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로투스 2019. 8. 8. 00:18

쫄지마 형사절차 수사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도 있지만, 요즘에는 컴퓨터나 노트북, 휴대전화 등 휴대용 저장장치나 서버와 같이 전자정보를 기록하고 저장하는 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 매체에 대한 압수수색은 수사기관이 저장매체 자체보다는 저장매체에 기록되고 저장된 정보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디지털저장매체에서는 범죄혐의와 관련된 정보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외의 정보도 많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수사기관이 당초 압수수색의 사유가 되는 범죄혐의와 관련이 없는 정보도 쉽게 취득해서 신상 털기를 할 소지가 매우 크다.

 

영장 발부를 이유로 수사기관이 휴대전화나 노트북의 하드디스크를 그대로 가져가거나 저장되어 있는 정보를 모두 복사해서 가져간다면, 사적인 통화 내용이나 문자메시지, 사진들까지 모두 유출되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휴대전화나 컴퓨터, 노트북 등은 일상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이기 때문에 이러한 저장매체가 압수될 경우 개인생활이나 업무에 과도한 지장을 초래하게 된다.

 

과거 물건의 압수수색을 중심으로 규정되어 있던 법률이 미처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1718일 형사소송법이 개정되어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서버나 하드디스크, 컴퓨터 자체를 압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정보 중 필요한 부분을 출력하거나 복제하여 가져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도록 하고 있다(형사소송법 제106조 제3, 4).

 

대법원 판례 또한 전자정보를 압수하는 경우에는 파일을 복사하거나 출력물을 통해 압수하여야 하고, 예외적으로 저장매체 원본을 압수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원본을 압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고 압수현장에서 해당 정보를 출력하거나 복제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였음이 인정되어야 한다면서 예외의 인정을 엄격하게 한정하고 있다.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는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인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집행현장 사정상 위와 같은 방식에 의한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부득이한 사정이 존재하더라도 저장매체 자체를 직접 혹은 하드카피나 이미징 등 형태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 외부로 반출하여 해당 파일을 압수수색할 수 있도록 영장에 기재되어 있고 실제 그와 같은 사정이 발생한 때에 한하여 위 방법이 예외적으로 허용될 수 있을 뿐이다(대법원 2011. 5. 26. 20091190 결정).

 

전자정보의 경우에도 물건에 대한 압수수색과 마찬가지로 범죄혐의와 관련된 부분에 한하여 압수할 수 있다. 특히 전자정보는 하나의 저장매체에 다량의 정보가 저장되어 있기 때문에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이 더욱 크다.

 

수사기관의 경우에는 수사의 편의나 시간적 제약을 이유로 저장매체(컴퓨터의 하드디스크나 외장하드, usb )를 일괄적으로 모두 이미징 하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당사자의 대응이 더욱 중요하다. 즉 수사기관이 현장에서 포렌식 장비를 통해 디지털저장매체를 분석, 복제하는 경우, 절차에 참여해서 범죄혐의와 무관함을 소명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106, 디지털증거 수집 및 분석 규정 제6).

 

대법원은 디지털저장정보의 압수 과정에서 범죄혐의와의 관련성이 엄격히 준수되어야 하며, 정보의 이미징 및 정보검색 과정에서도 변호인의 참여권이 준수되어야 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영장주의에 위반되는 위법한 수사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대법원은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할 때는 원칙적으로 영장 발부의 사유인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만을 문서 출력물로 수집하거나 수사기관이 휴대한 저장매체에 해당 파일을 복사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그러한 경우 문서출력 또는 파일복사 대상 역시 혐의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되어야 하는 것은 헌법 제12조 제1, 3, 형사소송법 제114, 215조의 적법절차 및 영장주의 원칙상 당연하다. 그러므로 수사기관 사무실 등으로 옮긴 저장매체에서 범죄혐의 관련성에 대한 구분 없이 저장된 전자정보 중 임의로 문서출력 혹은 파일복사를 하는 행위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영장주의 등 원칙에 반하는 위법한 집행이다라고 판시하고 있다(대법원 2011. 5. 26. 20091190 결정).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전반에 걸쳐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적법절차를 준수하여야 하고, 이를 위반한 위법한 압수수색을 통해 압수된 물건은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

 

또한 압수된 전자정보(디지털증거)가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수사기관이 압수현장에서 복사한 사본과 원래 당사자가 가지고 있던 디지털저장매체의 원본이 동일하다는 것을 입증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디지털정보의 경우, 일반서류에 비해 편집, 조작의 가능성이 매우 높고 조작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정에 제출된 디지털정보 사본의 증거능력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디지털저장매체의 원본이 존재하고 원본과 사본이 동일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하며 동일성에 대한 검증 과정은 고도의 신뢰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에 대하여 대법원 역시 압수물인 디지털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건이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디지털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된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그 동일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디지털저장매체 원본이 압수된 이후 문건 출력에 이르기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하고, 특히 디지털저장매체 원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디지털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문건이 출력된 경우에는 디지털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법원 감정을 통해 디지털저장매체 원본 혹은 하드카피’ ‘이미징한 매체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된 문건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 처리, 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라고 판시함으로써(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77257 판결),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엄격히 판단하고 있다.

 

수사기관이 재판에서 압수된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압수현장에서 디지털 분석전문가를 통해 해시값을 추출하고 디지털 분석전문가와 제3자의 입회하에 해시값 확인서를 작성한 후 저장매체를 봉인하고 시정장치가 된 별도의 공간에 보관하는 등의 절차를 통해 해당 증거의 진정성과 무결성, 신뢰성을 입증하여야 한다.

 

그런데 수사기관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위와 같은 절차를 준수하기보다는 당사자로부터 압수수색 과정에 대한 이의가 없다’ ‘원본과 사본의 동일성을 확인하였다는 확인서에 서명하게 해서 원본과의 동일성에 대한 이의를 포기하도록 요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압수수색을 처음 받는 대부분의 당사자들은 수사기관 앞에서 위축될 수밖에 없고, 서명날인을 요구받는 경우 무슨 서류인지 살펴볼 경황도 없이 서명하게 된다.

 

이처럼 압수수색 당시 경황없이 했던 서류 모두가 법정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는 증거로 사용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장에서 자신이 서명하는 서류를 모두 꼼꼼하게 읽어보고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억울한 재판을 받지 않게 되는 지름길이라는 점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