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7. 5. 14. 18:30

[인천의 시인 32]


거울


홍명희

...


토요일 오후
친구들과 어울려
예나 다름없이 시시덕거리며
백화점을 돌다
손이라도 씻자고
우루루 몰려간 세면대
거울 앞에서
가슴이 무너진다

아 하 하
내 얼굴
좀 전에 집에서 나올 때
정성껏 덧 입히던 분첩
그 자국은 어데 가고
어떨까 싶어도 짙게 바른
내 입술연지는 어데 갔는가.

누런 바탕
작은 두 눈
분명히 내 얼굴이지만
낯설기만 한 표정
서둘러 분첩을 꺼내고
입술을 다시 칠한들
마음은 잿빛

이제 길에 나서서
친구들과 헤어지면
우리의 웃음도 사라지고

씻어 버릴 얼굴에 남는 것은
세월의 자국이련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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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토요일엔 아주 오래간만에 홍명희 선생님을 뵐 기회가 생겼습니다. 인천문협에서 주최하는 원로시인들과의 대화에 참석하신다고 하셔서 서둘러 일정을 정리하고 선생님을 뵈러 갈 예정입니다. 아주 멋쟁이이신 선생님. 예전엔 같은 동네에 살아서 가끔 선생님을 뵙기도 하였었지만...기억이 맞는다면 선생님을 뵌 게 작년 아벨시낭송회에서였던 거 같습니다.

낭랑하고도 또렷한 음성으로 시낭송회를 하시던 선생님이 생각나 불현듯 나도 내 음성을 녹음해 들어보니 발음이 또렷하지 않습니다. ㅠㅠ 선생님을 알게 된 후 단 한 번도 어디 하나 빠진 옷차림새는 본 기억이 없는 완벽한 패셔니스트의 홍명희 선생님...오늘 20년 전의 시집을 꺼내 다시 보았습니다. 그 당시 파격적이던 빨간 색 시집 표지는 오늘 여전히 신선합니다

이 시에 특별한 시적 기교는 없습니다 요즘 젊은 시인들의 눈으로 보면 픽~웃음이 나오려나요 그러나 시에 담긴 시인의 진심어린 목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저도 나이 먹었음이 분명합니다. 아침에 뽀샤시하게 분칠을 하고 나갔지만 바람 한 번 쐬고 났더니 금새 푸석거리고 제 멋대로 밀려있던 화장이 몹시 신경쓰이던 것이 바로 어제 제가 겪은 일이라서 말이지요.ㅎㅎ


오랫만에 들렀습니다 잘계시지요 늘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