쳤다.

    이제 나는 더는 눈을 뜨고 있을 수 없었다.

    멀리서 아득하게  뱃고동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