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8. 7. 26. 22:30
단추를 채운 밤      
- 지인에게 
 
 
신철규


새하얀 입술들이 내려온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눈이 내려 덮인다.
우리는 불행을 개척하고 있다.

안아주세요, 형.
헤어질 때 그는 말했다.
나는 그를 안았다.
누가 누구를 안아주는지 모를 정도로
우린 서로를 안고 있었다.

키가 비슷한 우리는 목을 꺾어
나의 왼쪽 뺨과 그의 오른쪽 뺨이 닿지 않게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등을 두 팔로 감싼 채
그렇게 잠시 동안 우리는 서 있었다.
두 개의 전신주처럼.

나는 그의 등 뒤로 나의 두 손을 맞잡았다.
흘러가지 않기 위해
흘러내리지 않기 위해.
젖은 발바닥에서 미열이 올라왔다.

그는 너울너울 내 눈동자 위를 걸어갔다.
칼처럼 돋아난 두 팔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폭설처럼 눈이 감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