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맛

배선옥 2018. 7. 28. 13:26

눈썹 - 1987 봄


박준


그해, 엄마는 한동안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 쓰고 다녔다 빛이 잘 안드는 날에도 이마까지 수건으로 꽁꽁 싸매었다 아침 일찍 수색에 나가 목욕도 오래 하고 화교 주방장이 새로 왔다는 반점飯店에서 우동을 한 그릇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잠시 들른 미용실에서 문신을 싼 값에 한 것이 탈이었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 엄마가 이마에 지리산을 그리고 왔다며 밥상을 엎으셨다 누나와 내가 어린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녔다



1987년에 우리에겐 무슨 일이 있었는지...박종철 열사의 아버님께서 운명하셨다는 뉴스를 들은 날입니다. 1988년에는 올림픽이 열렸었고 우린 얼마만큼 들떠서 그 분위기에 휩쓸리기도 했었던 거 같습니다. 1987년의 그 무서운 사건을 외면하듯 저는 1988년 결혼을 했고... 그 후로 한동안은 자발적으로 사회와 격리된 삶을 살아보기도 했는데...
저 시를 읽고 있으려니 이 무덥고도 화창한 날을 쥐어짜면 물이 주루룩 쏟아질 거 같네요...
1987년의 어느 하루 저 집의 누군가는 세상이 다 미쳤다고 미쳐돌아간다고 혼잣말을 했을 거 같습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는데 별반 달라지지도 않은 2018년의 어느 하루 또 누군가가 고개를 숙이고 세상이 미쳤다고 미쳐돌아간다고 혼잣말을 하고 있을 거 같아서...