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로투스 2019. 7. 31. 00:17

연결자(Connectors) - 야스다 유키

 

@ 언젠가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행복한 인생을 보내기 위해서는 인생을 사람이나 물질이 아닌, 다른 무엇인가를 향한 목적과 연결하라!” 그렇다. 다른 누군가를 목적으로 한 인생은 행복하지 않다. 얼핏 냉정한 말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특정한 누군가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관계의 해명을 목적으로 살아왔고, 살고 있으며 그 일에서 인생의 행복을 찾고 있다.

 

유진 리크워크라는 사회학자가 있다. “비공식적인 관계는 사회적으로 사치라고 생각되어왔지만 실은 사회생활의 조직화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일생을 통해 주장해온 인물이다.

 

그의 연구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비공식적인 관계는 생활면에서 많은 소모를 가져오기는 하지만, 유연성이 결여된 관료 조직이 요구하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해 개인이 잘 대응하기 위한 자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친지나 친구는 여러 조직체가 만들어내는, 가끔은 상호모순을 일으키기도 하는 요구를 만족시키고 그 요구를 적합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법으로 기여를 한다.”

 

이런 내용도 있다. “우정으로 이어진 연결은 비공식적인 만큼 유연하기도 하지만 개인에게 가해지는 여러 가지 요구를 조정하고 그들 자신이 세운 크고 작은 일상의 목표를 달성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사회조직을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유진 리크워크는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이 지역과 사회조직 그리고 개인의 안정과 유지에 얼마나 중요하게 작용하는지를 끊임없이 강조했다. 이렇게 보면 특정한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을 지지하고 연결하고 조직을 지키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이나 국가, 그리고 인류를 잇는 그 연결에 목적을 두는 네트워크 연구자의 삶이 냉정하기는커녕 썩 괜찮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과의 관계는 때로는 무기도 되고, 상처도 되지만 사람을 지키고, 사람을 키우고, 사람을 살이기도 한다. 또한 누구도 볼 수 없지만 사람들의 관계와 연결은 정보나 지식, 가치관과 신념, DNA나 바이러스를 세대 내에서, 또 세대에서 세대로 운반하는 결정적ㅇ닌 역할을 한다.

 

내가 미국에서 대학원을 다니던 시절. 처음으로 했던 리서치 보조 아르바이트도 유진 리트워크 교수 밑에서였다. 뉴욕 주의 사망보고서에 데이터를 뽑아내는 일이었다. 관공서에서 빌려온 두터운 사망보고서 한 장 한 장에는 사망한 사람의 연령, 성별, 사인, 주소 등의 개인정보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그 내용을 자료에서 뽑아내 일일이 컴퓨터에 입력했다. 정보를 누출하지 않을 의무와 그 외 조건들을 지키는 조건으로 빌려온 관공서의 중요 서류이므로 집으로 가져가는 것은 절대 금기였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거나 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도 금지되었다. 먼지가 뽀얗게 쌓인 대학 내 밀실에서 끝도 없이 몇 시간씩 데이터를 입력하는 것을 정말 암담한 작업이었다. 지성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필요한 것은 오직 사실 그대로를 묵묵히 옮기는 인내심과 시간이었다.

 

이 데이터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취급한 항목은 누가 사망보고서를 관공서로 가져왔는가?” 하는 것이다. 이것만큼은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했다.

 

이 사망보고서를 누가 관공서에 가져왔는가? 그것은 말하자면 사망자와 마지막 순간에 가장 강한 유대로 연결된 인물이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작업이다. 배우자, 자녀, 형제자매, 이웃, 시설 담당자, 가사도우미, 사회복지사 등 모든 인간이 등장했다. 자신의 의지도, 육체도 지구상에서 소멸할 마지막 단계에서 그 생명의 마지막 말을 공식적으로 사회에 전달해줄 인물은 가족일까, 친구일까, 이웃일까?

 

어쩌면 내가 네트워크 과학에 몸담게 된 출발점이 그 사망보고서에 뭉치였지도 모른다. 당시 나는 아직 스승도 만나지 못하고 네트워크 분석이라는 단어조차도 모르던 아르바이트생이었다.

 

세계 최고의 고령 사회인 일본에서는 누가 사망보고서에 제출자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을까? 모르긴 해도 제출자가 가까운 육친일 확률이 낮아지고 있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무연사회가 되어가는 일본을 상징하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가족이 사망보고서를 제출해준다면 행복일까? 사망보고서를 제출한 사람에게 슬픔은 있었는가? 사망자를 간호하고 떠나보낸 사람은 누구일까? 이렇듯 사망보고서에 관한 데이터는 그 사회의 대동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계의 축소지도가 들어 있다. 자신이 누구를 배웅할 것인지 보다 자신이 죽음을 맞이할 때 옆에 있어줄 사람이 누구인가에 일생이 집약된다.

 

그러나 죽은 뒤에 자신의 사망보고서를 전달할 사람을 선택할 수 없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동안의 시간이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쌓아올린 관계보다 자신이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한 관계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왜냐하면 바로 그곳에서 그 사람의 본질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 내재된 힘과 두려움의 본질은 자신이 보내는 관계가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관계에 숨어 있다. 관계에 양방향성이 있는 경우는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관계와 자신에게 다른 사람이 다가오는 관계,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인맥 연구도, 배우자 찾기도, 기업 간의 거래도, 웹의 링크 해석도, 전염병도 모두 다가오는 관계의 인지와 통제에 달렸다는 것이다.

 

자신이 누구를 좋아하는지를 자신은 분명히 안다. 모르는 것은 누가 자신을 좋아하는가?” 하는 점이다. 자신이 능동적으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고 도움을 받을 수는 있다. 능동적인 행동은 일으키기도 쉽고 제어하기도 쉽다.

 

반면에 자신을 향한 호의나 자신에게 베풀어지는 선의는 좀처럼 감지하기가 어렵다. 자신을 향해 있지만 자신이 아직 모르는 다른 사람의 잠재적 도움이나 애정, 피해야 할 악의나 방해 등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관계를 어디까지 인지하고 제어, 활용할 수 있는가는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능동적으로 관계를 맺고 활용하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와 더불어서 다른 사람이 이미 손을 내민 관계를 놓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보기 바란다.

 

구글의 검색 논리는 페이지랭크 방식이다. 페이지랭크는 중요한 페이지일수록 더 많은 사이트에서 링크를 건다는 관점에 기초하고 있다. 웹페이지의 가치를 어디에 링크를 걸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어떤 페이지에서 이쪽으로 링크가 걸려 있는가?”로 결정한다. 물론 검색 결과의 상위, 하위 배치는 수학적 정보 이외의 요소를 포함해서 조정하고는 있지만, 기본 원칙은 얼마나 양질의 링크가 걸려 있느냐다.

 

자신이 하는 주체적인 행동이나 타인에 대한 관여와 그 결과는 조절하기 쉽다. 개인이 스스로 형성하는 관계의 양과 질은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축적하고 조절할 수 있다. 스스로 의식적인 활동을 통해 증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으로부터 받는 관계의 총량과 질은 통제도 조절도 불가능하다. 다른 사람이 보내는 호의, 도움, 정보나 지식을 받는 쪽에서 늘릴 수도 없다.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다른 사람의 악의나 적의도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다.

 

교토의 격조 높은 식당들이 단골의 소개를 통해 오는 손님이 아니면 거절하는 관례에 대한 위화감은 손님이라는 타인의 관계를 거절할 권리를 가게 주인이 쥐고 사용한다는 데 있다. “가게는 손님을 거절할 수 없다는 사회적 통념을 뒤집었기 때문이다.

 

결국은 IT의 진보로 인간과 조직이 맺고 있는 모든 관계가 드러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좋든 싫든 다가오는 관계를 제어하는 기술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간이나 조직의 행위는 그 사람의 네트워크가 결정한다. 나는 이 사실을 10년 넘게 주장해왔다. 지금 다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자신이 외부를 향해 걸고 있는 외향적인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관계의 양과 질을 얼마나 인지하고 활용하느냐가 사람이나 조직의 행동과 그 성과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구글의 페이지랭크처럼 사람에게 다가오는 관계의 양과 질이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하는 중요한 정보가 된다. 따라서 자원을 최대화하는 열쇠는 인맥과 다른 사람의 도움을 능동적으로 어디까지 얻을 수 있는가에 달린 갓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나온 수많은 인맥 관련 책에는 그러한 노하우가 넘쳐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을 움직여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 것인가 하는 능동적인 대처법에 대한 책들이다. 이런 이야기를 부정할 생각은 전혀 없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향한 관계의 탐지와 인식, 그리고 이를 최대한 활용하는 일이다. 자신이 움직이고 만들어낸 외향적인 관계를 얼마나 자신을 향한 관계로 방향 전환시킬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인맥 관련 서적들은 흔히 윈윈관계가 중요하다고 설명하지만, 형태적으로 볼 때 이것은 단지 일방적인 관계를 쌍방향으로 전환하라는 이야기일 뿐이다.

 

최근 네트워크 분야에서 새로운 검토 과제는 어떤 관계가 가진 유대의 특성과 링크의 종류에 따른 매끄러운 연결이다. 행위자가 받는 관계, 그리고 관계의 성질. 이 두 가지가 향후 네트워크 연구의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